[단독] “안전 관리 직원 원래 없었다” 드러나는 용산구 무대책 행정

‘용산구 코로나19 백서’엔 “2021 핼러윈 방역 차원서 직원 배치”…수많은 인파 예상 불구 안일한 대응 비판 불가피

[일요신문] 용산구가 핼러윈 축제 당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고, 참사 후 대응이 늦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020~2021년에는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이마저도 없었다.

핼러윈 축제 때 이태원엔 매해 평균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용산구청은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안전 관리 직원을 배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30일 토요일 저녁 이태원 일대. 질서정연하게 일대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용산정책연구소

지난해 10만 명 가까이 몰렸던 이태원 핼러윈 현장엔 안전거리 확보 등을 위해 구청 관계자들이 투입됐다고 한다. 대규모 인파가 몰렸던 이번 핼러윈데이에 용산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용산구는 2020~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핼러윈데이 대비 민관합동 연석회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핼러윈 특별방역 대책을 수립하고 유관기관과 안전 관리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용산구청장, 행정지원국장, 보건소장 등과 용산경찰서장, 서울지방경찰청, 이태원119안전센터장, 이태원역장,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이 배석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용산구 코로나19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용산구는 감사담당관을 꾸려 상황대응반을 편성·운영했다. 이태원 일대 주요 인파 밀집지역인 △ 세계음식거리 △이태원역 △퀴논거리 △소방서 골목 △제일기획 클럽 일대 5개 구역에 20명(2인 1조, 5개조)의 직원들이 투입됐다. 구청 관계자들은 지정된 구역을 도보로 순찰하면서, 사건 사고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즉각 대응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6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시민들의 통행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 사진=용산정책연구소

당시 이태원 일대 정리에 나섰던 유관단체 역시 구청과의 협업이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맹기훈 전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일요신문에 “구청에서 안전 질서 유지 요원까지 14명 지원 받았고, 연합회도 다 동원돼서 질서 유지를 했다”고 전했다.

11월 2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 사진=임준선 기자

하지만 용산구는 올해 현장에 안전 질서 유지 요원을 투입하지 않았다. 11월 1일 YTN 보도에서 용산구 측은 “저희가 주관한 행사가 아닌 자생적으로 발생한 거니까 직원들이 질서유지 요원으로 동원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용산구는 핼러윈 때 직원들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코로나19를 대비한 방역 차원에서 대응반을 운영했을 뿐이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2020~2021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어 방역 목적으로 근무했다. 그 전에는 핼러윈데이 관련 안전 관리 근무직원이 없었다”고 했다. 

이태원 핼러윈 역대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던 상황에서 관할인 용산구청이 안전 대응에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10월 3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번 핼러윈 축제는 명확한 주최측이 없는 만큼 축제가 아닌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는 입장을 내놓은 후 뭇매를 맞았다. 

이후 박 구청장은 “먼저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참사 발생 3일 만이다.

설상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