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결승 성대결서 최정 꺾고 8관왕 올라…여자 기사 최초 세계기전 결승 오른 최정도 화제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2022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2국에서 신진서 9단이 최정 9단에게 18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2-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화재배 2년 연속 준우승 끝에 들어 올린 값진 우승컵이었다.
#신진서 메이저 세계대회 3관왕, 역대 최다상금 기록도 눈앞
결승 2국은 최정이 초반 하변 공방에서 포인트를 올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주도권을 쥔 최정에게서 전장을 이탈한 수가 나오면서 흐름은 신진서에게 넘어갔다. 결국 중앙과 좌변 백이 양곤마로 엮이면서 신진서가 최정에게 항서를 받아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신진서는 프로 통산 28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타이틀은 8개. 8개 중 LG배, 삼성화재배, 춘란배, 국수산맥배는 세계기전이고 국내대회 타이틀은 GS칼텍스배, 쏘팔코사놀배, 용성전, KBS바둑왕전 타이틀을 보유 중이다.
특히 메이저 세계대회 3관왕에 눈길이 간다. 지난해 제13회 춘란배 우승을 시작으로 2022년 26회 LG배와 2022 삼성화재배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 세계대회 3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신진서는 현재 응씨배 결승, 27회 LG배 8강에도 올라있어 세계대회 전관왕도 이룰 태세다.
결승전을 마친 후 신진서는 “초반 전투가 무리한 느낌이어서 좋지 않았는데 타협이 잘 되면서 풀렸다고 봤다. 그 후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역전이 언제 이루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화재배에서 실패를 많이 겪어 꼭 우승하고 싶었다. 결국 우승하게 돼 기쁘고 마지막 대국은 운이 좋았지만 이번 대회 내내 전체적으로 내용이 좋아 뿌듯하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우승상금 3억 원을 획득한 신진서는 역대 최다상금 기록에도 도전한다. 신진서는 2022년 상금 총액 13억 9000만 원을 획득, 2014년 이세돌 9단이 작성한 역대 최다상금 기록(14억 1000만 원)에 근접했다. 12월 예정돼 있는 중국갑조리그에서 1승 이상을 거두게 되며 승자 대국료를 더해 역대 최다상금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결승2국을 해설한 백홍석 9단은 “신진서 9단의 바둑이 마침내 정점에 이른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볼 때마다 변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 서둘다가 스스로 자멸한다거나 경솔하게 손이 나가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강약조절도 완벽하고 한번 우세를 잡으면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다. 그것이 바로 최강자의 조건인 것이다. 이번 대회 판팅위 9단이나 박정환 9단 같은 초일류들도 신진서를 상대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며 신진서의 바둑을 높이 평가했다.
#희비 엇갈린 최정과 변상일
한편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최정은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새 역사를 썼다. 시작 전 국내랭킹 30위로 우승후보 군에 끼지 못한 최정이었지만 32강전에서 일본 사다 아쓰시 7단을 꺾은 것을 시작으로 이치리키 료 9단, 양딩신 9단, 변상일 9단 등 한중일 최정상급 기사들을 차례로 눕히고 결승에 올라 이번 대회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2010년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한 최정은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여자 기사로는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올랐다. 그동안 여자 기사가 세계대회에서 기록한 가장 좋은 성적은 루이나이웨이 9단이 1992년 응씨배에서 세웠던 4강이다.
최정의 선전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웨이보를 통해 “역사의 증인! 한국의 여자기수 최정, 삼성배 결승진출!”이라며 최정의 결승 진출을 축하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최정과의 4강전 대국 도중 바둑이 불리해지자 머리를 쥐어뜯다가 자책하듯 자신의 뺨을 세게 내려치는 등 비 매너 논란을 일으킨 변상일 9단을 두고는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상대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는 바둑에서 변상일의 행동은 무례하고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겠는가. 변상일 9단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괴로운 나머지 격한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나왔을 것”이라고 옹호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목진석 국가대표 감독은 “대국 후 변상일 9단과 연락을 취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었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경험이 변상일 9단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이 후원하는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초읽기 1분 5회씩이 주어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