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2형당뇨 위험 높이고 비만과 연관성도 발견…심장질환 예방 위해 사회적 고립 해결 필요
#흡연할 때보다 더 빨리 늙는다
외롭거나 불행하다는 느낌이 지속될 경우 흡연할 때보다 더 빨리 늙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홍콩중문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부정적인 정서적 효과가 담배보다 사람들의 생체시계를 더 빠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만성적으로 외로움, 불행, 절망감을 느낄 경우 1년 8개월 더 노화가 앞당겨진다. 이는 흡연보다 5개월 빠른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한 만성 염증이 세포와 중요한 장기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술지 ‘에이징-US’에 실린 이 연구는 1만 2000명의 중국 성인들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
만성적인 외로움은 일시적으로 친구가 없거나, 대인관계를 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혼자여도 행복하게 잘 사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나 대가족에 둘러싸여 있어도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만성적으로 외로운 상태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못 받거나,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특히 은퇴했거나 사별한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조지워싱턴대학의 로리 티크는 “외로움이 흡연보다 더 빠른 노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는 이 문제를 2002년부터 연구해왔다. 외로움이 수명 단축, 사망률 상승, 그리고 더 많은 동반질병(두 가시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상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례로 나타나 있다. 그래서 이는 전혀 놀랍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티크는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염증 수치가 높고, 불안 수준이 높은 경향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밖에도 덜 활동적인 경향이 있는데, 이런 성향들은 모두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치매 위험이 최고 40%까지 증가한다
외로움은 치매와도 관련이 있다. 플로리다주립대학의 한 연구는 외로움이 치매에 걸릴 확률을 약 40%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외로움 때문에 나타나는 우울증, 심혈관질환, 부족한 신체적 활동 때문이다. 요컨대 이 세 가지 모두가 치매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특히 심혈관질환과 부족한 신체적 활동은 동맥경화를 일으켜 잠재적으로는 뇌의 혈류를 차단하게 된다.
연구진들은 또한 외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도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높은 수치 때문이다. 코티솔은 기억력 저하와 기억력과 관련된 뇌 부위의 손상과 관련이 있다.
2020년 ‘노인학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10년 동안 약 1만 2000명의 사람들을 추적관찰한 결과다. 이때 외로움은 연구를 시작할 때 참가자들이 지난 2주일 동안 외로움을 느꼈냐는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에 따라 정의됐다. 앤젤리나 수틴 박사와 동료들은 “이 연구는 외로움과 관련된 한 가지 나쁜 결과를 보여줬다. 외로움이 있는 사람이 덜 외로운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면서 “이런 심리사회적 위험 요인을 인지하면 치매의 위험과 유병률을 낮추는 것을 포함해 광범위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2형 당뇨 위험이 두 배 높아진다
외로움은 ‘오래 지속되는 고통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제2형 당뇨를 앓을 위험을 두 배로 증가시킨다. 그러한 고통이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일시적인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난다.
이는 웨스턴 노르웨이 응용과학대학 연구팀이 1995년부터 2019년까지 2만 4000명 이상의 건강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지난 2주 동안 외로움을 느꼈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통해 외로움 정도를 측정했다. 답은 ‘아니다’, ‘조금 느꼈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로 나누어 하도록 했다.
유럽당뇨병학회의 학술지 ‘당뇨병학회’에 발표된 이 연구결과는 20년이 지난 후 외로움의 강도와 제2형 당뇨병의 발병률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들보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두 배 높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결과를 통해 연구팀은 “이 연구는 외로움이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한 가지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심장질환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이 30%까지 높아진다
외로움을 덜 느끼면 뇌졸중과 같은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국의 연구진들은 사회적 관계가 좋지 않으면 관상동맥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29%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는 뇌졸중 위험을 32% 증가시킨다.
다만 연구를 진행한 요크대학 연구팀은 그들의 관찰 연구가 직접적으로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외로움이 두 가지 질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외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염증 때문에 심장질환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는 있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치명적인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16년 학술지 ‘하트(Heart)’에 발표된 연구는 23개의 논문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참가자들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상관관계를 측정했다. 연구진들은 “우리의 연구는 고독과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는 것이 고소득 국가의 주된 사망 원인인 심장질환과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고도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몇몇 연구들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살이 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슬프고 외로울 때면 운동을 포기하거나 때로는 먹는 것으로 스스로를 달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살이 찌게 되고, 과체중이 되며, 결국에는 비만이 되는 등 연쇄반응이 나타난다.
다만 이 상관관계는 또한 반대로 작동할 수도 있다. 살이 쪄서 외로워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부 연구는 비만일수록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극도로 비만인 사람들은 종종 사회적 낙인이 찍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사람을 피하게 되면서 사교성이 떨어지게 된다.
비만과 외로움 혹은 자발적 고립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사한 여섯 편의 논문을 검토한 결과,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연구에서 이 둘 사이의 연관성이 발견됐다. ‘당뇨병, 대사증후군, 비만’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 의과대학 연구팀은 “일부 연구들이 비만과 외로움 사이의 연관성을 지적했지만, 연구 결과는 복합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울증에 어느 정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은 또한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혼자라는 느낌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슬퍼지고 우울해진다. 이런 감정이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지속된다면 이는 임상적 우울증의 징후가 될 수 있다. 이런 증상에는 절망감, 집중력 저하, 자살 충동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만과 마찬가지로 외로움과의 연관성은 불분명하다. 때로는 그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울해지면 외출을 하지 않게 되고 친구들을 만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점점 더 외로워진다. 이는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끝나지 않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터키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로움은 분명 우울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2018년 국제사회정신의학 저널에 발표된 이 보고서는 88개의 연구를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으며, 약 4만 명의 참가자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다. 결과는 외로움이 참가자들의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간병인, 입원 환자, 학생 및 노인의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아르트빈 코루 대학의 이벤 에르젠 박사와 동료들은 “소속감이 없다는 느낌이 간접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는 환자, 간병인, 노인들을 그들의 문제와 함께 홀로 내버려둔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일상생활과 거리를 두면서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사춘기에 경험하는 문제들은 아무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는 10대들로 하여금 외로움을 느끼게 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을 겪게 할 수도 있다. 소속감을 필요로 하는 것은 연령대와 사회적 환경이 매우 다른 이 두 집단(노인과 사춘기 청소년) 사이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이든 여성일수록 외로움 때문에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나이든 여성일수록 외로움 때문에 심장질환을 앓을 위험이 높다. 약 10년 동안 65세 이상 여성 5만 7000명을 추적 관찰한 데이터에 따르면, 외롭거나 고립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심장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13~27% 더 높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는 피실험자들에게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정도에 대해 물었고, 이를 심장질환 발병 비율과 비교한 결과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