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월 250만 원 관리비 못 받으니 파양” vs 문재인 측 “윤 정부 시행령 개정 약속 어겨 반환”

이를 두고 여권에선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담당 부처와 논의를 했던 월 최대 250만 원 수준의 ‘사육 관리비’ 예산 지원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풍산개를 반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행정안전부는 풍산개 관리 비용으로 한 달 기준 사료값 35만 원, 의료비 15만 원, 관리용역비 200만 원 등 총 250만 원 수준의 예산 편성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을 양육비 문제로 파양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겉으로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 끌더니, 속으로는 사료 값이 아까웠느냐.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개 사료 값이 아까워 세금 받아가려는 전직 대통령을 보니, 무슨 마음으로 국가를 통치했는지 짐작이 된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개 3마리도 건사 못하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5년이나 통치했느냐. (풍산개를) 김정은 보듯 애지중지하더니, 사료 값 등 나라가 관리비 안 준다고 이젠 못 키우겠다고 반납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입장문을 통해 “선례가 없는 일이고 명시적인 근거 규정도 없어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며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 6월 정부는 이 개정안에 대해 국무회의를 거쳐 7월 중 시행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대통령실이 반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대응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이라며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의 판단일 뿐, 현재의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250만 원의 풍산개 관리비용 예산 편성안을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느냐. 윤석열 정부 행안부가 책정한 것이다. 시행령이 국무회의에 통과되지도 않아 문 전 대통령이 관리비용을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여당에서는 돈 때문에 풍산개를 파양했다고 악의적인 프레임을 만들었다”며 “대통령실도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하는데, 그동안 ‘경찰국 신설’ 등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은 시행령을 통해 국회가 만든 법안을 얼마나 무력화시켰나. 정작 문 전 대통령과 약속한 시행령은 6개월이 넘도록 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의도가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도 “윤석열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풍산개 사육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걱정해 문 전 대통령이 반환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사료 값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양육에 소요된 인건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풍산개들을 양산으로 데려오는 비용과 대통령기록관이 지정한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비용까지 모두 부담했으니, 지난 6개월간 대통령기록물인 반려동물들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입양과 파양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입양이야말로 애초에 내가 가장 원했던 방식이다. 그런데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에서 해제해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며 “내게 입양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잘 양육관리하면 될 일이다. 또한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차제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문 전 대통령은 “왜 우리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을 만들어버리는 것인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해서 무얼 얻고자 하는 것인지 재주가 놀랍기만 하다”며 “이제 그만들 합시다”라고 덧붙였다.

그 이유로 문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인 지난 3월 신설된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시행령을 들었다. 이 시행령에는 “대통령 선물을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해 관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법률 미비 해명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 수석대변인은 “퇴임 대통령은 ‘기관’에 속하므로 문 전 대통령이 현재 풍산개를 기르는 데 어떤 법적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제 와서 ‘현 정부의 비협조로 법령이 미비해 파양한다’는 엉뚱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문 전 대통령 측이 강아지 사육비용이 마음에 걸렸는지 올해 5월 퇴임 직전 새로 작성한 협약서에 ‘비용 지급 조항’을 급하게 끼워 넣었다”며 “이후 뜻대로 비용 지급이 안 되니 결국 강아지를 파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언어는 행동에서 우러나온다.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사람이나 ‘반납’을 운운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사람은 강아지를 ‘입양’하고 사정이 있어 키우지 못할 경우 ‘파양’한다고 한다”며 “무엇보다 ‘6개월 동안 무상으로 양육한 것을 고마워하라’며 윽박지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를 돌려보냈다. 반려견과 헤어져야 하는 애틋함은 전혀 없는 매정함과 쓸쓸함만 느껴진다”며 “입양부모가 마음이 변하면 입양을 취소하거나 입양아동을 바꾸면 된다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다시 떠오른다”고 공격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풍산개 양육 예산 지원 문제에 대해 “(사육비) 지원이 돼야 한다, 안 된다를 떠나 현재 대통령기록물로 그렇게 (지정)돼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비용지급 규정이 현재 없다”며 “그래서 지원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항간에 거론되는 사육비용 월 250만 원이 과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상황을 하나하나 따져보지 않아서 의원님 말씀 경청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풍산개를 맡아 관리할 기관, 관리방식 등을 검토·협의 중에 있다. 관리기관이 결정되면 풍산개를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곰이와 송강의 자견이 있는 광주의 우치동물원, 인천의 인천대공원, 대전오월드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애견인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풍산개 두 마리를 맡아 기르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 개가 5마리, 고양이도 4마리 키워서 거의 집이 다 찬 모양”이라며 “지금 한 10마리 정도 키우는 것 같다. 강아지가 다 찼기 때문에 애완견을 더 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