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보유하면 ‘신분의 상징’ 대우…엑스레이·내시경부터 미용시술까지 사람처럼 진료
다름이 아니라 ‘수크 와키프’는 매들을 위한 전문병원으로 정확한 명칭은 ‘수크 와키프 팔콘’ 병원이다. 매 전문 병원이 세워진 배경에는 아랍 국가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매는 카타르 사람들에게 매우 귀중한 동물이다. 신분을 상징하기도 하며,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경주 챔피언이나 사냥을 위해 훈련을 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매를 기르고 훈련시키는 사람들에게 매의 건강 상태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가능한 한 매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러니 ‘수크 와키프 팔콘’ 병원의 첨단장비와 고급 인력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08년에 설립된 이 병원은 도하 구시가지의 메인 광장 한쪽 구석에 있다. 입구의 반짝이는 유리문부터 대합실의 편안한 소파까지 모든 것이 매라는 동물이 카타르에서 얼마나 대우받는 동물인지를 말해준다.
병원에서는 혈액 검사, 내시경 검사, 엑스레이 검사 및 기타 다양한 검사를 실시한다. 깃털을 교체하거나 부리를 조정하는 등 미용 시술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도 한다. 사람들이 병원에서 실시하는 거의 모든 검사를 이곳에서는 매들을 위해 실시한다고 보면 된다.
이 병원을 찾는 매들은 하루에 150마리 정도. 대부분은 처음 매를 구입한 후에 기본적인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발톱과 부리를 깎는 것과 같은 정기적인 미용 시술을 받기 위해 찾거나, 섬세한 정형외과 수술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깃털 교체처럼 사소한 시술도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기술자인 압둘 나세르 파롤릴은 ‘뉴욕타임스’에 “매의 품종마다 깃털 패턴이 다르다. 각 종에 맞는 올바른 패턴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직원들은 매 주인들이 매를 위해 돈을 펑펑 쓰는 데 별로 놀라지 않는다. 워낙 부유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작 놀라운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주인들이 매에게 바치는 눈물겨운 정성과 관심이다.
한 병원 직원은 “마치 자식을 돌보듯이 매들을 돌본다”며 “그들은 만약 자식이 아프다고 하면 운전기사나 가정부 또는 아내를 시켜서 병원에 보낼 것이다. 그런데 만일 매가 아프다면? 아마도 직접 매를 데리고 병원을 찾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