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그 일정 조정이 원인으로 지목…H조 손흥민뿐 아니라 각국 부상자 나와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전력 다지기에 돌입해야 하는 시기, 각 팀들은 부상에 울고 있다. 주요 전력이 이탈하며 이번 대회는 선수들의 부상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도 선수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절대적 에이스인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에서 경기를 소화하던 중 안면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회복 경과가 좋아 경기에는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 부위가 공을 차고 달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덕이다. 부상 이후 월드컵 일정까지 약 3주간의 여유 기간이 있었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출전 가능성이 있는 손흥민은 사정이 낫다. 이번 대회는 유독 많은 부상자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우리와 한 조(H조)에서 경쟁하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에서도 부상자가 나왔다. 우루과이는 핵심 수비수 루날드 아라우호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 대회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우리와 첫 경기에는 결장이 유력하다. 가나는 두 명의 골키퍼가 연이어 부상을 당했고 주요 미드필드 자원이자 이강인의 소속팀 동료인 이드리수 바바가 대회에서 빠졌다. 포르투갈은 공격수 디오구 조타가 아웃됐다.
이전까지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던 프랑스는 주요 전력이 줄줄이 팀에서 하차했다. 지난 대회 우승을 합작한 은골로 캉테와 폴 포그바가 낙마한 데 이어 공격진의 크리스토퍼 은쿤쿠는 훈련 중 발생한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수비진의 프레스넬 킴펨베도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자진해서 빠졌다. 주력 자원이 연이어 이탈한 프랑스는 우승 후보 순위에서도 한두 계단 밀려났다.
이외에도 사디오 마네(세네갈), 리스 제임스(잉글랜드), 지오바니 로 셀소(아르헨티나), 티모 베르너(독일), 마르코 로이스(독일), 조르지니오 바이날둠(네덜란드) 등 각국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부상의 악령을 피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연쇄 부상의 이유로 월드컵의 무리한 일정이 지목되고 있다. 11월에 개막하는 이번 대회를 위해 유럽의 주요 리그는 일정 조정이 불가피했다. 엘리트 클럽들이 참가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의 대회도 일정을 앞당겨 치러야 했다. 핵심 자원일수록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은 10월 한 달간 9경기, 11월에도 12일간 4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 같은 '무리한 일정' 탓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어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것이었다.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가 문제만 있다고 비난받는 것은 아니다. 카타르는 국토 면적이 115만 ha(헥타르)에 불과한 소국이다. 우리나라 경기도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다. 이 같은 좁은 지역에서 대회가 열려 선수단의 이동거리는 이전 대회에 비해 훨씬 짧다. 굳이 숙소를 옮겨다닐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대표팀도 조별예선 3경기를 모두 한 경기장에서 치른다. 대회 참가국들의 경기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우려됐던 중동지역의 무더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카타르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들에 따르면 경기장 내 에어컨이 가동돼 관중이 서늘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카타르 무대 활약 경험이 있는 구자철은 "선수로선 축구 경기를 하기에 최적의 온도"라고 말한 바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