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비용 영향 적자에 가격 인상으로 대응?…농심 “내부거래 비용 증가는 지속적 원가 상승 영향”
지난해 라면값을 평균 6.8% 인상한 바 있는 농심이 지난 8월 라면값을 다시 평균 11.6% 인상했다. 2분기 원가 급등 영향에 따른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서 공시된 농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은 이 기간 별도기준 30억 2073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에는 72억 7552만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이는 매출 증가세보다 비용 증가세가 컸기 때문이다. 2분기 별도기준 매출은 58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5057억 원에서 1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판관비)는 58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4984억 원에서 17.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내부거래 비용 급증이 전체 비용 증가세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 2분기 별도기준 계열사·관계사 등 내부거래와 관련된 매입 비용은 1700억 원으로 전년 1374억 원에서 2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 비용 증가세인 17.85%를 상회했다.
내부거래로 나간 매입 비용을 제외한 매출원가와 판관비는 지난 2분기 별도기준 41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3609억 원 대비 15.6% 증가했다. 매출 증가세(15.5%)와 비슷한 수준이다. 내부거래 비용 급증이 농심의 2분기 별도기준 적자전환의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보고서를 연결기준으로 보면 내부거래는 상계 처리하기 때문에 비용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별도기준 내부거래에 따른 매입 관련 내용은 비용으로 반영돼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에서는 가격 인상을 위해 내부거래 비용을 크게 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이 나올 수 있다. 원가 부담 증가가 일시적이란 지적에 기인해 라면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라면 생산에서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팜유와 밀가루 가격은 올해 들어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현재는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추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1월 30일 기준 팜유 선물 가격은 4099.0링깃(말레이시아 화폐 단위)으로 지난 3월 8100 링깃대에서 반 토막 나면서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갔다. 밀 선물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750.15 달러를 기록해 전년 1275.4 달러 대비 41.1%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라면은 서민들이 저렴하게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는 사실상 생필품”이라며 일반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우려했다. 이어 “농심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킨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업계 1위 농심이 가격을 인상하자 다른 업체들도 부담 없이 주요 제품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농심의 라면값 인상 후 삼양식품은 9.7%, 오뚜기 11.0%, 팔도 10.8%를 각각 인상했다.
라면값 인상은 농심의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심 전체 매출에서 라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분기 기준 78.8%다. 농심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용이 증가한 것은 원가 상승의 영향”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가 부담이 늘어난 것 외에도 지속적으로 원가가 상승하고 있어 라면 가격 조정까지 나섰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2분기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농심의 지난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31억 원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금방 돌아섰다. 다만 전년 186억 원 대비 29.3% 감소하면서 원가 상승 부담은 남아 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