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두고 장씨와 최씨 가문 충돌 가능성…한화·LG 등 지분 확보한 제3자의 판단 변수

새롭게 대주주가 된 주주들이 연합해 장씨에 맞선다면 최씨 일가 세력은 27%에 육박한다. 최씨 집안이 오랜 기간 고려아연 경영을 도맡아 왔던 점을 감안하면 장씨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과 우호관계를 쌓아왔을 가능성도 크다. 8% 이상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나 외국인 등 소액주주가 그동안 회사를 키워 온 최씨 측에 우호적일 수도 있다. 제3자 배정증자는 이사회 권한이다. 최씨 측이 추가적인 증자로 우호세력을 더 늘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최씨 측이 주주연합으로 장씨 측을 넘어선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어떻게 고려아연의 지배력을 확보할지는 숙제로 남는다. 계열분리를 하려면 장씨 측 지분은 3% 이내로 줄이고 최씨 측 지분은 늘려야 한다. 현재 최씨 측이 가진 (주)영풍 지분 가치는 2000억 원 남짓이다. 장씨 측이 지배하는 (주)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가치는 4조 원에 달한다. 최씨 측에서 장씨 측에 영구적인 지배력 포기를 요구하려면 시가 4조 원 이상의 뭔가를 반대급부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상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기업분할이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 한 곳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한다. 사업 부문을 쪼개기 어렵다. 9월 말 고려아연의 유동자산은 6조 원이 넘지만 유동부채는 2조 5000억 원에 불과하다. 올해도 대규모 흑자로 9월까지 5000억 원 이상 현금성자산이 증가했다. 자산을 쪼개 (주)영풍에 4조 원 정도를 내어줄 여력은 존재한다. 장씨 측도 직접 지배하는 사업은 제련보다 전자부품 쪽 비중이 높다.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최씨가 장씨를 넘어 고려아연 최대주주에 오르더라도 지배구조 개편이 끝난 것은 아니다. 최기호 창업회장 이후 2세들은 그동안 형제경영을 해왔다. 맏아들인 최창걸 명예회장 이후 최창영 명예회장을 거쳐 현재 최창근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창근 회장의 동생인 최창규 회장은 영풍정밀 회장으로 고려아연에서는 한걸음 떨어져 있다. 순서를 따지면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인 최윤범 부회장 다음은 최창영 명예회장 아들 가운데, 그 다음은 최창근 회장 직계에서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나와야 한다.
최창영 명예회장의 아들 최내현 씨는 합금관련 계열사 알란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창근 회장의 아들 최민석 상무와 최창규 회장 아들 최주원 상무도 현재 고려아연 경영에 참여 중이다. 직계별 지분은 최창걸 2.5%, 최창영 3.8%, 최창근 1.6%, 최창규 2.07%다. 2세 막내인 최정운 전 서울대 교수 직계도 2.07%를 보유하고 있다. 가족 간 분란이 발생한다면 장씨 측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주)영풍은 장형진 회장의 두 아들 장세준 코리아서키트 대표와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가 각각 16.9%와 11.2%를 보유한 1·2대 주주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