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국민공감’ 출범 세 과시, 전대 대비 관측…비명계 ‘더좋은미래’ 이재명 향한 비판 시작
#친윤, 전대 앞두고 ‘국민공감’으로 결집
12월 7일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공감’이 공식 출범했다. 총괄 간사는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발탁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정재 의원(총무) 박수영 의원(기획) 유상범 의원(공보)이 주요 직책을 맡았다. 국민공감은 출범과 동시에 당내 최대 규모 의원모임으로 올라섰다. 출범식엔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71명이 참석해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철규 의원에게 “최대 계파 수장”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국민공감은 특정 계파와 무관한 순수 공부모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철규 의원은 “일부에서 우려하듯 계파 모임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은 “구성원들을 보면 계파를 형성하거나 특정인 중심으로 모인 것이 아닌 순수 공부 모임”이라고 반박했다. 장제원 의원은 “의원들 70명이 모인 모임이 어떻게 계파 모임인가”라며 “(오히려) 이게 계파 모임이라는 지적을 오늘 극복한 출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가에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가 세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출범식을 계기로 원조 윤핵관인 장제원 권성동 의원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2월 7일 권 의원은 장 의원과 함께 국민공감에 참석한 후 장 의원과의 갈등설을 일축했다. 앞서 민들레 모임 출범에 반대한 적이 있던 권 의원은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순수 공부모임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색깔을 띠고 있는 단체여서 반대했는데 지나고 보니 오해가 있었다”고도 말했다.
둘은 비대위 지도부를 향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12월 7일 장제원 의원은 ‘수도권·MZ 세대 대표론’을 거론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장 의원은 “그런 얘기를 자꾸 하니까 일을 잘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론도 나오는 것 아니냐. 우리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권성동 의원도 한 장관 차출론에 대해 “일부의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MZ 세대 대표론’에 대해서도 “당대표가 어느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고 못 박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초선의원이 63명으로 가장 많은데, 구심점이 없다. 지난 11월 10일 이용 의원이 왜 ‘여당이 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켜주지 못하나’라고 공개적으로 나섰겠나. 의원들이 하나로 뭉쳐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며 “국민공감에 참여했다고 친윤계를 밀어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친윤계는 ‘친이준석계’뿐만 아니라 ‘친박근혜계’ 의원들까지도 배척한다. 국민공감이 배척이 아닌 통합의 길로 걸어가지 않는 이상 전대 룰을 쉽게 통과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윤계에서는 ‘국민공감’에 견제구를 날렸다. 대표적인 비윤계로 알려진 김웅·허은아 의원은 국민공감 출범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12월 8일 김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나는 공부를 떼로는 안 함”이라며 공식적으로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모임 정치 본격화
더불어민주당에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모임 정치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공방이 대표적 사례다. 금투세는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민주당도 금투세 내년 시행을 당론으로 해왔다. 그런데 11월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공개 당 최고위 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11월 18일 민주당은 정부가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인하하고, 주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완화를 철회하면 금투세 시행 유예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1월 22일 민주당 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이 모인 ‘더좋은미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이재명 대표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더미래는 “금투세는 여야 합의로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시행 이후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개미투자자의 세 부담을 경감하도록 예정돼 있었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금투세 시행은 유예하면서, 증권거래세는 0.15%로 인하하기로 한 당초 계획과 달리 다시 0.20%로 상향하려 하고 있다. 이는 1%도 안되는 극소수 초부자 투자자에 대한 과세를 미루기 위해, 99% 개미투자자에게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고 사실상의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
11월 22일 친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4.0 연구원’도 총회를 열고 1년여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이날 친문계 좌장격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낸 정태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각각 연구원장·감사로 선출됐다. 이낙연계, 정세균계 등 비명계 의원 9명이 신규 가입했다. 회원은 56명에서 65명(전직 의원 1명 포함)으로 늘어났다.
11월 28일 이낙연 전 대표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한반도 외교·안보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활동을 재개했다. 이날 김철민 의원은 “민주당의 지도부, 지도자가 과연 국민들이 판단할 때 곧고 굳은 정신으로 지금 민주당을 이끌어가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된다. 정치인들은 그런 지도자들이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조언을 해주고 있는가 반성을 해봐야 한다”며 “많은 국민들께서 민주당이 ‘사당화’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도 윤석열 정권의 전 정권 수사를 비판하며 직접 등장했다. 12월 4일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서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은 옳지 않다. 국가의 대내외 역량을 훼손하는 오판”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뒤집고 지우는 현 정부의 난폭한 처사를 깊게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미국으로 떠나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계기로 정가에서 소환되고 있는 인물이다.
11월 29일 비명계 의원들은 ‘반성과 혁신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이원욱 의원은 “팬덤정치로 정당의 사당화가 매우 심해지는데, 최근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사당화 현상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배 의원은 “연말을 앞두고 점점 큰 판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단할 때가 온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비명계가 이제는 이 대표한테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상민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사법 리스크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연일 이 대표를 직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대표 용퇴론,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12월 9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를 앞둔 이 대표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서훈 전 실장 구속과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묶어 (친문과 친명이) 단일대오로 검찰에 대항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이재명 지키기’에 나섰다. 11월 25일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에서 ‘#나는 이재명과 정치공동체다’ 챌린지에 동참해달라고 했다. 11월 30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용퇴론에 대해 “검찰이 만든 그림에 굴복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12월 5일 장경태 의원은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해 민주당 분당설에 대해 “우리가 분당할 만한 동력이 있느냐 하는 생각도 든다”며 “오히려 국민의힘에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친명계 의원실 한 보좌진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집, 성남시청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도 검찰의 행태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며 “의혹 제기일 뿐인 상황에서 대표를 밀어낼 명분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혐의가 나올 때마다 대표를 몰아내자고 할 것인가. 지금 단계에서 이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꾀하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