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공연” 첫 곡은 신곡 ‘런던보이’…‘애프터 라이크’ 안무 등 특별한 볼거리 선보여
이날 열린 공연은 임영웅이 5월 6일 고양에서 시작해 8월 1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마무리한 첫 전국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의 앙코르 콘서트다. 이 기간 17만 명을 만난 그는 고척돔 이틀 동안의 공연으로 3만 6000명의 관객을 추가로 모았다.
엄밀히 말해 고척돔 공연에 ‘앙코르 콘서트’는 없었다. 그는 전국 투어를 마친 뒤 발표한 신곡 ‘런던보이’를 첫 곡으로 배치하며 기존 공연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영국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임영웅은 영국 런던을 상징하는 검은 택시인 블랙캡을 무대 위에 배치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후 ‘무지개’와 ‘보금자리’로 오프닝을 장식한 그는 “앙코르 공연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다. 신흥 콘서트 맛집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팬들을 챙기는 마음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임영웅의 배려는 곳곳에서 빛났다. 고령 팬들을 위한 방석을 준비하고 4층까지 있는 가파른 공연장 특성을 고려해 “일어서지 말고 앉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고척’으로 이행시를 짓겠다며 “고맙고 또 고마운 이 마음, 척하면 척 알아주실 거죠.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말해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임영웅의 공연은 ‘골라듣는 재미’가 있다. 더 이상 그는 ‘트롯 가수’가 아니다. 록, 댄스, 발라드, 힙합,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총망라하며 귀를 즐겁게 했다. 이런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 때문에 관객층 역시 다양하다. 이날 임영웅은 10대부터 90대까지 팬들을 일일이 부르며 함께 호흡했다. 얼마 전 수능시험을 마쳤다는 10대 소녀 관객과 공연 데이트를 즐기는 30대 연인 등이 함께 어우러졌다. 심지어 100세가 넘은 할머니가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임영웅은 “지금 이 공연장에 모든 나이대가 다 있을 거다. 8세부터 100세까지 다 찾을 수 있는 신기한 공연장”이라면서 “이 순간만큼 자부심을 느끼는 때가 없다. 전 세대가 모였으니 여러분의 목소리가 합쳐지기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임영웅에게서 전매특허인 트롯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트롯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무대도 마련했다. 왼쪽 가슴팍에 반짝이가 돋보이는 의상을 입고 등장한 그는 ‘사랑해요 그대를’, ‘사랑역’, ‘계단말고 엘리베이터’, ‘따라따라’ 등을 메들리로 선사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인 만큼 그의 팬서비스도 남달랐다. 팬들은 각자가 듣고 싶은 임영웅의 노래들을 외쳤고, 그는 ‘이제 나만 믿어요’, ‘미워요’, ‘소나기’, ‘두 주먹’ 등을 반주 없이 라이브로 불렀다. 다른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급 팬서비스’였다.
임영웅은 “(데뷔곡인) ‘소나기’, ‘미워요’ 등에 이어 ‘이젠 나만 믿어요’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지나 단독공연을, 이제는 고척돔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됐다. 감회가 새롭다”면서 “예전에 제가 그러지 않았나. 400석, 4000석 그리고 4만 석까지 채우고 싶다고. 4만 석 채우는 게 될까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말했고, 영웅시대는 “임영웅”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이에 임영웅은 오히려 “영웅시대”를 외치며 장단을 맞췄다.
임영웅의 공연장에는 특별한 볼거리도 있었다. 어김없이 등장한 초대 손님은 그의 부캐릭터인 임영광이었다. 임영웅의 대학 후배로 설정된 임영광은 얼마 전 군대에 갔다. 이에 이날 공연에서는 100일 휴가를 나왔다는 콘셉트로 등장해 걸그룹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에 맞춘 안무를 선보였다. 화면 밖 임영웅은 화면 속 임영광과 능청스럽게 호흡하며 웃음을 자아냈고, 무대 위에서도 직접 고난도인 ‘애프터 라이크’ 안무를 소화했다.
또한 정규 앨범 수록곡 ‘아비앙또’를 차용한 12분 분량 사극 ‘아비안도’(我備安都)도 상영됐다. 극 중 건행국의 영종으로 분한 임영웅은 축제를 앞두고 온 백성이 함께 즐길 노래를 부르는 콘셉트로 자연스러운 사극 연기를 소화했다. 이어 자신을 상징하는 푸른색 용포를 입고 무대에 올라 북청사자놀이에 맞춰 흥겨운 무대를 꾸몄다.
이어 ‘연애편지’,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연이어 부르며 감동을 선사한 그는 마지막 곡 ‘폴라로이드’를 앞두고 재차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러분 덕분에 ‘상남자’가 됐다”고 운을 뗀 그는 “올해 저처럼 트로피를 많이 받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아마 올해 대한민국에서 제가 상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영웅시대의 고생과 수고가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감사하며, 트로피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폴라로이드’를 마친 뒤 무대를 내려간 임영웅은 관객들의 끝없는 부름 속에 다시 무대에 등장했다. 이때부터 진짜 앙코르 공연이 시작됐다. 그는 히트곡 ‘히어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버전과 겨울 캐럴 메들리로 특별한 무대를 마련했고,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와 ‘인생찬가’로 아름답게 공연을 마무리했다. 계획에 없었던 ‘데스파시토’ 공연은 보너스였다.
한편 이날 임영웅은 미국 진출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23년 2월 11~12일 미국 LA 돌비시어터에서 ‘아임 히어로’ 공연을 연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