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고금리 기조 속 막대한 투자금 집행…넥센타이어 “자금 이미 확보, 부담 크지 않아”
#체코 공장 증설로 재무구조 악화 전망
넥센타이어는 올해 1~3분기 65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 2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영업 실적이 900억 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사실 넥센타이어는 올해 3분기만 놓고 보면 1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렇지만 상반기에 거둔 손실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경쟁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올해 1~3분기 흑자를 거두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넥센타이어의 실적 부진이 더 눈에 띈다.
다만 넥센타이어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1조 5342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조 8956억 원으로 늘었다. 즉, 넥센타이어의 제품 판매는 늘었지만 원가와 운반비가 상승하면서 매출 상승액 이상으로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넥센타이어의 매출액 대비 운송비(운반비와 물류 원가) 비중은 2018~2019년 8%대 수준이었지만 2021년에는 17.4%를 기록했다”며 “심지어 넥센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운송비 비중은 20%가 넘어 부담이 가중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넥센타이어의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운송비가 최근 하락세에 있어 넥센타이어의 비용 지출도 줄어들 전망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및 기타 변동비(운송비 등)의 단가 하락으로 영업이익 개선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 상반기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우호적인 환율이 유지되면서 568억 원의 추가 매출액도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에서 볼 수 있듯 운송비 상승은 넥센타이어 실적에 치명적이다. 넥센타이어는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이므로 운송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넥센타이어로서는 장기적으로 운송비 지출 최소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넥센타이어의 올해 1~3분기 매출 1조 8956억 원 중 34.78%인 6593억 원이 유럽 지역에서 발생했고, 이어 △북미 5106억 원 △내수 3247억 원 △중동 191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넥센타이어의 가장 큰 시장은 유럽인 셈이다.
넥센타이어는 2019년 체코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하지만 체코 공장의 생산량은 유럽 지역 수요 대응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한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보내야 하지만 이 경우에는 운송비가 만만치 않다. 실제 넥센타이어 체코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520만 본 수준인 반면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의 생산량은 1800만 본에 달한다.
다른 라이벌인 금호타이어는 유럽에 이렇다 할 생산 거점이 없다. 다만 금호타이어는 최대주주인 중국 더블스타를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더블스타와 원재료를 공동 구매하는 한편 중국 공급망을 원활히 확보하고 있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더블스타처럼 원가 절감에 도움을 줄 요소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넥센타이어는 올해 초 체코 공장 증설에 들어갔다. 체코 공장 증설은 2023년 6월 완료될 예정으로 증설 후 목표 생산량은 연간 1100만 본이다. 증설이 무사히 완료되면 넥센타이어의 운송비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체코 공장 증설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넥센타이어의 부채비율은 2020년 9월 123.86%에서 2022년 9월 154.54%로 2년 사이 30.68%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조 2874억 원에서 1조 6150억 원으로 3000억 원 이상 늘었다. 최근 같은 고금리 기조에서는 이자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안 그래도 적자를 기록 중인 와중에 금융비용까지 늘어나면 넥센타이어의 재무는 당분간 악화될 수 있다. 넥센타이어는 최근 서울시 마곡동 소재 부동산을 넥센타이어 유럽법인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NICE신용평가는 지난 12월 5일 넥센타이어의 장기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형진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체코 공장 2단계 투자진행에 따른 자금소요가 지속되면서 2022년 회사의 잉여현금 창출은 제한되고 있으며 중단기적으로 잉여현금흐름 적자 시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자체적인 현금창출능력이 크게 저하된 점 등을 감안하면 재무안정성 개선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
넥센타이어는 미국 시장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되는 타이어에 반덤핑 과세율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넥센타이어의 과세율은 14.72%로 한국타이어(27.05%)나 금호타이어(21.74%)보다는 낮지만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미국 현지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8월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을 위해 15억 7500만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조지아 공장 증설에 들어갔다. 그러나 넥센타이어는 미국에 이렇다 할 생산 거점이 없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리면 넥센타이어의 북미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넥센타이어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체코 공장 증설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한 가운데 미국 공장까지 건설하면 넥센타이어의 재무구조는 더 악화된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넥센타이어에 대해 “체코 공장 증설 투자가 일단락된 후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공장 신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확대된 재무 부담을 단시일 내 유의미한 수준으로 축소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체코 공장 증설에 대한 자금이 확보된 상태이므로 앞으로 차입금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서 향후 재무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현지 공장과 관련해서 확정된 것은 없지만 검토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