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격리 특화 숙소 서비스로 호응…조산구 대표 “K-STAY 서울 통해 공유숙박 한류 모델 만들 것”
#국내 유일 합법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
조산구 위홈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조 대표는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로렌스 버클리 국책연구소에서 컴퓨터 과학자로 일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위치 기반 서비스 기업 넷지오를 창업했다. 세계 최초로 IP 주소를 통해 접속자 위치를 타기팅한 후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미국 대선 당시 해당 서비스를 조지 W. 부시 후보 캠프에 납품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귀국한 후에는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신사업추진팀 임원으로 근무했다.
조산구 대표는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 조 대표는 “저는 인터넷을 오랫동안 다뤘기 때문에 인터넷을 활용한 사업에 식견이 있는 편이다”라며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동해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고, 공유경제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0년대부터 외래 관광객 수용 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유숙박업을 중개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러나 2011년에 제정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따르면 도시 지역 주민은 외국인 관광객에만 본인 거주 주택에서 숙식을 제공할 수 있었다. 내·외국인 구별 없이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관광펜션업이나 농어촌민박업, 한옥체험업 등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에 조 대표는 2012년 한옥 기반 공유숙박 중개 스타트업인 ‘코자자’를 창업했다. 내국인에게도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옥체험업으로 등록했고, 2018년에는 사명을 위홈으로 바꿨다.
한옥체험업으로 등록된 위홈은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규제가 그대로일지는 몰랐다”며 “10년간 외국인 관광도시민박업 관련 규제는 한 줄도 안 바뀌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먼저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설명을 들은 조 대표는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홈은 2019년 말 실증특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서울시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내국인에게도 도시 민박을 중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증특례를 받은 후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 유효기간은 2년이므로 그 사이에 성적을 증명해야 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유효기간 연장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연장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위홈 입장에서는 서비스 개시를 미루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호스트들의 반발이 컸다. 조산구 대표는 “외국인이 안 오니까 내국인 대상으로 공유숙박업을 해야 하는데 합법적으로 하려면 위홈이 빨리 사업을 개시하는 수밖에 없다는 호소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조 대표는 이해타산보다 호스트들과의 상생을 택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에 사업을 개시한 것이다.
#지역의 강점 살려 위홈만의 ‘특화 숙소’ 제공하기로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사업이 침체되면서 위홈의 실적도 위태로운 수준이었다. 위기에 직면한 조산구 대표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코로나19 기간 자가 격리용 숙소를 제공하는 방안을 떠올린 것이다. 특례승인 조건에 내국인의 독채 사용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는 위홈의 첫 번째 특화 숙소 서비스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자가 격리 숙소의 수요를 떠안으며 위홈의 거래량과 매출이 크게 늘었다.
자가 격리 숙소 덕에 사업도 궤도에 올랐지만 조산구 대표의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업을 중개하는 기업은 위홈뿐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암암리에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을 꾸준히 중개해왔는데도 이렇다할 단속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산구 대표는 “A 업체를 통한 내국인 공유숙박이 적발될 경우 호스트만 처벌받고 플랫폼은 아무런 단속을 받지 않고 있다”며 “어렵게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힘 빠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에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다. 조산구 대표는 틈새시장 공략을 기획했다. 위홈을 통해 자가 격리 숙소를 제공했던 것처럼 해당 지역의 강점을 결합시킨 특화 숙소 서비스를 제공하면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산구 대표는 “K-STAY 서울이라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라며 “호텔 서비스와 공유숙박의 장점을 결합한 로컬서비스로 서울에서 1만 5000여 객실을 동원해 숙박뿐만 아니라 기타 관광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위홈이 현재 제공 중인 특화숙소로는 종합병원 근처에서 환자와 가족이 거주하는 ‘케어스테이 서비스’가 있다. 향후 ‘장기숙박’과 워케이션(휴가지에 머물면서 일을 병행하는 근무형태)을 결합한 형태의 숙소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올해 11월에는 위홈에 커다란 호재가 발생했다. 여행 사업이 활성화하면서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하는 구글 트래블 애플리케이션(앱)에 ‘즐길거리, 항공편, 호텔’ 다음 순서로 ‘공유숙박’ 탭이 새로 생긴 것이다. 공유숙박업을 제공하는 숙소를 검색하고 예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위홈이 유일하게 진입했다.
공유숙박 실증 특례는 2024년 7월 14일까지 연장됐다. 서비스 지역은 기존 서울시 지하철역 1km 이내에서 서울시 전역으로 대폭 확장됐다. 위홈은 샌드박스 특례 기간 동안 약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2만 명의 게스트가 위홈을 통해 약 8만 박 동안 공유숙박을 경험했다. 조산구 대표는 “2025년까지 연간거래액이 5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유숙박에 대한 니즈가 치솟고 있는 데다 한류의 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허황된 수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 사업을 시작하고 호스트와 상생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K-STAY 서울을 통해 공유숙박의 한류 모델을 만들어 더욱 발전하는 홈셰어링 플랫폼이 되겠다는 각오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