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의 잇단 신사업 투자 인수 염두 행보 분석도…LGU+ 콘텐츠 경쟁력 제고 기대와 OTT 업계 포화 우려 교차
#LG유플러스의 왓챠 인수설 나오는 내막
LG유플러스의 왓챠 지분 인수설이 나오면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왓챠는 과거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졌고, 시중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왓챠는 다양한 콘텐츠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추천 서비스 덕에 인지도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한 만성적인 적자로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왓챠의 기업가치도 크게 하락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그러나 왓챠는 최근 들어 꾸준히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왓챠는 지난 12월 15일 ‘왓챠 개봉관’의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다. 극장에서 상영 중이거나 상영 종료 예정인 영화를 VOD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앞서 지난 10월 13일에는 ‘왓챠 웹툰’을 론칭해 주목을 받았다. 웹툰 서비스는 왓챠의 기존 사업과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왓챠 웹툰을 통해 출시된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 이를 영상화해 통합적인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도 원작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하나의 IP(지식재산권)를 여러 번 활용하면서 그걸 히트시키고 계속 부가가치를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로 왓챠가 외연을 확장해 나가려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왓챠의 신규 서비스 출시는 LG유플러스의 투자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왓챠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자체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왓챠는 지난 7월 적자 개선을 위해 신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이후로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왓챠 관계자는 “출시 시기가 공교롭게 보일 수는 있지만 웹툰 서비스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추진하던 사업”이라며 “전략적으로도 웹툰 콘텐츠를 잘 소싱할 경우 영상과 좋은 시너지를 만들고 전체적인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인수 관련 정보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왓챠 인수가 현실화되면?
지난 11월, 증권가에서는 KT와 SK텔레콤의 실적 추정치와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한 반면 LG유플러스의 목표 주가는 하향 조정했다. KT와 SK텔레콤은 비통신사업 분야에서 활발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LG유플러스는 비통신 부문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만으로는 사업 확장성이 떨어지는 까닭에 내년부터 수익성이 정체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비통신 사업 매출 비중을 2027년까지 4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타 통신사에 비해 콘텐츠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텔레콤은 2019년 출범한 국내 1위 OTT ‘웨이브’의 대주주이고, SK브로드밴드는 2021년 자회사 미디어에스를 통해 ‘채널S’를 개국하며 독점 콘텐츠 수급을 꾀하고 있다. KT는 자체 OTT 플랫폼 ‘시즌’과 CJ ENM의 ‘티빙’이 합병하면서 웨이브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는 평가다. KT는 계열사 스카이TV의 ENA 채널을 통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히트시키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에야 미디어 사업을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1월 유·아동 전용 미디어 플랫폼 ‘아이들나라’를 키즈 전용 OTT 서비스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히며 OTT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10월에는 지상파 프로듀서(PD)들을 영입해 콘텐츠 제작 부문 인력을 충원했다. LG유플러스는 IPTV를 전면 개편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여러 OTT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놓았다.
LG유플러스의 왓챠 지분 인수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왓챠는 콘텐츠 수급과 브랜딩에 뛰어나고,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지도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왓챠는 이미 상당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자체 브랜딩이 되어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왓챠가 지닌 IP 자산들을 확보하면 LG유플러스의 콘텐츠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왓챠 입장에서도 웨이브나 티빙처럼 통신사를 등에 업으면 확장성이 커질 수 있다.
OTT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서비스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가입자와 KT 가입자에게는 각각 웨이브와 티빙 이용권이 제공된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이제 이동전화만 갖고 사업하기에는 확장성이 떨어지고 발전성도 낮기 때문에 LG유플러스도 OTT 사업을 본격화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서비스 라인업을 구축하려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OTT 업계가 포화 상태이므로 인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OTT 가입자 수는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최근에는 줄어드는 추세다. 콘텐츠 제작에도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간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미 OTT 사업자가 너무 많고, 모두 적자를 보고 있는데다 이용자가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왕 협력을 꾀할 바에는 물리적으로 합치는 것보다는 콘텐츠 제작을 함께한다든지 화학적으로 시너지를 고민하는 차원에서의 협력이 돼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