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내년 초쯤 출시 예상…초반 인프라 투자·수수료 부과 등 가시밭길 예고
애플페이는 2014년 등장했다. 애플페이가 운영되는 국가는 70여 개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애플페이의 연간 결제액은 약 6조 달러(약 7654조 원)에 달한다. 전통적인 결제업자인 비자(VISA)에 이어 2위다. 그러나 애플페이가 운영되는 70여 개국에 우리나라는 없다. 그동안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했을뿐이다.
이는 애플페이의 결제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사용한다. NFC는 10cm 이내의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기술이다. NFC 모듈을 탑재한 스마트폰 NFC 단말기가 통신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이 보편적이다. MST는 마그네틱 신용카드 정보를 무선으로 전송시켜 결제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 정보를 담은 기기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에 대면 단말기가 신용카드 정보를 자동으로 읽어 들여 결제된다.
문제는 NFC 방식은 NFC 단말기에서만 결제된다는 점이다. 즉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들어오려면 MST 방식을 사용하거나 국내 오프라인 매장이 NFC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큰 문제 없는 MST 방식을 두고 자비로 15만~20만 원을 들여 NFC 단말기를 매장에 들여놓을 소상공인은 드물다. 대형 유통업체나 프랜차이즈 등 본사 지원을 통한 단말기 설치가 주를 이뤘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의 국내 진출설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지난 11월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 도입설’이 제기됐다. 여기에 애플이 국내 iOS에 도입하지 않았던 ‘애플페이 시작하기’ 메뉴를 추가한다든지, 국내용 애플 미디어 서비스 이용 약관을 수정하는 등 해당 소문에 힘을 보태는 이슈들이 나타났다. 당시 양사는 애플페이 출시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페이 출시 기대감은 예년과 다르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약관 심사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신청하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현대카드의 약관 유출본이나 택시 광고 태블릿에 뜬 애플페이 서비스 출시 광고영상 등을 통해 11월 30일에 애플페이가 출시될 것이라고 점쳤다.
애플페이의 11월 출시는 무산됐다. 금감원이 약관 심사를 지난 5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약관 심사는 통과됐다. 이제 금융당국의 법률 검토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는 국내 가맹점 결제정보를 비자·마스터카드의 결제망을 거쳐 승인하는 방식인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가 제정한 결제시장 표준)를 사용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두고 국내 가맹점의 결제 업무를 해외 사업자가 대신 처리할 수 있는지,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기술적 안정성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법률 검토를 마치고 2023년 초쯤 출시될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연간 결제액 세계 2위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는 데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은 사실상 삼성페이가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삼성페이는 2015년 MST 방식으로 사업을 하던 미국 모바일 결제 시스템 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해 국내 시장을 단숨에 장악했다. 현재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은 삼섬페이가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애플페이가 사용하는 NFC를 위한 단말기 보급률도 여전히 낮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 개 가운데 NFC 기반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약 10%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단말기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단말기 설치비용을 소상공인에 지원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말기 도입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290만 가맹점에 15만 원가량의 단말기를 도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단순 계산으로도 4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 비용을 현대카드가 모두 지불하는 것도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업자와 부가통신업자는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대형신용카드가맹점 및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결제 방식의 확산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카드사가 가맹점에 단말기 설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즉 현대카드의 비용 지원으로 설치된 단말기들을 현대카드만 독점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단말기다. 일단 단말기가 저렴하지 않다. 게다가 판매 데이터를 관리하는 일명 포스기(POS, Point of Sales)에 NFC 결제가 정리되도록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해야 한다. 소상공인에게는 귀찮은데 돈도 써야 하는 셈이다. 단말기 설치로 매출이 급상승하지 않는 이상 내 돈 내고 단말기를 살 사람은 드물 것 같다. 따라서 초기에는 현대카드와 계약을 맺은 대형 유통업체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시작으로 서비스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결국 소상공인들의 단말기 확보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애플페이 출시를 위해 현대카드와 독점 계약을 한 것이라면 이들의 계약기간에는 애플페이에서 현대카드만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가맹점 수도 적은데 이용자도 현대카드 소지자로 제한되기에 애플페이의 시장 진입 초반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애플페이는 카드사가 애플에 별도 수수료를 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삼성페이는 사용자가 자기 카드를 등록해서 쓰기에 카드사가 따로 낼 수수료는 없다.
앞의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페이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가 수수료다. 결제 수수료가 높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애플에도 수수료를 줘야 한다면 카드사나 VAN사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독점 계약이 사실이라면 애플페이 출시 첫해는 현대카드만 알아서 잘하면 될 일이지만, 결국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서 범용성을 얻으려면 국내 카드사 대부분과 협약해야 한다. 이들과 수수료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도 애플페이 성공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