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숙박업 관련 플랫폼 규제 없고 관할부서 산재…에어비앤비 “정부 논의 참여 중”
#국내에서 깜깜이 운영 중인 에어비앤비
국내법상 호텔, 모텔, 펜션 등은 숙박업 허가증을 받아야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면서 공유숙박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전세계 220여 국가에 진출한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덕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실상 숙박업소처럼 운영하면서도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숙소나 도심에서 불법인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을 암암리에 운영하는 숙소들을 아무런 필터링 없이 중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공유경제 리서치회사 에어디엔에이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기준 서울, 제주, 부산, 전북, 전남, 강원, 충북에서 약 5만 개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인천과 경기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숫자는 더 커진다. 그러나 2022년 9월 기준 에어비앤비 입점숙소 중 외국인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관광펜션업 등에 등록되어 있는 숫자는 5000개가 채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비앤비 입점 숙소 중 합법 숙소가 10% 미만이라는 뜻이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적지 않다. 호스트들이 ‘깜깜이 운영’을 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숙박업허가대상지들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위생점검도 받지 않는다. 마약 투약이나 성범죄 등 범죄 현장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공중위생법과 관광진흥법, 전자상거래법과 정보통신망법을 모두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 해결은 어렵지 않다. 입점을 희망하는 호스트들에게 사업자등록증과 영업신고서를 요구하면 된다. 2022년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손희석 에어비앤비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내부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확인한 결과 국감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업자등록증과 영업신고서 없이도 에어비앤비 숙소 등록이 이뤄지고 있었다.
반면 동종업계인 야놀자나 여기어때 등의 국내 플랫폼은 사업자등록증과 영업신고서를 확인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을 중개할 수 있는 위홈 또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영업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비앤비의 매출은 고속성장하고 있다. 문진석 의원실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전체 거래액 추정치는 2021년 1분기 1539억 원에서 2022년 2분기 5354억 원까지 크게 늘어났다. 2022년 7월 거래액 추정치는 2240억 원에 달한다.
#호스트만 단속해봤자…
지자체의 최근 5년간 미신고 숙박업 단속 결과를 보면 전국에서 단속된 불법 숙소의 약 80%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중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아무런 규제와 단속을 받고 있지 않다. 플랫폼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모든 숙소가 불법 숙소는 아니기에 핀셋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2022년 6월 22일부터는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관련 조항이 개정 시행됐다. 법제처는 미신고 숙박업소의 꾸준한 적발에 따라 숙박업 개설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영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취지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미신고 숙박업 영업을 한 자에 대한 처벌 기준은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됐다.
문제는 공유숙박업의 특성상 온라인에 상세주소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단속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공유숙박업에 종사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숙소를 대략적으로 파악해 지자체 구청의 관광과로 신고해도 '외도민업에 등록되지 않은 숙소는 주소 조회가 안 되기 때문에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할 때가 많다. 암암리에 영업하기 좋은 조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할부서가 쪼개져 있다는 점도 단속을 까다롭게 하는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국회 행안위 한 관계자는 “숙박업 신고는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에 하게 돼 있고 위생점검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저희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을 잘 준수하는지만 관리하고 있고 에어비앤비에 올라오는 호텔업, 펜션업, 일반숙박업까지는 우리 소관은 아니다”라며 “플랫폼을 직접적으로 단속할 근거가 없으므로 지자체와 경찰이 합동으로 불법 단속을 해 나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근본적인 규제 근거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진석 의원실 한 관계자는 “뉴욕이나 런던, 암스테르담 등의 도시에서는 법령 개정이나 지자체와 에어비앤비의 협의를 통해 한국에서 자행되는 바와 같은 불법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등재한 사람이 적발돼도 중개업자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지자체와 협업해 우버를 고발했듯이 국내에서도 정부기관이 책임지고 에어비앤비의 불법 영업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의 한 관계자 또한 “호스트에 대한 단속법규만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 법을 다듬어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어비앤비 측은 “호스트에게 제도 준수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있다”면서 “또한,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