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덴트 회계담당 극단 선택으로 강종현 남매 수사 차질…‘1심 무죄’ 이정훈 빗썸홀딩스 전 의장 복귀 가능성
빗썸은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비덴트→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이니셜1호투자조합’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인바이오젠과 버킷스튜디오의 대표를 강종현 씨의 동생 강지연 씨가 모두 맡고 있다. 강지연 씨는 빗썸홀딩스의 지분 34%를 가진 비덴트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대신 빗썸코리아 사내이사를 맡으며 빗썸 안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박 아무개 부사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배우 박민영 씨와 강종현 씨의 열애설 보도 이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채희만 부장검사)는 강종현 씨 남매가 공모해 회사 돈을 횡령하거나 주가를 조작한 정황을 파악하고 10월 7일 비덴트와 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 등 관련 업체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도 하나씩 등장했다. 수사 직후 강종현 씨의 여동생 강지연 씨는 빗썸코리아 사내이사 자리에서 사퇴했다. 또 강종현 씨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박민영 씨와 헤어졌다”며 “빗썸과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 진행됐다. 비덴트 등 관계 회사들에서 발생된 전환사채(CB), 이를 통해 발생한 수상한 자금 흐름 등에 대한 수사가 차질 없이 진행됐다.
최근 비덴트의 공시총책임자 박 아무개 부사장이 갑작스레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박 부사장은 12월 마지막 주 초반에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사흘여 후인 12월 30일 새벽 서울 동작구의 모처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사장을 잘 아는 지인들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박 부사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 만났다는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온 뒤 담담하게 ‘기소될 수 있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재판을 받게 되면 어떻게 대응하려 하는지 본인 계획을 얘기했다”며 “‘변호사 비용을 조금 도와주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본인이 부담할 수 있다며 거절을 했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떠날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박 부사장은 강 씨 남매 밑에서 회계를 총괄 담당했는데, 최근 비덴트에서부터 시작되는 수사 흐름에서 ‘회계 관련 총책임자’로 몰리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부사장과 최근까지 연락을 했다는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강 씨 남매가 주도한 부분들까지도 박 부사장이 뒤집어쓰는 구조가 되어 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듯이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강 씨 역시 이 사실을 언론 취재가 시작된 직후 알게 됐다는 후문이다. 강 씨를 아는 지인은 “강 씨에게 박 부사장 사망 소식을 오전에 알려줬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검찰 수사 진행은 어떻게?
사건 핵심 피의자의 사망으로 검찰 수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덴트에서부터 시작되는 복잡한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게 박 부사장이었기 때문이다. 강 씨 남매가 표적이 된 수사 구조 속에서 박 부사장처럼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이의 수사협조는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박 부사장이 사망하면서 ‘책임’이 모두 박 부사장에게 귀결될 우려가 나온다.
앞선 자본시장 관계자는 “강종현 씨가 아무 직함도 없으면서 인바이오젠이나 버킷스튜디오의 법인 카드를 쓰고 다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며 “강지연 씨도 결국 강종현 씨가 내세운 사람인데, 이를 설명해 줄 박 부사장이 사망한 것은 검찰 수사 난항이 예상되는 근거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강 씨가 시장에 가짜뉴스를 흘리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려 한 시도 등도 역시 회사 내부에서 공시를 총괄한 박 부사장이 잘 아는 내용”이라고 우려했다.
검찰 수사가 ‘진짜 빗썸 오너’를 밝히는 것 역시 차질이 예상된다. 여러 보도를 통해 강종현 씨가 빗썸 오너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자본시장에서는 강 씨가 빗썸 실질 오너가 아니라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강종현 씨의 자금 역시 출처가 있기 때문이다. 돈줄 역할을 한 것은 원영식 초록뱀미디어 회장인데, 원 회장은 강종현 씨의 CB에 여러 차례 투자해 거액을 벌었다.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가 발행한 CB에만 14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다. 때문에 강 씨 뒤에는 원영식 회장이 있다는 게 공공연한 후문이었다.
하지만 박 부사장의 사망과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의 1심 무죄 선고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복잡하다는 빗썸의 지배구조가 변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배구조의 한 축인 원영식 회장은 최근 강종현 씨 논란이 확산되자 거리를 두고 있다. 원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록뱀컴퍼니는 보유하고 있던 CB를 처분해 기존 6.39%에서 1.09%로 비덴트 지분이 줄었다고 10월 21일 공시했다. 앞선 자본시장 관계자는 “원 회장이 빗썸의 경영권 확보도 염두에 둔 적이 있었지만, 최근 강 씨 남매 논란 이후 선을 긋고 있다”며 “강 씨 남매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도 함께 추진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덴트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CB 조기 상환 및 투자조합원 탈퇴 등으로 발을 빼고 있다. 이들은 비덴트 등 강 씨 남매를 향한 검찰 수사가 끝나면 상장폐지 등의 후속 조치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전 의장 경영권 더 단단해지나
빗썸 지배구조의 핵심 위치인 빗썸홀딩스 의장에 2020년 4월 취임하며 처음으로 스스로 언론에 나서 “내가 빗썸의 진짜 주인”이라고 밝혔던 이정훈 전 의장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와의 갈등 속에 10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됐던 이정훈 전 의장은 1월 3일 오후 2시 열린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의장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모회사인 빗썸홀딩스 지분 인수와 빗썸코인(BXA) 상장을 명분 삼아 투자를 유도한 혐의(사기)로 2021년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계약금과 위약금 등 명목으로 1100억여 원을 뜯어냈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들이 ‘사기’로 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이 전 의장의 무죄를 판단했다.
이 전 의장을 잘 아는 자본시장 관계자는 “비덴트로 연결돼 빗썸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 축(원영식 회장·강 씨 남매)이 발을 빼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꾸로 이는 이정훈 전 의장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의장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빗썸을 둘러싼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시도를 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