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박종흔 ‘반로톡’ 안병희 ‘중립’, 변호사 직역 수호 선거 이슈로…결선·전자투표 폐지도 변수
이번 대한변협 회장은 특히나 ‘인사’에 있어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장 임기 내에 대법관 13명 가운데 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대법원장과 공수처장도 2년 안에 새로 뽑혀야 한다. 대한변협 회장은 인사위원회에 상시 포함되는 멤버인 덕에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쥔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이를 활용해 법조계 가장 큰 이슈인 ‘로톡’ 문제를 놓고 정부와 소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입후보를 한 이는 3명이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이번에 바뀐 선거 제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선투표제를 폐지하고 전자 투표도 사라졌는데 자연스레 ‘조직동원력이 좋은 후보’가 유리한 선거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변협 회장의 ‘인사 추천권’
2023년에는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소장이 모두 교체된다. 임기는 모두 6년. 대법관들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교체도 줄지어 예정돼 있다. 2023년 3월에는 이선애 헌재 재판관, 4월에는 이석태 헌재 재판관, 7월에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9월과 11월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각각 임기가 끝난다.
2024년까지 범위를 넓히면 더 많아진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안철상·민유숙 대법관(2024년 1월)을 시작으로,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2024년 8월), 김상환 대법관(2024년 12월)의 임기가 만료된다.
그리고 이 인사 때마다 대한변협 회장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와 검찰총장,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에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임명 때에도 당시 대한변협 회장의 추천이 주효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야의 입장차 속에 ‘법조인의 객관적 추천’이라는 지점이 설득력을 얻었다. 또한 대한변협은 헌재 재판관 후임 후보자들 역시 공개적으로 추천해 왔다.
#인사권 지렛대 삼아 로톡 문제 매듭짓나
여소야대 국면 속 대한변협 회장의 대법관·헌재 재판관·공수처장 추천은 윤석열 정부에게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번 대한변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부 대관 능력 확대를 통한 로톡 문제 해결’이 이슈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후보로 출마한 이는 3명. 김영훈(사법연수원 27기), 안병희(군법무관시험 7회), 박종흔(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의 3파전이다.
그렇지만 정책은 비슷하다. 이들은 모두 법률 플랫폼 갈등 문제에 대해 기존 대응책인 ‘로톡 인정 불허’를 유지하고 있다. 로톡에 대응해 만든 대한변협의 무료 법률 서비스 플랫폼 ‘나의 변호사’ 도입 업무를 담당했던 김영훈 후보는 “사설 플랫폼 아웃”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박종흔 후보도 “변호사 직역 수호”를 공약으로 앞세우며 로톡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안병희 후보는 “변호사의 로톡 이용을 원천 금지하면 안 된다”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취임 후 100일 안에 민간 플랫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안 후보의 핵심 공약이다.
변호사만 3만 3000명에 달하고, 매년 1700여 명에 달하는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로톡' 같은 법률 플랫폼 갈등 문제 해결과 변리사·법무사·노무사 유사 직역 분쟁 등에서 변호사 직역 수호를 누가 더 잘할 수 있을 것인지가 선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 선거 캠프 소속 변호사는 “결국 '로톡 vs 반로톡'으로 나뉜 표심이 반영될 텐데, 본인의 선거 공약을 토대로 윤석열 정부와 소통해 변호사의 직역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차기 회장의 역할”이라며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주요 법조계 인사 추천권이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해야 하는 정치 능력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후보들도 일제히 정부, 국회 등과 긴밀한 소통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김영훈 후보자는 “지방변호사회와 굳건하게 연대해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밀착 마크하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안병희 후보자는 “대국회전담TF(태스크포스)도 구성해 변호사 자격 국회의원 보좌관에 대한 촘촘한 관리와 국회 출신 변호사들의 네트워크도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종흔 후보자 역시 “그동안 변호사들은 대관업무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으나 이제 변호사들의 니즈가 입법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며 대국회 활동 강화를 천명했다.
#달라진 선거방식…선거전 치열
반로톡 2명, 중립 1명인 구조 속 이번 선거의 변수는 선거 방식 변화다. 10년 만에 결선 투표 없이 본투표만으로 진행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22년 4월, 득표율 상위 2명을 대상으로 치렀던 협회장 결선투표제의 폐지를 결정했다. 대한변협은 4월 25일 정기총회에서 참석 대의원 334명 중 188명(56.3%)의 찬성으로 협회장 결선투표제를 폐지를 확정했다. 기존에는 1차 투표에서 유효투표수 3분의 1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의 후보자에 대해 결선투표를 실시해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도록 정했었는데, 이를 손본 것이다.
전자 투표도 사라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투표 시스템인 케이보팅(K-Voting)이 민간 기관·단체 지원 서비스를 종료함에 따라 이번 협회장 선거에는 전자 투표가 진행되지 않는다. 3명의 후보들 가운데 누가 얼마나 많은 유권자(변호사)들을 투표장에 동원할 수 있느냐가 선거 당락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익명의 서울변회 관계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시장의 대다수가 된 상황인데, 로스쿨 출신들은 과거 사법시험 출신들과 다르게 ‘뭉치는 문화’가 약하다”며 “각 캠프들마다 바뀐 선거 시스템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전투표, 본투표를 독려하는 게 주된 요청이 됐다. 동시에 회원 규모가 있는 법조인 모임들이나 연구모임,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치열한 선거전이 치러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대한변협이 지나치게 ‘이익 수호 단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조인들을 대표하는 명예직이었던 대한변협 회장이 이제는 변호사들의 이익을 대표하고 수호하는데 집중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놓고 ‘소득 증대’를 내걸은 공약들이 나오는 것도 문제”라며 “대한변협이 가진 위상과 권한을 깊이 고민해 보고 법조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이번 선거 시스템이 이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