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FTX 사태 맞으며 빙하기 돌입…“2023년 지루한 장세 예상” “업계 불확실성 해소되면 반등” 엇갈려
루나는 2022년 5월 5일 기준 업비트 종가 22만 3962사토시(1사토시는 비트코인 1억 분의 1)였으나 5월 12일 1사토시로 추락했다. 시가총액 약 50조 원, 글로벌 8위 가상자산 프로젝트였던 루나는 국내외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면서 가치가 거의 없어졌다.
루나가 폭락하면서 여파는 엄청나게 번져나갔다. 루나에 투자하거나 루나와 관련된 '앵커 프로토콜'에 투자한 프로젝트, 사업들이 연쇄적으로 부도가 나기도 했다.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침체되면서 상승에 베팅한 프로젝트나 사업들도 무너졌다. 2022년 6월부터 몇 달 동안 거대 프로젝트가 부도나거나 파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쓰리애로우캐피탈(3AC), 바벨 파이낸스, 셀시우스 등 파산·부도 소식이 전해졌고 이처럼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닌 중소 규모 프로젝트나 사업 부도는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다. 국내에도 많은 프로젝트가 앵커 침몰에 영향을 받았다.
가상자산 시장이 루나 사태에서 점점 벗어나는 듯했던 2022년 11월 루나 사태보다 더 큰 핵폭탄이 떨어졌다. 세계 3위 거래소로 평가받던 FTX의 파산이다. FTX를 이끄는 샘 뱅크먼 프리드(SB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할 당시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아, 개인 기부금 규모 2위를 기록하기도 한 조만장자였다. 그런데 SBF가 어느 프로젝트보다 안전하리라 예상했던 거래소 돈을 자기 주머니처럼 사용하다 파산해버린 것이다. FTX에 돈을 넣어둔 투자자는 돈을 찾을 수도 없게 됐다.
험난한 한 해를 지나온 가상자산 시장은 다시금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2022년 12월 30일 기준 비트코인 1개 가격은 1만 6600달러, 우리 돈 약 2100만 원 수준이다. 1년 전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약 5만 달러였다. 1년 만에 약 3분의 1토막 난 것이다. 2023년 비트코인, 가상자산 가격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마다 견해가 엇갈렸다.
가상자산 시장 한 관계자는 2023년을 지루한 장세로 예상했다. 2022년 7월 약 비트코인 1개는 약 2500만 원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비슷한 가격을 보이다 FTX 사태를 맞아 약 2100만 원대로 내려와 유지 중이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을 예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전제로 개인적 견해를 밝히자면 2023년에도 2022년 하반기처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 같다. FTX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을 넘어 사망한 수준”이라면서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알트코인은 대부분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다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정도는 버티면 오를 것이란 믿음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 다른 관계자는 FTX 사태로 인해 비트코인도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비트코인은 기관 투자자 자금 유입을 결정적인 상승 기회로 봤다. 캐시 우드 ARK 인베스트 대표도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ARK 인베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중 2.55%를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으로 보고 상승을 예측했다”면서 “그런데 FTX 사태가 터지면서 가장 안전해야 할 거래소가 황당할 정도로 관리가 안되는 것을 보고 기관투자자들도 비트코인이나 가상자산 투자를 꺼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견해를 내놨다. 정석문 센터장은 “시장이란 미래에 대한 기대치 변화를 반영하며 움직인다. 2022년 하락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치가 재조정되는 과정이었다. 연초에는 2% 정도가 피크라고 기대했지만 그 기대치가 서서히 3%, 4%로 올랐고 시장은 이러한 기대치 변화를 반영하며 하락했다”고 2022년을 평가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2023년 초에도 분명 금리 인상은 지속될 것이지만 12월 금리 인상 폭을 0.75%에서 0.5%로 줄이며 피크 예상치인 5%가 시야에 들어왔다. 중요한 것은 인상 자체가 아니라 이 수준이 피크가 될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이 높아지면 금리와 별개로 시장은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알트코인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란 의견에 정 센터장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정 센터장은 “위험자산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그 중 일부 자금은 알트코인으로 들어올 수 있다. ‘끝났다’, ‘아니다’를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면서 “알트코인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판단하기 어렵다. 알트코인은 갈수록 실험적인 요소가 더욱 커지기 때문에 사라진다고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이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자산 배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TX 사태로 기관 자금 유입이 멀어질 것이란 의견에도 정 센터장은 동의하지 않았다. 정 센터장은 “기관도 여러 종류가 있다. 단기적인 트레이딩 수익이 목적인 기관은 주춤할 수 있지만 장기적 기관 자금은 (하락 폭이 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크리스마스 비트코인 가격을 토대로 2023년에는 2022년보다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2013년 크리스마스부터 2022년 크리스마스까지 1년 단위로 봤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2년 연속 하락한 적이 없다”면서 “2017년 크리스마스 비트코인 1개 가격은 1만 4000달러였는데 2018년 크리스마스에는 3815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2019년 7275달러, 2020년 2만 4665달러, 2021년 5만 430달러로 3년 연속 상승했다. 다시 2022년 크리스마스에 1만 6831달러를 찍었지만 미신 같긴 해도 이 하락 이후 다시 상승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코빗 리서치센터 2023년 가상자산 전망’이란 리포트에 따르면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2023년 스테이블 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이나 De-Fi(탈중앙화 금융)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셀시우스, 3AC, FTX에서 발생한 뱅크런 등을 통해 중앙화된 주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위험한 자금 운용이 지적됐다. 이에 탈중앙화 금융이나 프로토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 “루나 사태, 셀시우스, 3AC, FTX 사태는 많은 이들에게 막심한 손해를 입혔다.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명확한 규제가 도입되어 지금까지 많은 부분이 비법, 무법 상태에 있었던 가상자산 업계에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전통 금융 및 기관투자자 진입을 촉진하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법정화폐 대비 가격 등락이 심한 가상자산은 일반 상거래나 소액 결제용으로 쓰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나 대형 기관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블록체인이 대중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2023년을 스테이블 코인이 주목받는 한 해로 예측하면서 “넥스트 달러로서 스테이블 코인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USDT 발행사 테더(Tether)와 USDC 발행사 서클(Circle), BUSD 발행사 바이낸스(Binance) 등 3개 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스테이블 코인 사용처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