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정치탄압 규정, 민주당 임시국회 소집…수사 본류는 대장동, 검찰 구속영장 서두르지 않을 듯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고, 대신 성남 FC에 후원금을 내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 뇌물 혐의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되레 검찰의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자들이 대거 검찰청사 앞에 모여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소환을 앞두고 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소집하며 ‘방탄국회’를 위한 준비도 마쳤다.
검찰은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검찰의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정치적으로 맞서는 만큼,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드러났을 때 이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이 대표를 겨눈 본류 사건은 성남 FC 후원금 의혹이 아니라,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인 만큼 무리하게 구속영장 청구를 하진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작심 발언 쏟아낸 이재명
지지자들의 응원 속에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는 준비한 문장들을 읽어가며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저와 성남시 공직자들의 주권자를 위한 그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며 “검찰 소환이 유례 없는 탄압인 이유는 최초의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라,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법한 광고계약을 하고 광고를 해주고 받은 광고대가를 굳이 무상의 후원금이라고 우긴다”며 “운영비가 부족하면 성남시 예산 추가 편성해서 지원하면 그만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이 성남시 예산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것이 여러분은 상상이 되냐”고 덧붙였다. 또 김대중 대통령의 내란 음모죄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검찰 소환이 “검찰리스크이자 검찰쿠데타”라고 규정했다.
#이재명 대표의 혐의는?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당시 성남시가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성남 FC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두산건설, 네이버 등 기업들로부터 자신이 구단주를 맡은 성남 FC에 170억 원에 달하는 돈이 후원금으로 전달된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의 행위가 매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공무원이 직접 돈을 수수하지 않고 직무집행 자체가 문제가 없어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두산건설과 네이버 모두 성남 FC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전후로, 건축 인·허가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았다. 검찰은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내도록 요청받았다”는 진술 및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성남시에 보낸 민원 공문 등이 후원금의 대가 성격으로 이뤄진 점을 입증하기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토대로, 2022년 9월 전 두산건설 대표와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을 각각 뇌물공여와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의 공소장에서 이미 이재명 대표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정책실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이들의 지시 속에 이뤄진 일이라는 판단을 이미 한 셈이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소집
검찰은 제1야당 대표의 소환이라는 점, 또 민주당의 정치탄압 반발을 고려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 역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유민종 부장검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기업 후원금’이 ‘기업 민원 해결’로 이어지는 과정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를 추궁했다고 한다.
이 대표 역시 이번 조사를 앞두고 광주고검장 출신의 박균택 변호인을 선임하고, 주말 일정을 비운 채 검찰의 예상 질문을 추려 준비하는 등 무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 대표 측은 검찰 조사에서도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후원금 유치는 규정에 따른 적법한 광고 영업이고 각종 인·허가 처분은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만약을 대비한 임시 국회를 소집했다. 민주당은 1월 6일 국회에 박홍근 원내대표 등 169명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했다. 국회 규정상 소집요구서 제출 사흘 뒤부터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된다. 소환 하루 전인 9일부터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됐는데, 임시국회는 국회법상 여야가 합의하거나 의원 4분의 1이 동의할 경우 개최할 수 있다.
민생 현안, 북한 무인기 침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 각종 현안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대표 방어를 위한 방탄국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를 대비해, 이를 기각하기 위함이라는 풀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미 이재명 대표를 포함, 민주당에서 사건을 어떻게 비판할지 예측이 가능하지 않았냐”며 “임시국회를 열어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했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만으로, 곧바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러 검찰청에서 이뤄지는 수사 중 비교적 사안이 가벼운 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앞선 변호사는 “정치인 수사는 대검찰청에서 영장 청구 등 굵직한 결정을 내린다”며 “본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이기 때문에 성남 FC 후원금 사건만 가지고 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을 것 같다. 기각됐을 때 다른 사건들의 수사가 ‘정치탄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검찰의 속내는 ‘민주당의 분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환 및 기소를 통해 범죄 혐의가 언론에 공개되면 민주당 내에 반 이재명 계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서 검찰에 더 유리한 수사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에 당 지도부가 동행한 것에 대해 “방탄프레임을 더 공고히 해 주는 것”이라며 “방탄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아니라는 알리바이를 대기 점점 힘들어진다”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의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가 나오거나 사법적인 절차가 획기적으로 진전이 될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지금 분위기에서 검찰은 무리할 필요가 없다”며 “검찰은 천천히, 확실한 증거를 토대로 확실한 범죄혐의만 수사하면 되고 이를 국회나 법정 등 공개된 자리에서 공개해 여론의 판단까지 받으면 된다. 시간은 검찰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