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비난 여론 피하기, SM 또는 큐브 인수 후 합병 가능성…카카오엔터 “확정된 바 없다”
#우회상장 가능성 제기되는 까닭
지난 1월 11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피랩인베스트먼트(PWARP INVESTMENT PTE)는 카카오엔터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조 154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 피랩인베스트먼트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발생되는 신주는 보통주 452만 3354주로, 2회차에 걸쳐 납입이 진행된다. 2월 20일에 9000억 원이, 7월 20일에 2560억 원이 납입될 예정이다.
PIF는 총자산이 6200억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다. GIC는 카카오엔터의 2대 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에쿼티)의 펀드 출자자(LP)다. 앵커에쿼티는 2016년 카카오페이지(당시 포도트리)에 1250억 원을 투자했는데, GIC가 앵커에쿼티 컨소시엄의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국내 사모펀드 H&Q코리아도 카카오엔터에 1000억~2000억 원을 투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정된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는 10조 원 초반 수준으로 알려진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추진해왔다.
1조 2000억 원의 실탄을 장착한 카카오엔터는 글로벌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 밝혔다.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 가능성에 주목한다. 카카오엔터의 주요 자회사인 안테나, 스타쉽‧IST‧이담엔터테인먼트에는 아이유, 아이브, 에이핑크, 더보이즈 등이 소속돼 있다. 그럼에도 경쟁사인 네이버에 비교하면 케이팝 아티스트 역량이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와 적극적으로 엔터 사업을 협력하고 있다. 2021년 네이버는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당시 비엔엑스)에 4110억 원을 투자해 지분 49%를 취득했으며, 팬 플랫폼 ‘브이(V)라이브’ 사업부를 위버스컴퍼니에 양도했다. 또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YG엔터의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인수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되는 기업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다. 카카오엔터는 SM엔터와 지난해 초부터 경영권 인수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8.46%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SM엔터에는 소녀시대, 샤이니, 레드벨벳, 에스파, NCT 등이 소속돼 있다. SM엔터 매각 가격을 두고 양측의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802억 원이다. 그러나 프리 IPO로 자금이 확보될 시 SM엔터를 인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카오엔터의 다른 엔터회사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중 하나가 큐브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다. 큐브엔터가 SM엔터의 소속 아티스트보다 대체로 젊고, SM엔터보다 매각가가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큐브엔터에는 (여자)아이들, 비투비, CLC, 펜타곤 등이 소속돼 있다. 2021년 큐브엔터의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 큐브엔터 관계자는 “논의되는 사항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조달한 자금으로 상장 엔터회사 인수에 나선다면, 추후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엔터사를 인수한 후 카카오엔터 유상증자로 주식 수를 키운 후 인수한 상장 엔터사와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 상장이 훨씬 쉽고 쪼개기 상장에 대한 시장의 비판도 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회상장이든 IPO를 하든 엑시트(투자금 회수)만 하면 된다”라고 했다.
증시 상황이 안 좋다는 점도 우회상장설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SM엔터나 상장사를 인수한다고 하면 우회상장 가능성을 (IPO 가능성보다) 더 높게 점칠 수 있다. 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비상장 기업 가운데서는 우회상장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존에 IPO만 검토했던 한 비상장 기업은 최근 우회상장도 검토대상에 올려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수 후 자회사의 성과가 창출돼야 IPO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데다 상장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우회상장을 택할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기업이 상장하면 없던 가치를 만드는 것이지만, 합병기업의 경우 투자자들은 두 기업의 합친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시장의 검증을 직접 받겠다고 하면 우회상장이 (주가 상승에)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 시점, 예상보다 미루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IPO든 우회상장이든 카카오엔터가 당장 상장에 나서지 않을 거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가 내부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내부 정비를 해야 하고, 광고와 커머스 시장이 굉장히 안 좋아 카카오는 본업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회사 상장 관련해 국민 정서가 상당히 안 좋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어 (카카오엔터 상장과 관련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우회상장을 하면 상대적으로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은 덜 받을 수 있지만, 증시 내에서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당장 상장을 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하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는 유치한 자금을 통해 기업가치 높이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여러 M&A를 통해 몸집을 키웠지만, 아직 수익성은 신통치 못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엔터의 순매출액은 1조 3116억 원으로 2021년 3분기(8580억 원)보다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분기순이익은 2056억 원에서 844억 원으로 줄었다. 부채총액도 1조 7293억 원에 달한다. 2021년 카카오엔터의 매출은 1조 2469억 원, 영업이익은 296억 원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SM엔터 인수는) 논의 중이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 큐브엔터 관련해서도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또 지금까지 회사에서 상장 시기나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