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차기 당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주자들은 하나같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하거나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말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당권주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
당권주자들이 당원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당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일단 총선에서 자신들이 승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소한 현재 정도는 유지돼야 한다. 지금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과 여당과의 원만한 관계가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사례’를 기억하는 당원이라면 대통령과 여당이 대립하는 상황은 절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권주자들은 당원들의 이런 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너 나 할 것 없이 대통령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 혹은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총선이 코앞이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2021년 6월의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떠올리면, 당시 당원과 국민의힘 지지층은 자신들이 변했음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했었다.
당시는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원과 지지자들은 ‘신선하고 파격적인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일단은 대통령실과 여당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할 것이다. 즉, 선거가 얼마나 코앞이냐 그리고 선거 승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의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전당대회와 관련한 또 다른 논란거리는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여부다. 이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선거 중립과 정치적 중립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이기 때문에 총선이나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에서는 중립적으로 선거를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은 선거 중립과는 다르다. 대통령은 당원이다. 만일 대통령에게 선거 중립뿐 아니라 정치적 중립마저 요구한다면 법으로 대통령을 탈당시켜야 한다. 이럴 경우, 이론적으로는 여당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대통령은 여당의 1호 당원이다. 당원이기 때문에 최소한 당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말한다.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히면 당내의 복잡한 역학관계에 얽힐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지지율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급이 없다고 생각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실의 입장에선 ‘최근의 경험’ 때문에 여당과 돈독한 관계를 강력히 희망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의 원활한 지원이 대통령에게 절실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 정치’를 하는 당권주자를 선호하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모든 공직에서 해임 혹은 해촉한 것 같다. 해촉과 해임을 함으로써 대통령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나경원 전 의원은 출마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외통수에 걸렸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물러서면 대통령실이 해촉·해임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친윤과 비윤의 구도로 치러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런데 이런 갈등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전당대회의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제 여론의 관심을 모았으니 그 관심을 긍정적인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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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