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해 거주하는 한국 현실과 동떨어져…지인에 의한 성범죄가 66.4% ‘실효성’도 의문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시카법으로 성범죄자가 격리만 된다면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재범률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밀집 지역에 가해자를 차단하는 것이 도움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이들과 접점이 낮으면 범죄를 저지르는 진입 장벽도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은의 변호사는 미국에서 제정된 제시카법을 한국에서 적용하기에는 한국과 미국의 도시 환경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거주 지역이 도시 중심이 아니라 외곽으로 분산돼 있어 밀집도가 낮고 아파트 단지 중심도 아니”라며 “반면 한국은 도시가 밀집돼 있고 도시 간격도 좁아 가해자가 출소 후 유의미한 거리를 두고 살도록 하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법 자체의 효과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 실장은 “거리 제한과 격리를 통해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오히려 격리된 사람들이 공동체로부터 배척되면 분노나 증오심을 품을 수 있어 문제가 될 것 같다”며 법의 효과는 미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강용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아동 성범죄자 대부분이 자신의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에 제시카법은 이들에 대한 재범 방지에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2022년 3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 가운데 66.4%가 가족과 친척을 포함한 ‘지인’에 의해서 발생했고, 전혀 모르는 사람을 통해 발생한 경우는 30.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법률 전문가들은 제시카법이 헌법 제14조에 명시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봤다. 최강용 변호사는 “제시카법이 시행됨으로 인해 아동 성범죄를 한 번이라도 저지른 자들이 수도권 내에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광범위하게 제한된다면, 이는 성범죄자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법이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적용하는데, 제시카법의 경우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는 “제시카법 입법 시 거주 불가 지역의 범위와 기준 설정에 따라 법제화 가능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지금 300m를 기준으로 제시카법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에서는 사실상 거주를 하지 말라는 조치”라며 “학교 및 아동시설 주변은 차단하면서도 가해자들도 살 수 있는 정도의 거리 설정이 미국이 설정한 거리와는 별개로 판단해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영현 인턴기자
이현이 인턴기자
임종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