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방탄국회, 신병확보 중요치 않아…기소 필요성 강조하며 혐의 공개 시 민주당 ‘흔들’
다만 검찰이 실제로 이재명 대표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법조인은 거의 없다. 민주당이 ‘정치탄압’이라는 판단 하에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간은 검찰 편’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신병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국회와 법원 등에서 얼마든지 공개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를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 지나 대장동 의혹 소환
1월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 대표에게 업무상배임 및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설 연휴 이후인 27일이나 30일 가운데 하루를 선택해 출석 조사를 받으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진행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해 관여한 의혹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기소하면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 내부 비밀을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 씨 등에게 전달하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적시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공소장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교부받았다”는 표현을 담았는데 이 대표에 대해서는 ‘정치적 동지’라고 적시했다.
이 대표 소환 조사를 통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이를 알고도 무시하거나 용인한 수준인지, 혹은 구체적으로 지시를 한 정황이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사업자들에게 수익이 과도하게 주어진 만큼, 성남도시개발공사 또는 성남시에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소된 이들의 재판 과정에서 나왔던 “이재명 대표가 성남도개공 직원에게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등의 사실관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검찰은 야당 수장인 점을 감안해 이 대표 측의 출석 가능일자를 타진하며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대표 측에서 소환에 응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 대표 측은 “확실한 증거 없이 부르면 가지 않겠다”며 정치탄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다만 이 대표가 마냥 소환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환 통보는 영장청구 위한 수순
어차피 검찰의 다음 수순은 구속영장 청구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 소환조사 이후 엿새 만에 이뤄진 소환통보인데, 자연스레 성남 FC 의혹과 대장동 의혹을 합쳐 일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성남 FC 의혹 관련 소환조사가 이뤄진 직후에만 해도 ‘성남 FC 사건만으로 영장을 칠 것’이라는 관측이 잠시 나오기도 했지만,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을 한다는 것은 대검찰청 윗선에서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증거가 뚜렷하고 범죄 혐의가 중대한 상황에서 피의자의 혐의 부인은 곧바로 영장청구 사안이라는 게 검찰의 보편적인 정서다. 대장동 의혹 관련 이 대표가 혐의 부인 입장이 뚜렷한 만큼 소환통보는 영장청구를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이미 수사 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결정이 된 사안”이라며 “다만 성남 FC 의혹 사건으로 영장을 청구하고 대장동 의혹으로 다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탄압'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겠냐”며 소환조사 후 두 혐의를 합쳐 일괄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검찰은 이 대표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위례 개발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그 대가로 대장동 일당에게서 건네진 자금의 목적도 ‘선거용’이라는 진술 등을 확보한 만큼 이 대표의 법적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이 대표 측근들에게 넘어간 돈이 지방선거와 대선 자금 중 어디에 쓰였는지 용처도 파악 중이다.
#신병확보보다는 수사 필요성 강조
다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이재명 대표 신병확보까지 갈 것으로 보는 검사는 거의 없다. 민주당이 절대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고,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마저 부결시킨 상황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사건마다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혐의를 묶어서 접근하는 것은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어차피 기소가 된다면 재판 때마다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 관련 검찰의 증거들이 다 공개가 될 것이고, 그럴 때마다 민주당 내에서는 리더십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수사팀은 지금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 대표에게 제기된 혐의 대부분은 유죄 확정 시 형량이 무거운 편에 속한다. 제3자 뇌물 등은 법원에서 일부 혐의만 소명되더라도 실형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민주당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우리끼리 싸우는 건 이적행위”라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비명계는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직접 대응해야 한다”며 개인으로 맞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민주당은 확실하게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비판했고,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사법리스크 문제가 당에 확산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이 대표가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발언했다. 친명계가 내부총질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안 요청과 함께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민주당은 더 분열될 수 있다.
한 장관은 앞서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요청 때도, 노 의원 관련 구체적인 증거까지 언급하며 ‘범죄 입증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방탄국회라는 이미지가 부담스러운 민주당에게 이재명 대표 관련 구체적인 범죄 혐의나 증거를 한 장관이 국회에서 공개하면 체포동의안은 부결하면서도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에게는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변호사비 대납 및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수사 및 김만배 씨 관련 수사가 이제 막 본격화된 상황에서 이 대표 관련 의혹이 새롭게 확인되면 추가 수사 및 기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체포동의안 부결이 검찰에게는 수사 및 기소 동력을 확보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론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어차피 국회는 다음 총선을 보고 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고, 그럴수록 검찰에게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는 ‘하기 편한 시간’들이 다가오게 된다”며 “내가 수사팀이라면 확실하게 유죄를 입증해 형을 받아내는 게 중요하지 먼저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