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조정실·법무부·로앤컴퍼니, 대한변협과 중재방안 비공개 논의…변협에 대한 주무부처 판단에도 관심 모아져
#대한변협은 불참
정치권에 따르면 1월 27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과 법무부, 로앤컴퍼니가 한데 모여서 대한변협과 로톡 중재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해서 비공개 논의를 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한변협과 로톡 갈등 중재에 나선 건 처음이다. 대한변협은 정부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회의에 불참했다고 한다. 앞서 1월 18일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은 ‘리걸 스타트업 규제 혁신 현안 간담회’를 열고 ‘로톡 사태’로 인해 법률서비스 플랫폼 등 신성장 산업의 성장이 가로막혔다고 보고 관련 규제개혁 방안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1월 18일 간담회에서 “규제개혁은 변화하는 과학 문명에 따라 새롭게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필수사항이다. 그런데 변호사 광고 규정도 못 바꾸고 있다. 기득권 세력에 의해서 저해당하고 있다. 오늘 법과 관련되는 로톡에 대한 것도 그 중 하나”라며 “반대가 아주 심하다. 많은 국민들이 볼 때 편리성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로톡과 같은 서비스 없으면 많은 20·30·40 등 많은 세대에게 불편함을 주게 될 것이다. 로톡과 관련되는 새로운 법률 시장에 대한 서비스는 저희가 주저하거나 늦출 수 있는 사항들이 아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설득하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1월 18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접근성 강화 △소송·재판 지연 문제 해결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많은 정부가 규제개혁을 추진했지만, 많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정부는 다르다. 규제개혁 특히 민간경제 활성화라는 국정철학이 확고하다. 국민의힘도 이것을 주도하기 위해 규제개혁추진단을 만들었다”며 “전 세계적 흐름이 미국은 이미 리걸 서비스 관련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많은 유니콘 기업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는 완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윤석열 대통령 ‘규제개혁’ 대선 공약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6월 14일 대통령 주재로 중요 규제혁신 사안을 결정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했다. 또 ‘규제심판제도’를 도입해 규제 대상인 기업 등의 입장에서 기존 규제를 재검토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로톡 사태’ 해결을 위해 규제개혁에 나서면서 대한변협에 대한 주무부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진다. 2022년 12월 로톡 가입 이유로 대한변협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은 변호사 9명은 법무부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징계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공정위는 당초 2022년 10월 12일 전원회의를 열고 대한변협의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심의하고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4개월 동안 전원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 소속 의원실 한 보좌진은 “로톡과 대한변협 갈등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서 가르마를 타줘야 할 것 같다”며 “대한변협이 로톡 사용했다고 변호사를 징계한 것을 법무부에서 취소하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한변협에 대한 제재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면 대한변협도 지금처럼 로톡을 압박할 수 없을 것이다. 일단은 조심스럽게 가고 있다. 김영훈 대한변협 신임회장이 2월 27일 공식 취임한 이후에 대한변협 의견도 청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단체 거센 반발
법조계에서는 반발 기류가 거세다. 이종엽 제51대 대한변협 회장의 ‘반 로톡’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여권(현 대한변협 세력) 후보들이 모두 회장으로 선출됐다. 1월 17일 김영훈 전 대한변협 부회장은 제52대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1월 30일 서울변회 정기총회에서 치러진 제97대 회장 선거에서 전임 회장이었던 김정욱 변호사가 연임에 성공했다.
1월 19일 김영훈 회장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변호사의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법률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공공플랫폼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제가 주도해서 나의변호사 공공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발전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플랫폼에 대한 지원책이나 국민들을 위한 법률 시장의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발전시키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된 사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접근하는 것은 진정성이 의심되는 그런 행위”라고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에 유감을 표명했다.
현 대한변협 세력은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해왔다. 대한변협은 2021년 6월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선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특정 성향의 인사를 중용하느라 법치와 정의를 외면”했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2021년 10월 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대한변협 관계자는 “정치적 지향에 따라 반대를 한 것이 아니라, 법률가 단체로서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태가 발견되면 어느 세력이든지 가감 없이 비판해 왔다”며 “아프간 난민 수용 촉구 등 보편적 인권 확대에 기여하고, 국리민복을 증진하는 합리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정권에 관계없이 이를 성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영훈 신임회장의 단일화를 추진했던 보수 성향 단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2022년 3월 7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석동현 한변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10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석동현 사무처장은 윤 대통령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이자 40년 지기로 알려졌으며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역임한 검사 출신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