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들 “사설 법률 플랫폼 금지” 한목소리…‘직역 수호’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표심 반영
이들의 임기(2년) 동안 로톡과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여당(국민의힘)이 중재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선거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상황이라 변호사업계와 로톡의 화해가 더 어려워졌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영훈 이어 김정욱까지…
1월 30일 서울변회 정기총회에서 치러진 제97대 회장 선거에서 전임 회장이었던 김정욱 변호사(변호사시험 2회)가 연임에 성공했다. 김정욱 당선인은 투표에 참여한 1만 660명 가운데 과반이 넘는 5472명(51.32%)으로부터 표를 받았다. 로톡 반대 입장을 공고히 하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다수의 지지를 받은 그는 넉넉한 표차로 기호 1번 윤성철 후보(사법연수원 30기)를 제쳤다. 김 당선인은 로스쿨 출신으로 처음 서울변회 회장에 오른 인물로, 연임 역시 최초다.
서울변회 회장 시절에도 로톡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하게 밝혔던 그는, 총회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이를 공고히 했다. 김 당선인은 “이미 변호사협회 총회에서 다수 변호사들이 (사설 법률 플랫폼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저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사설 법률 플랫폼 금지 기조를 유지하면서 법원, 법무부 등과 공공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기조를 예고했다.
앞서 제52대 대한변협 회장으로 선출된 김영훈 변호사 역시 당선 직후 곧바로 “사설 법률 플랫폼 퇴출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상황. 앞선 51대 변협 회장단에서 부회장으로 역임했던 김영훈 당선인은 대한변협에서 ‘나의 변호사’라는 법률 플랫폼을 만들며 로톡을 대체하는 정책도 추진한 바 있다.
김영훈 당선인도 김정욱 당선인과 비슷한 투표 결과를 받은 것을 보면 변호사들 사이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서 기호 1번 김영훈 변호사가 받은 득표율은 38.5%(3909표). ‘반 로톡’ 공약을 앞세운 기호 3번 박종훈 변호사의 득표율 24.2%(2454표)를 합치면 60%가 넘는다. 로톡과의 중재 모델을 제시한 기호 2번 안병희 변호사(득표율 36.56%·3774표)보다 1.7배 이상 많다. 투표한 변호사 3명 가운데 2명이 ‘반 로톡’ 정서에 표를 던진 셈이다.
#무시할 수 없게 된 한법협
변협의 김영훈 회장, 서울변회의 김정욱 회장은 모두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의 지지를 받은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법협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주축이 된 모임인데, 4년 전 변협·서울변회 회장 선거 때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시장의 다수가 된 입장에서 한법협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전자투표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현장을 직접 찾은 변호사들만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바뀌었는데, 대형 로펌 등 로톡과는 큰 관계가 없는 변호사들보다 ‘로스쿨 출신 1인 변호사’들의 직역수호 필요성이 투표 심리에 더 많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사법시험 출신의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로톡을 둘러싼 갈등이나 선거에 출마한 변호사들 간 소송 언급 등 갈등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현재의 변협은 변호사들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지켜내는 게 가장 중요한 상황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투표까지 하러 갈 생각이 들지 않아서 두 선거 모두 투표하지 않았다. 주변에 사시 출신들 가운데 투표를 했다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줄어드는 로톡 회원
변협은 2022년 5월 변호사들의 사설 법률 플랫폼 이용을 막기 위해 내부 광고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로톡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9명의 변호사에게 최대 과태료 300만 원 등의 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징계를 받으면 정상적인 변호사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자연스레 로톡의 회원 수도 줄어들었다.
선거 과정에서도 로톡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김영훈 당선인은 선거 도중이었던 1월 9일 명함관리 애플리케이션 ‘리멤버’를 업무방해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리멤버가 기호 2번 안병희 후보(군법무관 7회)에게 유리하도록 설문조사를 해 “불법 여론조작과 선거 개입을 시도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김영훈 캠프 소속 변호사는 “리멤버의 설문조사 의뢰 측을 확인하려 했는데 알려주지 않더라”며 “설문조사를 의뢰한 배후가 누구인지 확인해 선거 개입 시도를 문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이 로톡 사태가 신성장 산업의 성장이 가로막힌 사례라고 보고 규제 해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변협과 서울변회가 응할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까운 이유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은 1월 18일 간담회를 열고, 로톡 사태로 인해 법률서비스 플랫폼 등 신성장 산업 성장 관련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 간담회에 참석한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많은 국민들이 볼 때,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로톡 같은 서비스의 제공이 안 이뤄지면 인터넷 문명이나 새로운 과학문명으로 무장한 우리 20·30·40 등 많은 새로운 세대에 불편함을 주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이사는 “저희 서비스는 4000명의 변호사가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절반이 떠났다”며 “지금까지 100억 원대 이상 매출 손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간담회에 대해 김영훈 당선인 측은 “초대하지도 않고 대화를 운운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선 김영훈 당선인 측 변호사는 “변협 선거 다음날, 로톡 관련 규제 완화 및 정책 필요성을 언급하는 간담회를 한다는 것은 특정 후보가 당선될 것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진짜 대화를 하려 했다면 간담회에 당선인을 불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