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계 후보들 역풍 일으킬 가능성 높아…윤석열 정부 9개월 평가? 지지율이 점수”
―최고위원 출마 계기는.
“지난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정당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마지막까지 사퇴하지 않고 소신을 지켰다. 사법부 판단이 나오는 1년 동안 많은 것을 목격했다. 당시 비대위는 이 대표를 쫓아내려고 절차와 정당성을 무시하면서 정당민주주의를 훼손시켰다. 정치인은 표로 평가받는다. 정당민주주의 지키려고 행동한 사람으로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평가받아 보고 싶다.”
―최고위원으로 당선된다면 최우선 과제 하나 꼽아 달라.
“국민과 당원들한테 공천권을 드리는 상향식 공천을 실현하고 싶다. 오픈 프라이머리, 크로스 프라이머리, 코커스 등 기술적 방식은 지역마다 편차를 고려해서 다르게 적용하면 된다. 당원과 국민이 내 지역구 후보를 뽑는 것이 정당민주주의 핵심이다. 현재 대통령, 광역단체장 후보를 뽑는 과정에 국민과 당원 모두 참여한다. 그런데 국회의원 공천은 국민이 참여할 수 없다. 권력자가 찍어 누르든지 전략공천과 단수 공천을 한다. 유권자는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의원들도 당원과 국민이 아니라 공천권자한테 줄을 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공천 갈등이 불거졌었다. 이것을 깨지 않으면 정당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수 없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민주주의가 시작됐지만, 36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1987년에 머물러 있다.”
―본인을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ies) 위협(Threats) 등 SWOT로 분석해 달라.
“강점은 지난 지도체제에서 정당민주주의 원칙론을 기반으로 권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기본가치와 헌법정신으로 국민과 당원에게 올바른 목소리를 냈다. 약점은 윤핵관이 아닌 것이다. 기회는 최근 친윤계가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서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도 집단린치를 하고 있는 행태다. 권력의 횡포를 많은 당원과 국민 분들이 괘씸하게 생각한다. 윤핵관이 대통령 의중 팔아서 특정 후보 눌러 앉히라고 하는 것에도 분노하고 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발언과 당무개입이 놀랍다. 정무수석이 특정 후보 선거 운동을 하는 건 헌정사에 없었다. 참모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제대로 모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보수 정권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다. 위협은 최고위원 후보들한테도 집단린치를 할 가능성이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친윤계 후보를 어떻게 보나.
“정미경 조수진 후보는 지난 지도체제에서 권력에 굴복하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신 분들이다.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당원들이 평가하고 심판할 것이다. 또 그들이 윤석열 대통령 팔아서 정치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국민께서 친윤계 후보들을 잘 모르고 관심 없을 것 같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오랜 기간 집권한 역사를 갖고 있다. 당원들은 최고위원 수준과 품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통령 호위무사와 로드매니저를 자청하는 후보들은 삼권분립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자존심도, 의원직에 대한 소명의식도 없다. 당원 분들이 대통령 권력에 굴종하는 후보들을 부끄러워하실 거다. 여당은 대통령과 협조하는 관계지, 갑을 관계가 아니다. 윤핵관이 간신이라는 건 국민과 당원 모두 알고 있다.”
―‘비윤계’가 최고위원에 당선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엇박자를 낼 것이란 우려가 있다.
“‘비윤계’로 분류된 것을 동의하지 않는다. 당헌 8조에는 ‘대통령 성공은 당 성공이자, 대통령 실패는 당의 실패’라는 취지로 명시돼 있다. 윤석열 정권의 성공과 실패에 있어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윤핵관들이 본인들 이해관계에 맞춰서 낙인을 찍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 심부름센터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봉건제 국가도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심판받은 이유가 ‘조국 사태’다. 충언하고 상식을 전했던 소수를 반문재인 세력으로 낙인을 찍었다. 그래서 국민과 문 정부 사이의 괴리감이 커졌다. 여당은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바로 잡아줘야 한다. 대통령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걸 바꾸게 하는 것도 여당 역할이다. 대통령은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
―김기현 당대표 후보 후원회장 신평 변호사가 안철수 의원 당선 시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개인 변호사라면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겠지만. 당대표 후보의 후원회장이다. 신 변호사의 대통령 탈당 언급은 당기문란 사건이다. 당원들을 모독한 행위다. 당원들이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 몇 년간 광화문에 모였고, 분당과 통합의 역사를 거치면서 희생과 상처를 갖고 있다. 대통령 당선시키기 위해서도 피땀을 흘렸다. 김기현 후보는 신 변호사 발언을 개인 의견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해촉하거나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비대위, 선관위, 윤리위 등 당내 조사기관은 진실을 밝혀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힘 선관위가 전당대회 당대표·최고위원 선거 등록후보자 적격 심사에서 극우 유튜버 출마자들을 대거 탈락시켰다.
“선관위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선출직은 특정 기구가 판단해서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유권자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에 부합한다. 특정 후보가 전과가 있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켰다고 해서 피선거권 박탈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2014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친박계 서청원 후보를 지지했으나, 비박계 김무성 후보가 당선된 바 있다.
“이번에 ‘비윤계’ 후보들도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미 역풍이 불고 있다.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당원 분들께서 집단린치를 보며 윤석열 정부 너무 심했다고들 한다. 나경원 전 의원이 어떻게 ‘반윤’인가. 이해관계가 조금 다르다고 해서 ‘반윤’ 낙인찍는 행태를 당원 분들께서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 단일화 효과 미미하고, 종북좌파라고 공격하고 있다. 3당 합당을 통해 만들어진 역사를 지닌 정당이 도로 민정당으로 회귀하려고 한다. 우려스럽다. 우린 민주화 상징인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산을 지닌 정당이다. 이걸 지켜야 한다.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결선투표를 도입한 것도 발목을 잡을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께 드리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반면 공천 갈등이 일어난다면 백전백패다. 지도부가 상향식 공천을 기치로 내세우고 시스템화한다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기회 있으면 출마 꼭 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마는 본인 자유지만, 전략공천이 아니라 경선 과정에 참여해서 공천을 받아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아주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단순하고 자명하다. 현실적으로 후원금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후원금을 많이 모았다. 또 전당대회 관련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과 도움도 주고 있다. 이 전 대표와는 2017년 바른정당 바른정책연구소 연구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을 때 처음 만났다. 이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서 국회의원 출마할 때 친밀한 사이로 발전했다. 이 전 대표로부터 실무적, 정무적 여러 면에서 도움을 받았다. 국민의힘 지도부 생활을 하면서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1월 16일 일요신문과 인터뷰(관련기사 [인터뷰]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출마 장예찬 “정부 실패 바라는 이들이 나경원 출마 종용”)에서 “정부 실패 바라는 이들이 나경원 전 의원 출마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정부 실패하는 바라는 여당 인사가 어디 있나. 찍어 누르기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경원 전 의원 입장에서 생각하면 굴욕적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나 전 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 투쟁도 하고 당을 지켰던 선배 정치인이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지지율 1등이었던 후보다. 누구나 출마할 수 있고, 나 전 의원은 당에 헌신한 인물이다. 나 전 의원이 친윤계로부터 집단린치를 받고 주저앉으며 불출마를 결심했을 때 굴욕적이었을 것이다. 이후 김기현 후보가 나 전 의원을 찾아갔다. 이해관계에 따라서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건 조폭이나 하는 짓이다.”
―안철수 의원이 친윤계로부터 축출돼 ‘제2의 나경원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당무개입과 윤핵관의 찍어 누르기는 안철수 의원 선거 운동에 도움을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더 이슈화되고 있고, 피해자 프레임을 만들어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과 싸우면서 피해자 프레임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대통령 참모들이 이런 정무 감각을 갖고 있으니까 국정 지지율이 이 모양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 9개월 평이 궁금하다.
“지지율이 점수라고 생각한다. 전당대회 일련의 과정을 보면 대통령 주변에 정무 감각도 없고, 권력에만 굴종하는 분들만 있다. 현재 국정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새로운 지도부는 어렵게 되찾은 보수 정권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