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하이브와 카카오 우군으로 끌어들여…소액주주 설득이 경영권 향방 가를 전망
이수만 전 프로듀서는 2021년부터 SM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CJ ENM, 카카오, 하이브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까지도 특별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 전 프로듀서의 주요 조건인 ‘매각 후 경영진 자리 보장’과 관련해 인수 희망자 측과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매각가를 놓고서도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SM에 변수가 발생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SM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얼라인은 지난해 SM과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내부거래를 문제 삼아 공세에 나섰다. 얼라인이 보유한 SM 지분은 1%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소액주주가 얼라인을 지지하고 있어 SM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결국 SM 경영진은 올해부터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계약이 종료되면서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SM에 미치는 영향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게다가 현 SM 경영진은 이 전 프로듀서와 거리를 뒀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는 지난 2월 3일 ‘SM 3.0 4대 핵심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이들이 밝힌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 5개 제작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함께하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SM 최대주주인 이상 이성수·탁영준 대표가 회사 경영을 뜻대로 좌지우지하기는 어려웠다. 두 사람의 임기는 오는 3월 27일까지로 이 전 프로듀서가 반대하면 이들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SM 경영진에 뜻하지 않은 우군이 나타났다. 카카오는 지난 7일 SM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 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 주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신주 발행 등이 완료되면 카카오는 SM의 2대 주주가 된다.
SM의 유상증자 등은 현 경영진 주도 하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SM 경영진은 사실상 카카오를 우군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SM 경영권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성수·탁영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SM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SM 3.0의 첫 걸음”이라며 “SM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성수·탁영준 대표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와 관련해 “이 전 프로듀서의 역량과 지금까지 성취해 온 업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도 “프로듀싱 계약 문제점에 대해 조기에 인지하지 못했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미미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가 2대주주에 오르고, 소액주주 설득에 성공하면 이 전 프로듀서가 주주총회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는 SM의 신주 발행이 위법 행위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최대주주가 경영진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전 프로듀서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카카오의 지분 확보 소식 직후 “SM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며 “정관에는 긴급한 자금조달 등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신주 또는 전환사채의 제3자 배정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낮게 본다. 이와 비슷한 사례에서도 법원이 신주 발행을 허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펀드 KCGI는 2020년 한진칼의 KDB산업은행에 대한 제3자 유상증자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된 바 있다. 당시 KCGI는 산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한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결국 이수만 전 프로듀서 측은 우군을 확보했다. 그가 보유한 SM 지분 18.45%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하이브는 SM 지분 인수 후에도 오는 3월 1일까지 소액주주의 지분을 공개매수해 지분율을 최대 2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정기 주주총회 전에 지분 인수를 끝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전 프로듀서는 공동 성명을 통해 “SM이 이룩한 모든 업적의 중심에는 이 전 프로듀서가 존재했다”며 “이 전 프로듀서는 하이브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할 공개매수 계획에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얼라인은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얼라인은 “(하이브가 인수한) 공개매수 가격 주당 12만 원은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추후 하이브와 SM 간 다양한 사업적 교류가 있을 수 있는데 하이브가 SM 지분 100%를 보유하지 않으면 SM 일반주주와 하이브 주주 간에 이해관계 상충 문제 발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얼라인·카카오·SM 경영진’과 ‘하이브·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연합 대결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카카오와 하이브 어느 쪽도 SM 경영권을 완벽하게 확보하지는 못했다. SM의 신주 발행 및 하이브의 지분 인수 등이 완료되면 SM의 주주구성은 △하이브 13.46% △카카오 9.05% △국민연금공단 8.15% △이수만 프로듀서 3.32%가 될 예정이다. 당장 카카오가 불리해보이지만 얼라인을 지지하는 소액주주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M 지분 약 4.2%를 갖고 있는 컴투스도 변수가 될 수 있다. SM 신주 발행 후 컴투스의 지분율은 3.8% 수준으로 희석될 전망이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지분율이다. 컴투스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 측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송재준 컴투스 대표는 2월 1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M 의결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향후에 필요하다면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와 카카오 입장에서는 우군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인지 SM 주가도 연일 상승세에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진영 모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율을 갖지 못한 상태라고 판단한다”며 “지분 확보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단기 주가에 긍정적인 상황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