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패딩 빼앗아가는 강도 잇따라 출몰…경찰당국 “만나면 차라리 패딩 내주어라”
얼마 전 백악관에서 1.5km가량 떨어진 듀폰 서클 주변을 산책하던 부부가 갑자기 맞닥뜨린 강도들에게 입고 있던 캐나다구스 패딩을 빼앗기고 말았다.
강도를 당한 뉴욕 출신의 셰일라 카우프만은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패딩을 내놔! 패딩을 내놔!’라고 외쳤다. 그때만 해도 나는 ‘농담인가’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더니 강도는 내 눈앞에서 총을 흔들어댔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패딩을 벗어서 그에게 넘겨주었다”며 간담이 서늘했다고 했다.
총을 든 다른 한 명은 남편인 줄리안의 패딩도 요구했다. 남부 브롱크스 출신의 변호사인 줄리안은 범인이 다섯부터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면 말이다”라며 결국 패딩을 건네줘야 했다고 말했다.
패딩을 갈취한 강도들은 재빨리 은색 현대 ‘엘란트라’에 올라타고는 빠른 속도로 도망갔다. 줄리안은 “그들의 행동은 민첩했다. 처음이 아닌 듯 보였다. 나는 그들이 전에도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확신한다. 분명히 초짜가 아니었다”고 확신했다.
그런가 하면 1월 말 하워드대학 학생 한 명도 길거리에서 캐나다구스 패딩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강도의 표적이 되었다. 그는 세 명의 강도에 둘러싸인 후 강제로 패딩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런 범죄 행위가 연달아 일어나자 조지워싱턴대학 측도 비상이 걸렸다. 명문대에 다니는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 있는 캐나다구스는 미국에서도 수백 달러, 어떤 경우에는 1000달러(약 130만 원) 이상에 팔리는 고가 패딩이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값비싼 캐나다구스 패딩을 입고 등교하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강도들은 피해자들의 패딩을 벗겨갔고, 어떤 경우에는 무기를 휘두르기도 했다”면서 “도난당한 패딩들은 매우 비싼 제품들이었다.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해당 패딩을 입고 다닐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항상 주변을 조심하라”고 충고했다.
이런 류의 범죄는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서서히 증가하고 있었다. 미국대도시경찰협회(MCCA)에 따르면, 워싱턴 D.C를 포함해 미국 전체 지역의 절도 범죄는 전년 대비 약 31% 증가했다. 이와 관련, 패트릭 로프터스 경위는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목숨이 더 소중하다. 강도를 만나면 차라리 패딩을 내주어라. 그리고 즉시 911에 전화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워싱턴 D.C 측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다음 달이면 도시 전체에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이에 시당국은 값비싼 패딩을 입지 않아도 될 만큼 날씨가 충분히 따뜻해지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