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돌직구’ 정유라, 일상 공유 ‘변화구’ 조민…둘 다 지지층 어필 방식 잘 알고 있다는 평가
2010년대 후반은 격동의 시기였다. 2016년엔 비선실세 최서원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였다. 광화문이 촛불로 뒤덮였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최 씨 딸 정유라 씨는 승마선수였다. 정 씨는 대학 부정입학 논란에 휩싸이며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인 2019년엔 조국 사태가 불거졌다. ‘조국 퇴진’을 외친 광화문 태극기 집회와 ‘조국 수호’를 외친 서초동 촛불문화제가 광장에서 세 다툼을 하는 국면이 펼쳐졌다. 조 전 장관 관련 의혹 핵심엔 딸 조민 씨가 있었다. 조 씨는 고려대 부정입학, 부산대 의전원 부정입학 논란 등에 휩싸였다.
정 씨와 조 씨는 나라를 뒤흔든 스캔들의 중심에 있었다. 그 풍파를 정면으로 맞았다. 풍파를 거치면서 학력이 취소되기도 했다. 정 씨는 청담고 학력이 취소됐고, 이화여대 체육학과 입학이 무효 처리됐다. 중졸 학력이 됐다.
조 씨는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입학이 취소처리 됐다. 부산대는 2022년 4월 조 씨 의전원 입학취소와 학적말소 처분을 결정했다. 2022년 부산지방법원은 조 씨가 제기한 입학취소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조 씨는 고졸 출신 의전원 졸업자 신분으로 남아 있다.
둘은 나란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소통에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통 채널과 방식에 묘한 차이점을 보여 정치권 안팎에서 두 사람을 향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 씨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피하지 않으며 소통에 나섰다. 조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을 포스팅하며 ‘일상 공유형’ 소통 행보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페이스북은 포스팅하는 글 내용에 초점이 맞춰지고, 인스타그램은 포스팅하는 사진 느낌에 방점이 찍힌다. 정 씨와 조 씨가 주로 사용하는 채널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소통 방식’ 차이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개소통 선배는 정 씨다. 정 씨는 2022년 4월 27일 페이스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4월 29일 정 씨는 “이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더는 게시물을 안 올리겠다”고 했다. 각종 악성 댓글에 지쳤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정 씨는 2022년 5월부터 다시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오히려 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정 씨는 자신에 대한 악플에 정면으로 대응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시선을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전 장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강욱 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을 직접 저격하는 포스팅을 올렸다. 민감한 정치적 핫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기도 했다.
2월 15일 기준 정 씨 페이스북 팔로어 수는 4706명이다. 유튜브 채널 ‘정유라TV’ 구독자는 2만 3600명 수준이다. 다만 정 씨는 유튜브에선 정기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 씨 행보와 관련해 “어느 순간부터 정치 인플루언서 같은 행보를 보여 깜짝 놀랐다”면서 “그야말로 정면돌파 행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사용하는 단어 자체가 직설적”이라면서도 “정치 이슈에 대해 핵심을 짚는 감각 자체는 굉장히 탁월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조민 씨는 2023년 1월 14일 본격적으로 소셜미디어 활동을 개시했다. 조 씨가 선택한 채널은 인스타그램이었다. 조 씨는 첫 포스팅으로 자신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안녕하세요, 조민입니다”라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조 씨는 2월 6일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는 떳떳하다”면서 “더 이상 숨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조 씨는 “본인들(조 씨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아니면, 그들 가족들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지 그것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방송은 2월 3일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3일은 조국 전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날이었다. 조 전 장관 1심 재판 결과와 동시에 조 씨는 숨지 않겠다는 의지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 조 씨 인스타그램 계정이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조 씨는 정치적 발언 대신 일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바닷가 캠핑, 캔들 공방, 베이킹 실패 경험 등을 공유했다. 일상을 감성적으로 공유한다는 평이 나오면서 계정 팔로어 수도 급증했다. 2월 15일 기준 조 씨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1만 2000명이다.
조 씨는 2월 15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조 씨는 “다이렉트 메시지를 정말 많이 보내주셔서 확인이 느려지고 있다”면서 “일일이 답장 보내지 못해도 시간 내서 틈틈이 읽고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응원·격려·조언 보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야권 한 관계자는 “조민 씨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어린 나이에 전국민이 본인을 알게 된 구설수에 올라 힘들었을 텐데 대단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조 씨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감성적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방식이 아버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상 정 씨와 조 씨의 접점이 생길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씨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표창장으로는 의사가 될 수 없다”면서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 씨는 조 씨를 겨냥한 포스팅을 올렸다.
정 씨는 조 씨 관련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내 승마선수로서 자질은 뭐가 부족했길래 너네 아빠(조국 전 법무부 장관)가 나한테 그랬느냐”며 억울한 심경을 직접적으로 토로했다. 정 씨는 “불공정은 댁(조민 씨)이 아직 의사 하는 것”이라면서 “좌파가 뭐라고 해도 내 메달은 위조가 아니”라고 했다. 정 씨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이력이 있다.
정 씨 공격에 조 씨는 대응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 씨가 조 씨를 공격하고, 조 씨는 묵묵히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구도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각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시기에 두 인물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소통을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식으로 상황을 반전해야 하고, 인기관리를 해야 하는지 감각적으로 잘 체득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두 사람 모두에게 연예인 기질과 스타성이 보인다”면서 “각자가 느낄 수 있는 억울한 한을 해소하는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부분들이 자신의 지지층에 어필이 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