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 대표팀 합류 기대 커…내야에서 호흡 맞춘다면 잊지 못 할 경험 될 것”
어느 때보다 비시즌 동안 자신과 싸움을 벌이며 타격폼 수정과 완성된 수비 능력을 선보이기 위해 극한의 훈련을 한 김하성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훈련장인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났다.
2월 17일은 샌디에이고 투수와 포수조 훈련이 먼저 시작되는 날이다. 하지만 일찍 캠프에 합류한 야수들도 다른 구장에서 코치들과 함께 수비와 타격 훈련을 병행했는데 이날 김하성과 함께 훈련한 이들은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샌디에이고 주전 내야수들이다.
어느새 샌디에이고 입단 3년 차가 된 김하성의 훈련 모습은 익숙함 속에서 오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김하성도 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곧장 수긍한다.
“샌디에이고 입단 1년 차엔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수면 시간이 부족해서 체중이 많이 빠졌다. 스프링캠프 시작하자마자 휴식일 없이 매일 훈련을 이어가다 시범경기 치르고 정규시즌을 맞이했다.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된 시간이었다.”
지난해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린 덕분에 샌디에이고 첫해보다 업그레이드 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던 김하성은 비로소 2023시즌 스프링캠프가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입단 3년 차인데 이번 스프링캠프가 가장 몸 상태가 가볍고, 기분이 좋다. WBC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겨울 동안 몸을 빨리 만들었고, 훈련법에 변화를 주면서 컨디셔닝에 중점을 두고 러닝을 많이 했더니 몸이 아주 좋아졌다. 무엇보다 동료 선수들이 훨씬 더 편하고 재미있게 대해줘서 팀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
김하성의 강점은 수비다. 지난해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유격수로 메이저리그 최정상의 선수라는 걸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김하성의 보직은 선발 2루수 및 유격수 백업이다. 그 이유는 샌디에이고가 오프시즌 동안 잰더 보가츠를 FA 계약으로 영입하면서 내야진 개편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즉 보가츠가 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하고, 김하성이 2루수로, 2루수를 맡았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1루수를 맡는 등 연쇄 이동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하성은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잰더 보가츠 영입 후 샌디에이고의 A.J. 프렐러 단장이 김하성에게 연락해 2023시즌에는 2루수 출전 횟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2루수 출전이 전혀 낯설지 않다. 지난 2년 동안 유격수와 2루수를 병행하며 경기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고 그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는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해까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하다 FA를 통해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잰더 보가츠는 샌디에이고와 무려 11년, 2억 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격수 부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보가츠를 데려오기 위해 샌디에이고는 거액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잰더 보가츠는 이번 WBC 네덜란드 대표팀 소속으로 활약한다. 김하성은 잰더 보가츠에 대해 “굉장히 좋은 사람이고 점차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같다”면서 “옆에서 훈련하는 것만 봐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김하성에게 대표팀은 영광스런 기회고, 투지를 불태우게 하는 자극제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최종 명단에 포함되길 바랐다는 그는 “메이저리그 시즌 중에 열린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싶었다. 어차피 팀에 있어도 시합에 나가지 못 할 거라면 차라리 대표팀에서라도 뛰길 바랐는데 당연히 팀에선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하성은 WBC 일본 대표팀에서 활약할 샌디에이고 에이스 다르빗슈 유와의 맞대결에 대해 묻자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다르빗슈가 인터뷰를 통해 나에 대해 다 파악했다고 말했다는 걸 들었다. 서로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직접 상대해보지 않는 한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샌디에이고 투수로 다르빗슈가 마운드에 오르면 그냥 든든했다. 그래서 내심 맞대결이 기대된다. 스프링캠프 동안 라이브BP 때 한두 번은 직접 상대해보고 싶었는데 다르빗슈가 캠프에 합류하지 않고 곧장 일본 대표팀으로 향하는 바람에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쉽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상대 팀 선수로만 만났던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합류를 크게 반겼다.
“토미 에드먼은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 아닌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가 대표팀에서 뛸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만 같다. 에드먼과 유격수와 2루수로 호흡을 맞춘다면 팀은 물론 서로 잊지 못 할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김하성은 인터뷰 말미에 애리조나 투손에서 훈련 중인 WBC 대표팀 선수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선배님들, 동기들, 후배들이 고생하고 있을 텐데 함께 훈련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그 마음을 안고 샌디에이고 팀에서 몸 잘 만들어 대표팀에 갔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부디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부상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