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의 긴 역사 알고 있다”…맞대결서 타자는 물론 투수로도 나올 수도
일본 대표팀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선수는 누가 뭐래도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다르빗슈처럼 대표팀보다 소속팀 훈련에 참가했다. 오타니가 속해 있는 LA 에인절스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오타니한테 포커스를 맞추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쫓았다.
2월 17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는 스프링캠프지에 오타니의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워낙 인터뷰 요청이 많다 보니 아예 캠프 초반에 기자회견 형식의 인터뷰 자리를 준비한 것이다. 전날 37구의 불펜피칭을 소화한 오타니는 다부진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해 나갔다.
'일요신문' 취재진이 오타니에게 한일전 관련된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오타니는 “한일전의 긴 역사를 알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많은 한일전을 봤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다. 좋지도, 그렇다고 나쁜 감정도 없다. 서로 알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있어 (메이저리그) 경기장에서 만나면 서로 대화를 나누곤 했다.”
오타니 쇼헤이는 한국 대표팀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며 한국 타선을 초토화시켰다. 한국전 2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13이닝 3피안타 2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던 것. 메이저리그 진출 후 대표팀 복귀는 8년 만이다. 에인절스에서 투타 겸업을 하며 2022시즌에는 투수로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타자로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8년 전보다 실력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지난번(2015 프리미어12대회) 경기 했을 때와 한국 대표팀의 명단에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전에서 좋은 경기를 치른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경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 당시에도 한국은 굉장한 팀이었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큰 기대가 된다”
오타니 쇼헤이는 이번 WBC 대회에서도 투타 겸업을 하게 될까. 일본 취재진들은 오타니가 투수로도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소속팀인 에이절스에서도 오타니가 어떤 역할을 맡든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즉 본선 1라운드 1위 결정전 격인 한국과의 맞대결에 오타니가 타자는 물론 투수로도 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타니는 WBC대회 출전을 앞두고 “초등학교 때부터 봤던 대회라 꼭 출전하고 싶다”는 말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오타니를 전담하고 있는 일본 기자들과도 인터뷰를 가졌다. 나오유키 야나기하라 기자는 오타니가 WBC 대회에서 투수로 등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라운드 두 번째 경기로 펼쳐지는 한일전에 대해선 “막상막하일 것 같다”며 자세를 낮추다 “그래도 일본이 이겼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나오유키 기자는 한국 대표팀에 김하성, 토미 에드먼, 김현수, 박병호 등 여러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뛰었던 김광현이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걸 보면 투수진에 조금 더 젊은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날카로운 분석을 곁들였다.
마모루 시카라 기자는 한국 대표팀의 이정후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했던 이종범의 아들인 데다 이정후가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터라 그의 실력이 국제대회에서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소속팀 선수이자 상대팀 투타로 맞붙게 될 다르빗슈 유와 김하성의 경기가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일본 TBS 토모히로 이시 아나운서는 WBC 대회 한일전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면서 일본에서도 한일전에 대해 굉장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토모히로 아나운서는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와 지난 시즌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사사키 로키를 주목해야 한다는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한국 대표팀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는 그는 KT 위즈의 소형준과 NC 다이노스의 구창모의 구위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WBC 대회 한일전은 3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