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선전, 롯데건설 주춤…호텔롯데 “코로나19 완화로 수익성 개선 기대 중”
#실적, 재무 성적 엇갈리는 비상장 계열사들
호텔롯데는 롯데디에프리테일(지난해 9월 30일 기준 지분율 91.52%), 롯데건설(43.07%), 롯데물산(32.83%), 롯데알미늄(38.23%), 롯데벤처스(39.97%), 롯데캐피탈(32.59%), 롯데상사(32.57%), 대홍기획(20.02%), 롯데지주(11.1%), 롯데지알에스(18.77%), 롯데글로벌로지스(10.9%), 롯데자산개발(10.62%) 등의 비상장 계열사를 두고 있다.
최근 이들 비상장 계열사의 실적과 재무 상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호텔롯데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비상장 계열사를 상장시킬 것으로 점쳐졌다. 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상장시키면 기업의 순자산가치가 높아진다. 상장할 경우 기업에 대한 기대감에 가치가 높게 책정될 여지도 있고 투자 받기도 수월하다. 하지만 비상장사는 여러 면에서 제한적이라, 당연히 비상장 계열사를 상장시키고 싶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호텔롯데의 비상장 계열사 중 호실적을 기록한 대표적인 기업은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지난해 1~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9802억 원과 5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39%, 영업이익은 21.60%나 증가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택배 사업과 SCM(물류)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감소했으나 글로벌 사업부문의 선전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국내 택배 시장은 포화 상태라 기업들이 택배 단가를 인상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때만큼 수익성을 내기가 어렵다. 해외 물류 시장에서의 성과가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물류센터 등 시설 투자로 인해 부채비율이 지난해 6월 기준 338%를 기록했으나, 신용등급은 2021년부터 ‘A2’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물산도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물산의 지난해 누적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84억 원, 66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00억 원 이상 늘었다. 롯데물산 영업이익률은 5년 전인 2018년 말 마이너스(-) 5.0%에서 지난해 9월 말 16.8%로 높아지는 추세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고정적인 임대 수익이 있어 앞으로 수익성은 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지난해 롯데센터 하노이 지분을 매입한 데 따라 롯데센터 하노이 운영 사업에서도 수익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물산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9월 기준 각각 94.9%와 29.1%로 재무 상황도 양호한 편이다.
반면 롯데건설은 수익성이 악화했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4조 1237억 원으로 2021년 1~3분기(4조 844억 원) 대비 소폭 늘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842억 원 감소한 2764억 원을 기록했다. 수주 비용 등으로 판매관리비는 증가했지만 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공사 원가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부채비율도 2021년 12월 142.3%에서 지난해 9월 171.4%로 높아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건축·주택 사업 매출 비중은 73.92% 수준이다. 올해 주택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롯데건설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는 철저하게 ‘선별청약’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분양 수요는 올해 하반기에나 조금 높아질 것 같다. 공급 측면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많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롯데지알에스(롯데리아)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아졌다. 지난해 12월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지알에스의 단기신용등급을 ‘A2-’로 평가했다. 2019년 ‘A2+’에서 2021년 1월 ‘A2’, 지난해 ‘A2-’로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해 누적 3분기 롯데지알에스의 매출은 5722억 원으로 2021년 누적 3분기(5101억 원) 대비 늘었고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405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283.6%에 달하는 등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자산개발은 상장과 거리가 멀어진 모습이다. 롯데자산개발의 2021년 매출은 4억 8256만 원에 불과하다. 롯데자산개발은 쇼핑몰 사업은 롯데쇼핑에, 자산관리용역 및 공유오피스 사업은 롯데물산에, 주거운영사업은 롯데건설에 넘기는 등 사업이 대폭 축소된 상태다. 현재는 부동산개발 및 투자업을 영위하고 있다.
#‘면세점 비중 80%’ 가치 상승 필요한 호텔롯데
지난해 1~3분기 호텔롯데 매출은 4조 7378억 원으로, 2020년(2조 8143억 원)과 2021년(3조 1624억 원) 비교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4632억 원, 247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호텔롯데는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이 544억 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흑자 전환을 위해선 매출의 81%를 차지하는 면세점 사업 개선이 관건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부터는 면세점 사업이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단체여행 재개 여부, 국제 정세 블랙스완(불확실성)이 변수”라고 했다.
호텔롯데 상장이 늦어지면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미뤄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은 롯데지주다. 그러나 그 위를 롯데지주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지분 19.07%를 가진 일본롯데홀딩스다. 일본롯데홀딩스와 일본롯데홀딩스 최대주주 광윤사 및 L투자회사 등 일본 기업이 보유한 호텔롯데 지분을 합하면 99%에 달한다. 일본롯데 지분율을 희석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원하는 ‘원롯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다.
이와 관련, 호텔롯데 관계자는 “코로나19 완화로 하늘길이 열려서 지난해보다는 올해 수익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지만 추후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기업가치가 최대일 때 상장해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사항은 없다. 비상장 계열사 상장 관련해서도 공유받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