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 중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인신 구속이 필요하다고 검찰이 판단하면,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은 정부에 체포동의서를 요청하며, 체포동의서를 요청받은 정부는 즉시 국회에 체포동의안 처리를 요청하도록 규정돼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인신 구속은 이렇듯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돼 있어, 이를 ‘특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즉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하고 이를 토대로 인신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그 이후에도 구속적부심이라는 절차를 통해 다시 한 번 인신 구속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의원들의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인신 구속 여부를 자신들의 ‘동료’가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사법부는 영장 발부를 거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입법부가 결정한 사항을 사법부가 거스르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즉,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거의 예외 없이 사법부는 영장을 발부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사법부는 영장을 발부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사법부가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한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사라지게 된다.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야당 대표에 대한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만일 야당의 논리대로 “검사 독재 정권에 의한 야당 대표에 대한 탄압”이라면 오히려 특권을 포기하고 자신들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을 받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즉, 영장심사 단계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부당함을 사법부와 여론에 역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권을 포기하지 않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처리해 부결시키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검찰의 부당한 탄압을 빠른 시간 내에 증명할 길이 사라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가능하지 않다. 영장실질심사라는 것은 피의자의 인신이 구속된 상태에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인신 구속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불체포 특권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부당성을 신속하게 증명할 길이 없어지는 셈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불체포 특권은 검찰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섣불리 영장을 청구했다가 영장 청구에 제동이라도 걸리면 야당의 주장에 대한 타당성만을 제공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구속 사유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을 가져야만 영장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체포동의안이라는 국회 절차 덕분에 검찰의 이런 불안감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자신들은 구속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지만 정치 논리에 의해 구속이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체포 특권은 역설적으로 검찰의 입장을 오히려 배려해 주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를 종합해 보면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 특권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에 임하는 것이 자신들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합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당당하게 부당성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 이재명 대표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구속을 피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검찰도 못 믿고, 사법부도 못 믿어 특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민주당은 어떤 제도를 신뢰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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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