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허브 조성 따른 신규 계약 보류 두고 우려 목소리…서울시 “상인들과 조화롭게 갈 방안 모색 중”
#‘서울비전 2030에…’ 애꿎은 상인들 타격
지난해 10월부터 DDP 패션몰 도매상가 신규 입점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DDP 패션몰 중 도매 상가는 지상 1~3층에서 운영되는데, 3층은 넉 달 넘게 신규 입점이 끊겼다. 2층도 신규 입점이 보류되다가 상인협의회의 요청으로 1월에야 지난 10월 이전부터 대기 중이던 10곳의 신규 계약이 이뤄졌다. 10월 이후로 아직 입찰 공고는 올라오지 않았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DDP 패션몰 신규 입점을 위해서는 서울시설공단이 일반 경쟁 입찰 공고를 내야 한다. 2회 유찰된 점포는 상인과 서울시설공단이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가 신규 입점을 중단한 것은, DDP 패션몰 3층 일부 공간을 뷰티 허브 시설로 조성하는 안을 추진하면서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을 토대로 2030년까지 서울시 시정 운영의 기본 방향을 담아 만든 ‘서울비전 2030’과 연관이 있다. 서울비전 2030을 통해 서울시는 DDP를 중심으로 동대문을 화장품 기업·연구기관, K-뷰티 체험공간·아카데미, 한류 연계 문화‧관광콘텐츠가 집약된 ‘글로벌 뷰티산업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서울패션허브’와 연계되는 뷰티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DDP 패션몰 3층을 서울형 뷰티허브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점찍었다. 계획에 따르면 이곳에서 뷰티산업 활성화, 유망 뷰티기업 육성 등이 이뤄진다. DDP 패션몰 4층과 5층에 있는 서울패션허브와 연계해서 운영할 수 있는 데다, 시유재산을 활용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일단은 DDP 패션몰 3층의 일부 공간만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공간이 협소해 어떤 시설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논의 중인 상황이다. (뷰티 관련) 창업하시는 분들을 위한 컨설팅 공간이 들어설 듯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원하는 시설을 들이려면 해당 공간에 있던 기존 상인들의 매장 이전이 완료돼야 한다. 매장 이전 대상 상인들에 우선권을 주기 위해 신규 입점을 막아뒀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지난 10월 서울시는 이전 대상 24개 매장 상인 17명을 대상으로 회의를 열었고, 이날 DDP 패션몰 2층과 3층 공실 중 이전을 희망하는 매장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다수 상인이 3층 다른 매장으로의 이전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3월 2층에 대한 신규 입찰은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가 쓰겠다는 공간을 제외하고도 3층에는 64개의 점포가 공실이다. 이 점포에 대한 신규 계약이 언제 재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전 대상 상인 중 매장 이전에 반대한 상인들도 5~6명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희망 매장을 선택한 상인 중에서도 뒷말이 나온다. 지난 2월 20일 만난 한 상인은 “희망 매장을 선택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가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들어서 일단 매장 선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의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의견 조율이 끝나지 않았고, 매장 이전에 따른 이전 비용 지원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자문단 별로 의견이 엇갈린다. 최종 의견 조율이 끝나면 신규 입점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사이 3층에 있는 다른 상인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2021년부터 DDP 패션몰 3층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김 아무개 씨는 “공실률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죽은 상가’가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DDP 패션몰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 손님들은 다른 상가로 가고, 장사가 안되니까 있는 상인들마저 떠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뷰티 사업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상인도 상당수다. 3층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박 아무개 씨는 “뷰티 창업 컨설팅 시설이 들어오면 도매상가의 정체성마저 사라진다. 게다가 도매 시장은 밤 시장이고 뷰티 창업 컨설팅은 낮에 할 텐데 아예 시너지가 나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아무리 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상인들의 영업권에 차질을 주면서까지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유재산 불확실한 운영 계획에 상인들 우려 가중
일부 상인은 향후 서울시가 DDP 패션몰 3층 전체를 뷰티허브 사업을 위해 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당초 서울시도 서울뷰티허브 사업지 조성을 위해 DDP 패션몰 3층 전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DDP 패션몰 상인협의회에 보낸 ‘서울 뷰티‧패션허브 조성 협조요청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1~3층 중 공실이 가장 많은 3층 공간을 확보해 뷰티허브로 조성할 계획을 추진한다며, 이를 위해 3층 입점점포를 1~2층으로 이주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계획은 10월 우선 3층 일부만 활용하는 것으로 변경돼 상인협의회에 안내됐다.
실제 최근 입점한 2층 상인들과 서울시설공단이 체결한 사용허가서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조항이 하나 추가됐다. 한 매장 사용허가서를 보면, “DDP 패션몰 뷰티패션허브 조성계획(2027년 11월 말 예정)에 따른 DDP 패션몰 리모델링이 시행될 경우 사용허가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해당 사유로 사용허가가 종료되면 서울시설공단은 미사용 잔여 사용료와 이자 등을 사용인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특약도 신설됐다. 서울시는 상인협의회 측에 “앞으로 신규 입점하는 매장에는 해당 조항을 넣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아직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을 뿐더러, 향후 3층 전체를 뷰티 시설로 조성하는 방안이 확정되더라도 2027년이면 현재 입점한 상가들의 계약이 만료되므로 크게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상인협의회 측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공유재산법)에 따르면 5년 사용허가 계약을 맺은 후 1회 최장 5년까지 갱신할 수 있다. 상인들은 최대한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매장을 원하는데 2027년이 돼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 반발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공유재산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운영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3층 전체를 뷰티허브 시설로 조성할 시, 갱신 거절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등이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본다.
이와 관련, 앞서의 서울시 관계자는 “뷰티허브와 패션허브가 함께 조성되기 때문에 상가와도 상생 효과가 날 수 있다. 2027년에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2025~2026년경 다시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패션 상권 수요가 더 필요하다고 보면 상가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다만 향후 1, 2층을 뷰티 사업을 위해 사용할 계획은 검토하지 않았다”며 “사용허가서에 신설 조항을 넣은 것은 3층 전체를 향후 활용할 경우 다른 층도 리모델링이 필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상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원래는 DDP 패션몰이 서울시 정책을 영위하는 데 써야 할 건물이라는 점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상인 및 서울시가 조화롭게 갈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