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억 계열사 차입 이어 추가 조달 필요…지나친 엔터사업 비중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
#BTS 의존도 낮춰라
하이브는 BTS의 성공 덕에 국내 최고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발돋움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1조 2427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SM엔터(매출 5920억 원), YG엔터테인먼트(2662억 원), JYP엔터테인먼트(2307억 원)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높은 실적이다.
하이브 전체 매출에서 BTS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하이브는 ‘BTS에 의존하는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 붙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에 소속된 르세라핌이나 어도어에 소속된 뉴진스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지만 BTS의 아성을 따라잡을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향후 몇 년간 BTS의 활동이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TS 멤버인 진이 지난해 12월 입대했고, 다른 멤버들 역시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하이브는 최근 들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이브 계열사 하이브IM은 지난해 11월 플린트가 개발한 게임 ‘별이되어라 2: 베다의 기사들’에 대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고도 밝혔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의장 관점에서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모든 요소들이 함축된 대단히 매력적인 콘텐츠”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이브는 이어 올해 1월 인공지능(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을 인수했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관련해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2월 9일 미국 QC미디어홀딩스 지분 100%를 314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QC미디어홀딩스는 힙합 전문 레이블로 하이브는 이번 인수를 통해 장르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QC미디어홀딩스에는 릴 베이비, 미고스 등 유명 아티스트가 소속돼 있다.
하이브가 SM엔터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SM엔터 인수에 성공하면 하이브로서는 BTS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하이브의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면 SM엔터와의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자의 저주 우려 나와
그러나 하이브의 SM엔터 인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이브는 SM엔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카카오와 경쟁 중이다. 하이브는 당초 소액주주의 SM엔터 지분을 최대 25%까지 주당 12만 원에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SM엔터의 주가가 지난 2월 15일 주당 12만 원을 돌파하면서 하이브로서는 계획보다 많은 자금 지출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카카오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총공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브는 매입가를 높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SM엔터의 주당 단가는 최대 14만 1000원으로 산출된다”며 “단, 이는 카카오그룹이 SM엔터를 인수한다는 가정 하에 도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확보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 경우 하이브로서는 큰 부담 없이 SM엔터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전 프로듀서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낮게 본다. 비슷한 사례로 행동주의 펀드 KCGI가 2020년 한진칼의 KDB산업은행에 대한 제3자 유상증자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된 바 있다.
하이브가 소액주주로부터 SM엔터 지분 25%를 12만 원에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7142억 원이 필요하다. 하이브의 이수만 전 프로듀서 지분 인수가인 4228억 원을 포함하면 하이브는 총 1조 1370억 원을 SM엔터 인수에 사용하는 셈이다. 그런데 하이브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별도 기준으로 2972억 원에 불과하다.
하이브는 지난 2월 10일 계열사로부터 3200억 원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열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하이브가 전사적으로 SM엔터 인수에 온 힘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이브도 이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하이브는 “타법인 주식 취득을 위해 계열사로부터 일부 자금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하이브가 3200억 원 차입에 그치지 않고,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의 자금 여력 및 향후 해외 레이블 인수 계획 등을 고려하면 SM엔터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은 부족하다”며 “향후 신주발행 등 추가적 자금 조달이 동반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와 달리 하이브와 SM엔터의 매출은 대부분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에서 발생한다. 다르게 말하면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침체에 빠질 경우 이를 대체할 수익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SM엔터는 SM C&C를 통해 광고 사업 등을 영위하지만 최근 들어 SM C&C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M엔터는 지난 2월 16일 “비핵심자산 매각 관련해 검토 중에 있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더구나 하이브가 거액에 SM엔터를 인수하면 다른 투자는 비용 문제로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이브는 SM엔터 인수 후 내부 수습에도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 내부에서는 하이브보다 카카오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SM엔터 임원들은 공개적으로 이수만 전 프로듀서와 하이브를 비판했고, 일반 직원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SM엔터 재직자 208명으로 구성된 ‘SM 평직원 협의체’는 지난 2월 17일 성명을 통해 “SM엔터의 문화는 하이브의 자본에 종속될 수 없다”며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SM엔터를 점령하려 하는 하이브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이브 관계자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인수를 완료했고,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조달 등의 제반 절차는 이미 완료된 상태”라며 ”SM엔터와 함께 성공한다는 믿음 하에 팬, 아티스트, 구성원 및 주주 여러분과 더 활발히 소통하며 K팝 산업의 가치와 영향력을 세계무대에서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