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체포동의안 설명 매우 부적절…내년 총선 앞두고 검찰 수사 정략적 의도 있어”
―이재명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영장 내용을 세세히 비판했다.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검찰이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거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 것으로 이해된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려서 대서특필되고 있다. 수사나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범죄자 낙인을 찍은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이 대표나 민주당은 상당한 어려움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잘 극복해내야 된다는 것이 민주당에 주어진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혐의들을 반박했다.
“검찰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에 배임죄, 성남 FC 후원금 의혹엔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둘 다 법률적 쟁점이 많은 죄다. 여러 입장이 부딪히는 사안이라 법률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쉽지 않다. 그걸 이 대표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손실을 각오하고 더 큰 이익을 끌어오기 위해서 행정을 할 수 있다. 이걸 적극 행정이라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적극 행정을 하지 않으면 형식적이고 기계적으로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소극적 행정은 현대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 응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서, 영장 심사가 끝난 후에 구치소에 갇혀서 대기하는 모습, 또는 수갑을 찬 이재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수사는 편파적이고 표적 수사에 가깝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순진한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했지만, 터무니없고 황당무계한 검찰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를 수수방관 따라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약을 번복하면 논리적으로 궁색하지만, 현재의 정치적 상황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와 당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칙적으로는 개인이 당과 무관하게 벌어진 일에 대한 부분이지만, 현실적으로 당대표가 당과 무관할 수 없다. 우선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정치적으로가 아닌 법률적으로 개별 대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적 의혹이 당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많은데.
“검찰이 별건 수사를 남발하고 있다. 수사하는 것과 관련한 사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여기저기 찌르면서 마구잡이로 수사하고 있고, 언론에 계속 수사 정보를 흘리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면회를 증거 인멸 행위로 연결 지은 것은 억지 주장이다. 특히 이 대표와 똑같이 혐의사실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수사도 하지 않고 있고, 종결도 짓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사법 불신이 나온 배경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권의 생명은 신뢰다. 공정하다는 믿음이 없을 때 생명을 잃게 된다. 검찰 수사는 공정치 못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재명 대표 영장 청구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실이 검찰권을 지휘·감독하고 있다는 걸 방증한 셈이다. 검찰 수사 위법성을 지적해야 한다. 현재 지적되고 있는 검찰 수사가 진짜 문제가 있다는 걸 대통령실에서 확인해줬다.”
―설훈 의원이 “체포동의안이 나오면 무조건 부결시켜야 한다. 그다음에 이재명 대표가 할 일은 본인이 잘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 다음 행보라는 것은 본인 추론인지, 이 대표가 대화를 나눈 끝에 의사를 확인한 건지 불분명하다. 제가 언급하기 어렵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본인의 사법리스크가 당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경계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이 대표가 늘 이야기하는 선당후사 가치와 정신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퇴’ 결단이 필요한 상황인지.
“체포동의안의 표결보다는 기소 여부가 중요하다. 당헌 80조에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소 이후에는 당내에서 그런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2월 27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전망해달라.
“부결될 가능성이 높고, 그다지 이탈표도 없을 것이다. 대체로 당내에서 이야기를 해보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동안의 검찰 수사가 결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별개로 검찰 입장에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12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을 설명한 것처럼 이번에도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다. 헌법상 모든 사람은 무죄 추정 원칙을 적용받는다. 법무부 장관이 피의사실공표를 상세하게 하면 수사와 재판이 종료되기 전에 범죄자 낙인을 찍는 행태다.”
―검찰이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방탄 이미지를 민주당에 씌우려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 수사에 정략적 의도가 있다. 내년 총선을 두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한데 묶어서 만신창이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법리스크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좀 더 빠르고 구체적으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9개월이 넘었지만,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0.73%포인트, 역대 최소 표차로 당선됐다. 대한민국이 양 진영으로 팽팽하게 철저히 나뉜 것이다. 국정을 끌어가려면 야당과 손잡는 협업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 번도 지켜지질 않았다. 이재명 대표 방탄과 국정 발목잡기라는 두 개의 프레임을 씌워서 심판해달라는 것이 내년 총선 전략인지 모르겠다. 매우 짧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총선에 올인해서 야당을 구렁텅이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야당도 대항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 양 진영이 더욱 더 극단화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다. 현재 상황이 그렇다. 대한민국 전체의 대통령으로서 통합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야당을 협상 채널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윤 대통령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고, 국정을 온전하게 꾸려갈 수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