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중·저신용자 비중과 정부 정책 따른 경쟁자 유입 악재…토스뱅크 “리스크 관리와 증자 추진 중”
토스뱅크는 지난해 1~3분기 171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를 거두기는 했지만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토스뱅크의 순손실 규모는 지난 1분기 654억 원, 2분기 589억 원, 3분기 476억 원으로 개선되고 있다. 최근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토스뱅크에 긍정적인 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 증가세에 있어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2021년 12월 말 0.21%에서 지난해 12월 말 0.25%로 0.04%포인트(p) 늘었다.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04%에서 지난해 3분기 말 0.30%로 0.26%p나 올랐다. 토스뱅크의 연체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말 11억 원에서 지난해 말 619억 원으로 무려 56배 늘어났다.
금리 하락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국내 은행의 연체율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율 상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토스뱅크는 다른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서도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비중은 25% 수준이지만 토스뱅크는 40%가 넘는다.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을 낮추기도 어렵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 중 하나는 중·저신용자 고객 지원이었다. 토스뱅크도 2021년 금융위원회에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을 44% 이상으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토스뱅크가 약속한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을 지키지 못하면 신사업 진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가 2021년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관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및 최대주주가 다른 금융업 진출을 위해 인·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 관련) 계획 이행여부를 질적 판단요소로 감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재무 개선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중·저신용자 비중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27일 중·저신용자 비중 완화와 관련해 “개선책이 나온다면 검토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측면의 답변이고,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토스뱅크의 연체율이 늘어나면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토스뱅크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1분기 244억 원, 2분기 418억 원, 3분기 654억 원으로 늘었다. 신용손실충당금이란 신용 대출을 상환 받지 못할 것을 대비해 장부상 비용으로 미리 처리한 금액을 뜻한다. 신용손실충당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토스뱅크의 이익도 상쇄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토스뱅크의 대출 자산 구성과 경기 전망을 감안할 때 자산건전성과 관련된 우려는 당분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저신용 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가운데 고물가·고금리 및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차주의 부실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정책 방향도 토스뱅크에 우호적이지 않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챌린저뱅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챌린저뱅크란 영국에서 등장한 소규모 특화 은행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 보험사나 증권사가 은행의 영역에 일부 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월 22일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챌린저뱅크 등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은행권 진입정책을 점검하겠다”며 “예금·대출 등에 있어서 실질적인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은행권뿐 아니라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챌린저뱅크가 기존 은행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신생업체인 토스뱅크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토스뱅크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아직 시장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반면 경쟁사인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현재 흑자를 거두면서 나름대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희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메기인 챌린저 뱅크들로 인해 금융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며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기존 대형은행들이 보완적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스뱅크의 실적이 빠른 시일 내 개선되지 않고,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 또 다시 투자를 받아야 한다. 실제 토스뱅크는 출범 후 여섯 차례 증자를 단행하면서 총 1조 2000억 원의 자본금을 충당했다. 토스뱅크는 현재도 추가 증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토스뱅크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1~3분기 별도 기준 229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토스뱅크를 마음 놓고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는 경쟁사인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가 대기업인 KT와 카카오의 막대한 지원을 받은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비바리퍼블리카뿐 아니라 토스뱅크 다른 주주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최근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경기도 좋지 않아 주주들의 증자 참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제 토스뱅크가 지난해 11월 1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할 당시 주요 주주였던 한화투자증권이 참여하지 않아 여러 뒷말이 나온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토스뱅크 증자 불참 이유는 밝히기 어렵다”며 “향후 토스뱅크 증자 참여 여부는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토스뱅크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형이나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 등이 있고, 신용대출 대비 리스크가 낮은 상품도 준비하고 있어서 리스크 관리 부분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