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대마·케타민에 ‘끝판왕’ 코카인까지…업계에 재 뿌리고 팬들에 깊은 배신감 안겨
#‘약(藥)화일로’ 타임라인
2월 5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미국에서 입국한 유아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했다. 이는 지난 연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마약류 관리시스템을 통해 평균보다 매우 잦은 횟수로 많은 양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은 51명의 정보를 경찰에 넘기면서 시작된 수사였다. 해당 리스트에는 유아인의 본명인 ‘엄홍식’이 들어있었다.
당초 유아인은 프로포폴 과다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2월 10일 진행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마약류 정밀 감정 결과에서 일반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와 대마 혐의도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후 2월 23일 발표한 그의 체모 감정 결과 프로포폴 양성 반응과 함께 추가로 케타민과 코카인 성분도 검출됐다. 국내 연예계 마약 사범 가운데 한꺼번에 네 가지 종류의 마약 성분이 검출된 연예인은 사실상 유아인이 유일하다.
경찰은 2월 8~9일 유아인을 진료한 서울 강남과 용산구의 성형외과 등 병‧의원 여러 곳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유아인은 최근 2년 동안 프로로폴 투약 횟수가 100차례 이상으로 파악됐다. 2021년 1년 동안만 서울 시내 병원에서 처방받은 프로포폴은 총 73차례, 4497ml(밀리리터)에 달한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평균 약 60ml를 투여한 셈인데, 통상적으로 1~2시간가량 유지되는 수면마취에 사용되는 프로포폴의 양이 15~20ml로 알려져 있어 유아인은 다량의 프로포폴을 여러 차례 나누어 연속적으로 투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마의 경우 길게 열흘 가까이 체내에 주요 성분이 남아있어 소변 검사로 복용 여부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아인은 비교적 최근까지 대마에 손을 댄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더불어 체모 검사의 경우는 모발의 자라나는 길이가 기간에 따라 일정하다는 특징으로 각 마약의 투약 시기 추정이 가능하다. 경찰은 검사 결과와 유아인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지난 8년 동안 문자 메시지 46만여 건을 분석해 정확한 마약 구매 과정 및 투약 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유아인이 손댄 마약 중엔 ‘버닝썬 마약’도
유아인의 첫 마약 의혹으로 지목됐던 수면마취유도제 프로포폴은 다양한 수술과 시술에 사용된다. 그러나 뇌의 기억 중추를 마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용할 경우 자극이 무뎌진 뇌로 인해 내성이 생겨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 유아인을 진료했던 병원장도 이 같은 내성을 우려해 "너무 많이 (프로포폴을) 맞으면 안 된다" "병원을 옮겨 다니면 안 된다"고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타민의 본래 용도는 마취제이지만 강력한 진통 효과와 함께 정신착란과 환각을 일으키는 부작용으로 일반 마취제로서의 사용은 엄격히 제한된다. 2019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게이트’의 클럽 버닝썬 내에서 발생한 마약 유통 사건에서도 언급된 약물이기도 하다. 코카인은 중독성과 부작용이 매우 커 마약 사범들 사이에서도 “갈 데까지 간 사람들이 하는 약”이라는 시각이 있다. 국내 마약 사범 가운데서도 코카인을 복용하는 이들은 다른 마약이나 향정신성약물에 비해 적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숙 후 재기도 사실상 불투명
‘충무로 톱스타’ 유아인은 올 한 해만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와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등 3개 작품의 공개를 앞두고 있었다. ‘승부’ 역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이기에 이번 유아인 사태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넷플릭스다. 2023년 2분기 공개 예정이었던 ‘승부’를 뒤로 미루고 새 시리즈 ‘택배기사’로 빈자리를 채우려 하지만, 논란이 거센 만큼 ‘승부’의 공개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4분기 공개 예정인 ‘종말의 바보’ 역시 앞날이 불투명한 것은 마찬가지다.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의 후속편 논의도 진행 중이었으나 유아인의 마약 이슈로 하차가 확정되고 김성철이 새롭게 투입됐다.
업계의 '손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아인의 재기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비쳐 보이는 것은 앞선 배우 주지훈의 행보로 인해서다. 엑스터시, 케타민 투약 혐의로 2009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던 주지훈은 이듬해 현역으로 입대했고 제대 후 2012년부터 바로 연예계에 복귀했다. 현재까지도 스크린과 TV 무대를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주지훈의 전례가 있기에 유아인 역시 이슈가 잊힐 때쯤 다시 연예계 인맥을 통해 재기할 수 있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주지훈과 유아인의 경우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게 업계 내의 이야기다. 군 복무 기간 동안 대중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주지훈과 달리 유아인은 건강상의 문제로 병역이 면제된 데다 입대 가능 연령을 지났고, 심지어 이번 마약 스캔들과 맞물려 병역 비리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라 더욱 질타를 받고 있다.
현재 유아인의 나이가 애매하다는 점도 그의 재기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1986년생으로 올해 만 37세인 유아인은 주로 ‘자라지 못한 어른 아이’의 매력이 느껴지는 역할을 많이 맡아왔는데,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날 제대로 된 연기 변신 없이 긴 자숙 기간을 거친 뒤 40대가 된다면 배우로서의 다소 모호한 이미지만 남게 될 수 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투자자나 제작자, 대중들이 유아인에게 기대하는 성인이면서도 소년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이런 고착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만큼 임팩트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지 못한 상황에서 복귀하는 40대, 50대 유아인이 과연 이전만큼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더욱이 그간 그가 보여왔던 ‘프로로서 책임감을 가진 배우’이자 ‘정치‧사회 문제에 바른말을 하는 배우’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으니 업계인들만큼이나 등 돌린 대중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