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경쟁작 사이에서 첫 방송 시청 7.3% 주목…조승우 감성적 법조인으로 연기 변신 눈길
2021년 하반기 방송가의 시선은 JTBC 드라마에 집중됐다. 9월 초 전도연의 ‘인간실격’, 10월 중순 고현정의 ‘너를 닮은 사람’, 11월 초 이영애의 ‘구경이’가 연이어 편성됐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확실한 티켓파워를 갖춘,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였다. 흔들리던 JTBC 드라마가 확실한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렇지만 2022년 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대를 모은 세 드라마가 모두 폭망했기 때문이다.
전도연 출연이라는 기대감으로 첫 회 4.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인간실격’은 이후 꾸준히 1~2%대 시청률을 오갔고 최저 기록은 1.1%였다. 결국 마지막 회에서 2.4%로 종영했다. ‘너를 닮은 사람’ 역시 고현정 효과로 첫 회에선 3.6%를 찍었지만 이후 꾸준히 2%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저 2.0%을 찍은 뒤 마지막 회에서 3.2%를 기록했다. ‘구경이’ 역시 2.6%로 시작해 최저 1.5%를 찍은 뒤 2.3%로 종영했다.
항간에선 전도연, 고현정, 이영애 등이 지난날의 스타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얘기인데 최근 전도연이 tvN ‘일타 스캔들’로 큰 인기를 끈 것을 감안하면 이는 틀린 지적으로 보인다. 2023년 시점에서도 전도연, 고현정, 이영애 등은 여전히 캐스팅 1순위로 손꼽히는 배우들이다.
2022년에도 JTBC는 공세적인 캐스팅을 이어갔다. 수애의 ‘공작도시’, 손예진의 ‘서른, 아홉’, 박민영의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등을 연이어 방영하며 시청률 반등을 시도한 것. ‘공작도시’가 최고시청률 4.7%로 반등 모멘텀을 만들었고, ‘서른, 아홉’은 8.1%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역시 자체 최고 시청률 7.8%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3년 3월. 이제는 JTBC 드라마 전성시대다. 2022년 ‘나의 해방일지’와 ‘모범형사2’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드라마 명가의 기틀을 다진 JTBC는 11월 18일에 시작해 12월 25일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방송 드라마계의 판도 자체를 뒤흔들었다. 주 3회 방영하는 금토일 드라마라는 파격 편성을 앞세운 ‘재벌집 막내아들’은 6.1%로 시작해 3회에서 10.8%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찍고, 11회에선 21.2%로 20%대 시청률에 진입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마지막 회에서 기록한 26.9%였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본방을 시청하는 비율이 대폭 낮아진 상황이지만 ‘드라마에 빠져들어 다음 회를 빨리 보고 싶은 시청자가 많아지면 본방 시청률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후속 드라마 ‘대행사’ 역시 4.8%로 시작해 8회에서 12%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찍고 16%로 종영하는 성공을 거뒀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에 이어 ‘대행사’ 역시 고아인 상무(이보영 분)라는 인기 캐릭터를 만들어 내며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3월 4일 방송을 시작한 ‘신성한, 이혼’이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JTBC가 준비한 또 다른 야심 찬 카드는 조승우다. 조승우는 타이틀롤인 ‘이혼전문 변호사 신성한’ 역할을 맡아 진양철 회장과 고아인 상무에 이은 인기 캐릭터가 될 준비를 마쳤다. 1회에서 7.3%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신성한, 이혼’이 어디까지 시청률을 상승시킬지 방송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첫 회 7.3%는 6.1%의 ‘재벌집 막내아들’과 4.8%의 ‘대행사’보다 높은 시청률이다.
조승우는 2018년 ‘라이프’, 2021년 ‘시지프스: the myth’에 이어 ‘신성한, 이혼’이 세 번째 JTBC 드라마다. 한창 물이 오른 JTBC 드라마가 이번에 다시 믿는 카드 조승우를 등판시킨 셈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번에도 법조인 캐릭터라는 점이다. 다만 ‘비밀의 숲’ 시리즈의 황시목 검사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법조인이라는 설정이다. 황시목 검사는 뇌수술 후유증으로 기억력과 관찰력은 매우 발달했지만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인물로 설정돼 있다. ‘가장 이성적인 검사’라는 설정을 위해 탄생한 비현실적인 캐릭터인 셈이다. 반면 이번에 연기하는 신성한 변호사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부분은 황시목 검사와 유사하지만 감성적이고 공감능력도 탁월하다는 부분은 황시목 검사와 상반된다. 이번에도 법정이 주된 배경이지만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성한, 이혼’이 첫 회에서 기록한 7.3%의 시청률이 방송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16%로 종영한 ‘대행사’의 후속 드라마인 까닭에 후광효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대행사’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후광 효과에도 첫 회 시청률이 4.8%에 불과했다.
게다가 ‘신성한, 이혼’은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가 3월 4일 14.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3월 4일 15.5%에 이어 5일에는 17.0%를 기록했다. 첫 방송이 이뤄지는 날 ‘신성한, 이혼’은 14.7%의 ‘모범택시2’와 15.5%의 ‘일타 스캔들’과 맞붙어 7.3%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모범택시2’는 이제 5회까지 방송돼 5주 이상 토요일마다 시청률 경쟁을 벌여야 하며 ‘일타 스캔들’은 5일 종영했지만 후속 ‘판도라: 조작된 낙원’과 경쟁해야 한다. ‘판도라: 조작된 낙원’은 이지아, 이상윤, 장희진, 박기웅, 봉태규 등이 출연하는 기대작으로 이승기의 예비 장모인 견미리가 3년여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