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단일대오’ 강조하며 집안 단속…‘공천 위기감’ 비명계, 이 대표 거취 압박 불붙여
민주당은 4월 중순 원내대표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새로운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함께 ‘투톱’을 이뤄 2024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갖는다.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로 이 대표가 사퇴할 경우 대표직 권한대행까지 맡게 된다는 점에서 원내대표 선거는 무게감을 더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후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의 이번 선거는 계파 간 전면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제1야당 대표 탄압 프레임을 강조하며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때 적지 않은 반란표가 나왔다는 점 때문에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이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3월 8일 비명계 모임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들과 만찬 회동에 나선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당 안팎에서 계파 간 소통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당 일각에선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최대한 빨리 원내대표 경선을 치러 위기 수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 거취 압박에 불을 붙이고 있다. 검찰이 다시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보내올 경우 이번엔 가결시킬 수도 있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온다. 여기엔 내년 총선 때 대거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 있다. 실제 이 대표 강경 지지자들 사이에선 공천 살생부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3월 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올해 상반기 안에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안 되고,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정당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심어지면 총선까지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방탄 정당을 넘어설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이런 선택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대표를 그만두지 않더라도 해결책을 내놓고 대화하는 노력을 했어야 됐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출구전략을 모색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친명계 의원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비명계 의원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는 푸념도 쏟아진다. 한 친명계 의원은 내부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단일대오 해야 하는 시기인데 (비명계) 의원들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지도부에서 압도적 부결 자신했었고, 저 역시도 이 정도일 줄 몰라 솔직히 배신감을 느꼈다”며 “살생부에 올라가 찍힌 사람들은 다음 2차 체포동의안 때 더 적극적으로 찬성할 거다. 당연히 이탈표가 나오지 않겠나. 비명계와 소통이 앞으로 더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라고 했다.
4월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간 치열한 주도권 싸움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적으론 친명계가 우세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비명계에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부담을 느끼는 의원들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명계 균열을 노리는 셈이다.
친명계는 원내대표 경선에 총력전 채비를 갖췄다. 비명계 후보가 선출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와 원내대표가 사사건건 부딪힐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 정치적 입지가 한층 더 좁아질 것이란 우려도 뒤를 잇는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보완해 줄 수 있는 후보가 될 것이다. 통합형 지도부를 세우려는 당내 의원들의 시도가 있겠지만 결국 친명, 비명 세 대결로 갈 것이다. 결국에는 친명 대 비명 프레임에 잠식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겨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친명 대 비명으로 가면 친명 세력이 우위일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4선의 안규백 의원, 3선의 박광온 윤관석 이원욱 홍익표 의원, 재선의 김두관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이 중 김두관 안규백 윤관석 홍익표 의원은 친명계로 꼽힌다. 박광온 이원욱 의원은 비명계로 분류된다. 비명계이자 친문계 대표주자로 원내대표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됐던 전해철 의원은 3월 9일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말씀드린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