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검출 코카인과 케타민은 본인 자백 없인 기소하기 어려워”…유아인 선택에 따라 형량 달라질 듯
유아인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프로포폴로 시작됐다. 2월 23일 오유경 식약처장은 “세간에 연예인 유아인을 (노리고) 잡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식약처가 잡은 건 엄홍식이라는 사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오 처장은 “식약처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 덕분에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면서 “NIMS에는 6억 5000만 개 데이터베이스가 있는데, 어떤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받았는지 다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프로포폴 오남용이 의심되는 약 50명을 수사 의뢰했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이 엄홍식이었다. 다시 말해 여러 차례 프로포폴을 맞은 30대 엄홍식을 쫓다 보니 그가 배우 유아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수사가 시작된 이때까지는 유아인은 프로포폴 과다 투약이 혐의였다.
이를 두고 마약 관련 업무를 많이 해 본 서초동 A 변호사는 ‘유아인이 허술해서 적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A 변호사는 “특정인이 B 병원에 가서 프로포폴을 맞았다고 하면, B 병원은 다른 병원에서 접종한 기록을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초심자들은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며 맞는 경우가 있다”면서 “다만 경험자들은 결국 이 기록이 통합돼 식약처가 관리하기 때문에 언젠가 잡힐 수밖에 없는 걸 안다. 그래서 보통 차명으로 맞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유아인은 프로포폴 적발 이후 소변 검사와 모발 검사도 진행했다. 경찰은 2월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한 유아인을 상대로 간이 소변 검사를 실시하고 모발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런데 유아인의 소변 검사에서 대마가 검출됐다. 이어 모발에서는 프로포폴과 함께 케타민, 코카인까지 검출됐다.
유아인은 소변과 모발에서 검출된 마약이 각각 다르다. 소변에서 검출된 건 대마뿐이다. 이런 경우 추가 증거가 없다면 모발에서만 검출된 케타민, 코카인은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마약 사건을 많이 맡아 본 신알찬 법률사무소 세담 대표변호사는 소변과 모발은 다르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소변의 경우 마약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소변을 채취한 날로부터 5~10일 이내에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이 명확하다. 따라서 소변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경우 목격자의 진술, 자백, 영상 등 다른 증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유죄가 선고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모발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경우 당연히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그 시기를 알 수가 없다. 모발이 한 달에 1cm 정도가 자란다는 전제 하에 모발 어떤 부분에 마약류가 검출되었는지를 보고 투약 시기를 어림짐작할 수는 있지만, 사람마다 모발이 자라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 추측은 불가능하다”면서 “소변과 같이 5~10일 정도 이내라면 범죄 사실이 특정된다고 볼 수 있지만, 모발은 한 달 이상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그것만으로는 유죄의 판결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예컨대 모근으로부터 5cm 부위에서 마약이 검출되었고, 채취일이 2023년 3월 15일이라면 투약 예상 시기는 2022년 10월 전후다. 피고인이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기에 시기가 너무 길고, 만약 모발이 자라는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빠르거나 느리다면 그 시기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8월일 수도 있고 2023년 1월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시기를 특정해 기소할 수도 없다. 반대로 피고인도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방법 등으로 방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약 사건 경험이 많은 추도환 변호사도 이 얘기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추 변호사는 실제 마약 사건 판결문을 공개했다. 추 변호사가 공개한 판결문은 2020년 박 아무개 씨 마약 투약 사건이다. 이 사건은 유아인 사건과 상당히 흡사하다. 박 씨는 대마는 확실하게 적발됐지만,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은 모발에서만 검출된 상태였다. 박 씨는 대마는 인정했지만, 필로폰은 끝까지 부인했다.
검찰은 필로폰을 어느 시점에 했다는 정확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단지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필로폰 및 그 흡입기구 사진과 필로폰 주사기 등으로 투약하는 영상이 있었다. 또한 박 씨가 알 수 없는 사람과 메신저 대화를 통해 나눈 대화 내용 정도였다.
당시 재판부는 필로폰에 관해서는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씨 모발 약 50올에 대해 감정 결과 필로폰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모발의 어느 부분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는지 알 수 없다. 박 씨 소변 검사 결과 필로폰 음성 반응이 확인됐다. 따라서 위 모발 감정 결과만으로는 박 씨가 필로폰을 투약한 시점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2020년 4월경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알찬 변호사는 ‘검찰이 모발 이외에도 추가 증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이런 사정 때문에 유아인은 코카인과 케타민이 모발에서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유아인이 코카인과 케타민을 언제 어디서 투약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신빙성 있는 진술을 하거나, 본인이 자백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코카인과 케타민 투약으로는 기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만약 검찰이 유아인의 코카인, 케타민 관련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형량도 크게 달라지리라 예상했다. 신 변호사는 “프로포폴 투약과 대마 흡연은 마약류관리법 61조 1항 5호에 해당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고, 케타민과 코카인 투약은 모두 마약류관리법 60조 1항 2호에 해당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프로포폴과 대마 투약 및 흡연만 처벌 받으면 형량상 케타민과 코카인 투약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변호사는 만약 검찰이 증거를 추가 확보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도 유아인의 선택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모발에서만 검출된 이상 투약 사실을 부인하면 케타민과 코카인 투약은 처벌이 어렵다. 다만 본인이 모두 자백하고 선처를 받는 쪽을 택할지, 아니면 여론의 비난이나 재판부에서 괘씸하게 볼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더 가벼운 죄로만 처벌 받는 쪽을 택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추도환 변호사는 최근 과도한 검찰, 판사를 향한 비난도 최근 마약 관련 판결 분위기를 몰라 생기는 일이라고 했다. 추 변호사는 “연예인 마약 사건에서 형량이 낮다고 재판부나 검찰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건 현실을 몰라 나오는 얘기”라면서 “연예인 같은 경우 마약 사건에서 일반인보다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절대 다수다. 벌금형 나올 사건으로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추 변호사는 “최근 마약 사건이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이들을 모두 가두면 교도소에 자리가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목도 집중돼 있고 사회 경종 차원에서 중형을 선고한다”라면서 “유아인 마약 사건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아마 그가 일반인이었을 때 받을 형량보다는 무조건 높게 나오리라 예상한다. 검찰이나 법원을 무턱대고 비난하기 전에 다른 마약사범과 비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