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박대출 윤재옥 김태호 등 하마평 무성…지역 및 계파 안배 변수 될지 주목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대표가 강력한 ‘친윤’ 지도부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당직의 꽃’으로 불리는 사무총장에는 ‘윤핵관’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을 책임지는 주요 직책으로, 차기 총선에서 공천 실무를 관여한다.
사무부총장에는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인선됐다. 전략부총장은 박성민 의원, 조직부총장은 배현진 의원이 내정됐다. 사무부총장을 초선 의원들이 맡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배 의원의 경우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 출마 비판 연판장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대변인에는 초선인 강민국 의원과 함께 ‘검사 출신’ 유상범 의원이 임명됐다.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에는 대표적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이 내정됐다.
‘친윤계’가 대거 포진한 지도부 마지막 퍼즐은 새 원내대표라는 분석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김기현 대표와 함께 윤석열 정부 2년 차 국정과제 입법을 뒷받침하고, 내년 4월 총선 승리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일정은 이르면 4월 초, 늦어도 4월 하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호영 현 원내대표는 2022년 9월 선출될 당시 권성동 전 원내대표 잔여 임기인 4월 8일까지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칙대로라면 선거가 4월 초에 치러져야 한다.
다만 주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너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4월 임시국회를 마무리한 뒤 4월 말 여야 원내대표 동반 사퇴 방안을 제안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교체기의 여야 협상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그럴 경우 선거일이 4월 하순에서 5월 초로 조정될 수 있다.
이는 당내 소속 의원들이 양해를 해줘야 가능하다. 하지만 친윤계 일각에서는 이런 방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속히 새 원내사령탑을 뽑아 ‘완전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출마를 원하는 의원들의 몸풀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후보군으로 4선의 김학용(경기 안성) 3선 박대출(경남 진주갑)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이 꼽힌다. 이들은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굳히고 의원들을 만나며 지지 호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용 의원은 “선거 일정이 확정되면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사를 역임한 3선 중진 김태호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도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호 의원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마음의 준비는 끝났고, 한 발 내디뎠다”며 “내년 총선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장수로서 역할을 하고,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4선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과 3선의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상현 의원은 3월 15일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에 “지금은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당이 사분오열됐다. 일단은 당 화합과 김기현 대표의 안착이 중요하다”며 “지금 원내대표 나가고 선언할 타이밍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이들은 ‘재수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을까봐 막판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조해진 의원은 2021년 6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와 지난해 4월 원내대표 선거 등 당내 선거에 나서 연거푸 낙선했다. 윤상현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했다가 컷오프됐다”며 “또 다시 나섰다가 선출되지 않으면 정치적 타격이 클 것이다. 그러다보니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이 원내 사령탑을 뽑는 일종의 ‘반장선거’ 성격이 강한 만큼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김기현 대표가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인 점이 원내대표 선거에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언급했듯 차기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 함께 내년 4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원내대표마저 김 대표와 같은 PK 출신이 선출되면 지역 홀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셈법은 현재 후보군 중에서 PK를 지역구로 둔 박대출 김태호 조해진 의원에 불리하게 작용된다. 박대출 의원의 경우 정책위의장 하마평에도 오르내린다. 하지만 박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의사가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윤상현 김학용 의원에게는 유리한 지점이다. 또한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수의 심장’ TK(대구·경북) 소외론도 제기된 바 있다. TK를 지역구로 둔 인사가 지도부 주요 직책에 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 윤재옥 의원이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은 “전대 과정에서도 김기현 의원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 게 인지도였다. 특히 내년 총선에 김기현 대표로 수도권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소구력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도권 출신 원내대표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앞서 인터뷰에서 출마 의사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의원들이 여러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내년 총선 승리,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도권의 대약진이 필요한데, 이번 당직 인선을 보면 수도권 의원이 안 보인다”며 “당대표가 PK 출신이니 원내대표는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 수도권에 대한 전략 정책 공약 인물 배치 등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그런 면에서 내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새로 구성된 당 지도부가 ‘친윤’ 일색인 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의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2022년 9월 원내대표 선거 당시 ‘윤심’을 앞세운 주호영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긴 했지만, 경쟁했던 이용호 의원이 42표로 예상보다 많은 득표수를 얻어 의원들 사이에서 ‘윤심’에 균열이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보다 ‘친윤’ 체제가 더 공고해진 상황에서 다양성 확보를 위해 원내사령탑은 친윤 색채가 상대적으로 옅은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의원들 사이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면 차기 총선에 당선은 물론, 공천도 어려울 수 있겠다는 걱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윤 의원들이 ‘원팀’ 결집·단일대오를 명분으로 목소리를 높이면, 주류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모여 표 대결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친윤’에 대항하는 이탈표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처럼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년 동안 이준석 전 대표의 대표직 상실,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 과정을 다 지켜봤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이 당내 ‘내부총질러’ 낙인이 찍힌 인사들을 어떻게 제거하는지 체득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무기명 투표라 해도 섣불리 반기를 들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계파색이 큰 변수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중진 의원들이 모두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아직까지 차기 원내대표와 관련해 선호하는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윤재옥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선대본 상황실장으로 뛰었다. 박대출 의원은 유세본부장으로 활약했다. 김학용 의원은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윤심’을 업고 출마한 김은혜 당시 경기지사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윤상현 의원의 경우 지난해 말 ‘신윤핵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