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창원 간첩단’, 수원지검 ‘민주노총 사건’ 수사…검찰 관계자 “여론전뿐 아니라 군사기밀 시설 접근 시도도”
현재 검찰은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에서 각각 북한 간첩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을, 수원지검은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의 북한 관련 간첩 활동을 수사 중이다. 검찰에서는 민주노총이 관련된 수원지검 사건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사안이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공안통’ 검사 추가 투입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가 수사한 곳은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세력이다.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했기에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많이 거론된다.
검찰은 올해 초부터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많은 힘을 실어줬다. ‘공안통’ 검사를 추가로 투입하는 등 인력도 보강했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소속 연구관을 1부에 파견한 데 이어 공안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인훈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 부부장검사까지 투입했다. 수사팀이 11명까지 늘어난 것인데, 이는 사실상 2개부서 수사 인력 규모다.
수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에 따르면 황 아무개 씨 등 자통 조직원들 4명은 2016년부터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계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국내에서 반정부활동을 벌이거나 국내 정세를 북한에 보고했다.
이들은 2022년 6월 북한이 반미 투쟁, 정권 퇴진 투쟁을 선동하며 이를 위해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와 촛불집회를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2022년 10월에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등락을 북한에 보고했고, 한 달 뒤 북한에서는 지지율 하락을 계기로 제2의 촛불 대항쟁 등 대통령 퇴진 투쟁을 전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통 조직원들은 북한으로부터 반전평화 단체 및 각종 노동조합과 합세해 주한미군 철수 등의 투쟁을 벌이거나 자통 조직원들이 장악한 통일단체를 활용해 통일행사를 조직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경상남도 등의 예산을 받아 남북 대학생 교류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는데, ‘북한 바로알기’, ‘미국 바로알기’, ‘시민 대상 통일 강좌’ 등 북한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유도하거나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행사를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북한의 지령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 등에 대한 평가를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문화교류국은 지령문에서 김 위원장을 “총회장님”으로 표현했고, 간첩조직은 “이사회”라 부르며 정권 퇴진운동 등을 지시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에 대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막기 위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맞섰지만, 검찰은 자통 조직원들이 이러한 지시에 따라 활동을 벌인 뒤 북한 측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보고, 이른바 창원 간첩단 조직원 4명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를 적용해 3월 15일 구속기소했다.
관련 흐름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기사에서 나오는 결과들은 국정원이 북한의 암호 지령문 등을 일일이 해독해서 내용을 확인한 것”이라며 “방대한 의혹들이 있지만 증거를 제시할 수 있고 진짜 의혹들만 추려서 기소했기 때문에 구속영장도 모두 발부된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주노총 간부 관여 사건, 장기화 가능성
하지만 검찰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의 창원 간첩단 사건보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가 관여된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 사건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방식은 유사했다. 한·일 관계 악화를 위해 일장기 화형식, 대사관 기습시위를 진행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 7월 13일 보낸 지령문에서 “일본 것들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격화시키고 각 계층의 반일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기 위한 실천 활동을 전술적으로 짜고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일장기 화형식, 일본인 퇴출 운동, 대사관·영사관에 대한 기습 시위 등 구체적인 방법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북한은 2021년 5월 3일에도 지령문을 통해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걸고 반일 민심을 부추겨 일본 것들을 극도로 자극시키라, 집권 세력을 압박해 이남 당국과 일본 사이 대립과 갈등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으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론전도 지시했다. 2022년 4월 17일에는 “각급 노조들을 발동해 윤석열 패들을 반대하는 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벌이라”고 지시했고, 2022년 6월 29일에는 “‘한·미 동맹은 전쟁동맹’ ‘평화파괴범 윤석열을 탄핵하자’ ‘남북 합의 이행’ 등의 구호를 들고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청사, 윤석열 자택 주변에서 도로차단·포위행진·연좌시위들을 지속적으로 조직·전개하라”고 지령문을 내려 보냈다.
북한에 보낸 보고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도 다짐했다. 4월 4일 발송한 대북 보고문에선 “위대한 김일성·김정일 주의 사상은 인류의 단결과 연대, 평화를 앞당긴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받들어 대를 이어 충성하자”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언론 보도들이 ‘여론전 지령을 내려 보냈다’는 쪽으로 많이 기사화되고 있는데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군사기밀 시설에 대한 접근 시도도 있었다”며 “그만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사건은 창원 간첩단 사건보다 규모나 파급력 모두 더 큰 사안”이라고 귀띔했다. 북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규모나 범죄 혐의 정도가 더 방대하다는 설명이다.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근 3~4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대공 관련 수사를 손놓고 있었을 때에도 국정원에서는 자료를 모으면서 창원, 제주, 전주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간첩 의심 행위들을 꾸준히 쫓고 있었다. 이들이 되레 문재인 정부 때 방심하면서 한 행위들이 제대로 증거가 잡힌 것”이라며 “최근 검찰의 대공 수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모두 100% 발부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처럼 무리하지 않고 확실한 증거로만 수사를 하는 부분들이 개선된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