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1호’ 당사자 김만배 등 혐의 부인…‘인 마이 포켓’ 없어 검찰 수사 ‘무리수’ 비판도
이재명 대표 기소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다. 이 대표는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 등으로 2022년 9월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대표에 대한 불구속 기소는 당초 예상된 흐름이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일정 등을 고려해, 22일 전후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대로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몫이 있다는 ‘428억 원 약정’은 기소에 포함시키기 않았다. 검찰은 이 대표의 여죄가 추가로 나온다면, 기소 역시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을 통한 대북 송금 의혹과 함께 김만배 씨의 ‘50억 클럽’으로 수사를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 “이번 기소는 ‘답정기소’”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한 탓에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적용했다. 또, 이 과정에서 측근들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일정, 사업 방식, 서판교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 직무상 비밀을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그들이 7886억 원의 이득을 챙기게 한 혐의도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들이 주장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은 빼도록 결정해 공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도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 원을 얻게 한 혐의도 적용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밝히면서 “영업사원이 100만 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 원에 판 것”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도 함께 기소했다. 성남 FC 구단주로서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 50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성남시 소유 부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 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도 포함됐다. 네이버 뇌물을 기부금으로 포장하도록 한 혐의도 적용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기소를 앞두고 전면 혐의를 부인했다. 국회 최고위원 회의 등에서 “대장동 사업은 5503억 원의 공익 환수 성과이고 성남 FC 광고 유치는 적법했다”며 “저에 대한 기소는 ‘답정기소’(답이 정해진 기소)”라고 비판했다.
#검찰, 입증 가능한 혐의에만 집중
하지만 검찰도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입증 가능한 혐의만 집중한 것이 눈에 띈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가 이 대표 측에 천화동인 1호의 숨은 지분(428억 원)을 약정했다는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선 경선 자금 8억 4700만 원을 남욱 씨에게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이번 기소 범위에 포함하지 않았다.
김만배 씨와 김용 전 부원장 등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정치자금 수사를 살펴보면 원래 돈에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돈이 섞여서 사용됐는지 입증하는 게 어렵고 그래서 핵심 관계자의 진술이 필요하다”며 “문제는 줬다고 얘기해야 하는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은 내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김용 전 부원장이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모두 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가 무죄가 받을 것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챙긴, 일명 ‘인 마이 포켓’이 없는 범죄혐의인 탓에 검찰 수사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배임 혐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만들어낸 억지 기소 논리 가운데 하나이지 않나”라며 “정무적 판단을 법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게 될 수 있어 유죄 판단이 쉽지 않은 혐의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수사들
검찰 역시 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본류 수사를 마무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제 428억 원 약정 의혹과 ‘50억 클럽’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검찰은 428억 원 약정 의혹을 ‘김만배 일당’에게 특혜를 준 이유로 보고 있다. 실무진이 반대를 했음에도 이익을 몰아준 배경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몫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에 손해 가는 결정을 한 동기라는 것이다. 무리하게 기소를 하는 대신 김만배 씨, 김용 전 부원장, 정진상 전 실장과 민간업자들을 상대로 시간을 가지고 수사를 더 진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자금 사용처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김만배 씨를 압박하기 위한 수사도 계속 이어간다. 바로 ‘50억 클럽’이다. 검찰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등 김만배 씨와의 ‘의혹’이 제기된 이들에 대해 수사를 할 방침이다. 검찰은 수사력 집중을 위해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실 정종원 연구관(사법연수원 41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강현욱 검사(41기) 등 검사 4명을 추가 파견했다.
특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는 경우에 따라 이 대표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매달 15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수원지검은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눈 수사를 여전히 진행 중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를 수사 중이다. 이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으로부터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내줬다”는 진술과 함께, 구체적인 증거들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는 앞으로 최소 3개 이상의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아야 한다”며 “설사 일부 무죄가 나온다 하더라도 유죄가 나올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고, 검찰도 이를 알기 때문에 일부러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