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수사권 이관 앞두고 검·경과 합동수사단 운영…공안라인 씨 마른 검찰보단 국정원에 힘 실릴 수도
법조계에서는 올해 국정원 주도로 운영 중인 ‘대공 합동수사단’ 모델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정원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경찰청·검찰청과 함께 대공 합동수사단을 운영 중인데, 서초구 내곡동의 국정원에 마련된 사무실에는 경무관급을 포함한 경찰 20여 명과 2명의 안팎의 검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력이 강한 국정원이 과거처럼 주도권을 가지되, 기소를 위한 수사는 경찰과 검찰이 함께 참여하는 모델이다.
#연일 ‘국정원 수사권 복원’ 외쳐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3일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 첫 만찬 자리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슈를 문제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이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국정원의 수사권은 3년 유예기간을 거 2024년 1월 1일부터 경찰로 이관된다.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현재 국정원 주도로 진행 중인 민주노총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 진행 상황을 언급하며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 민주노총 간부들의 간첩 혐의가 많이 포착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미일 군사 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투쟁” 등 북한의 지령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라는 이태원 참사 집회 구호 역시 북한의 지령문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측에 “아무리 좋은 일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할 수가 없다. 당에서 여론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정무적 기능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여당도 곧바로 대공수사권 복원을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월 16일 “경찰에 대공수사권을 넘기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 거기에 맞는 제도를 여야가 빨리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김기현 대표도 같은 날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들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간첩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정원·검찰 라인으로 대공수사 강화할까
자연스럽게 법조계에서는 ‘국정원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검찰 수사’ 구도가 다시 복원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손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국정원이 주도하되, 경찰과 검찰이 보조하는 구조의 ‘수사단’이 장기적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로 국정원은 2월 6일부터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두고 연말까지 검·경과 함께 대공합동수사단을 운영 중이다.
대공 합동수사단은 경찰에서 경무관급을 포함해 20여 명, 검찰에서 2명의 검사가 참여했다. 국정원은 수사단 출범에 대해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법을 경찰에 공유하고 파견 검사는 법리 검토와 자문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넘어갔을 때, 안보수사력이 약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절차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국정원 수사권 복원을 해내지 못할 경우 수사단이 상시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이 수사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되, 국정원과 검찰이 파견 형식으로 수사단에 합류해 대공수사 관련 정보를 넘겨주는 방식이다.
국정원 파견 경험이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정원은 해외에 나가 있는 정보원들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받는 정보량이 많다. 문제는 이 정보들 중에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과거에는 국정원과 검찰이 긴밀하게 협조하며 대공 수사를 했는데 경찰의 경우 법정까지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보니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수사 중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의 경우 북한과의 접촉이 이뤄진 곳은 캄보디아 베트남 등 해외였다. 관련 정황을 포착한 것도 국정원으로 알려졌는데, 대통령실과 국정원 등은 대공수사에 필수적인 해외 정보기관과의 네트워크나 휴민트(인적 정보망) 부분을 경찰이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도 그 궤를 같이 한다. 최근 출입기자단 정례 간담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과도기적으로 경찰과 국정원이 합동수사단 형태의 수사단을 만들어 주요 사건 몇 개를 같이 해볼 계획”이라며 수사단이 장기적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윤 대통령 특수통 출신이라서…
국정원-경찰 간 호흡 속에 검찰의 존재감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 주도의 수사단에서 법정을 염두에 둔 법리 검토 등에 검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혹, 국정원이 다시 수사권을 회복할 경우 과거처럼 국정원-검찰 간 수사 구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특수통’ 출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인 공안 수사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만큼 검찰보다는 국정원에 힘을 실어주는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안 라인 출신의 한 검사는 “특수 수사 영역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검사들은 공안의 수사 방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과 검찰총장 시절 특수통 라인 후배들만 중용하지 않았느냐”며 “당시 공안 라인에 실력 있는 인물들은 대거 검찰을 떠났고 현재 남아있는 이들 중에서는 송강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과 정영학 서울북부지검장(둘 다 사법연수원 29기) 정도뿐이고, 이마저도 대통령 당선 후 이뤄진 검사장 인사 때 안배였다. 그 사이 공안라인에서 수사를 전담했던 검사들은 끊기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원이 수사를 주도하되, 경찰과 검찰이 협력해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해나가는 구도로의 수사권 복원을 최종 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 국정원의 수사 방식은 거칠었고, 가끔은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무리수를 쓰기도 했다. 그것에 대한 비판도 분명 검찰 내에서는 존재했고 그 때문에 검사들이 국정원 파견을 영전이라 하면서도 꺼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검찰이 카운터파트너가 아닌 상황에서 국정원이 다시 수사를 주도하게 된다면 경찰이 국정원의 거친 수사 본능을 잘 제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