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KT 가장 강한 전력으로 평가받아…‘FA 최대어’ 양의지와 ‘마지막 시즌’ 이정후 활약 관심
'디펜딩 챔피언' SSG 랜더스의 김원형 감독은 "LG와 KT는 투타 밸런스가 좋고, 최근 포스트시즌을 많이 경험했다. 우리 팀과 가을의 마지막 경기를 할 것 같다"며 자신감과 경계심을 동시에 드러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키움 히어로즈의 홍원기 감독도 "시범경기를 통해 전 구단이 평준화됐다는 걸 느꼈지만, 그래도 LG와 KT 두 팀이 가장 강한 것 같다"며 "안정적인 선발진을 구축했고,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경험이 많다"고 설명했다.
키움과 SSG는 각각 3표와 2표를 얻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는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이승엽-박진만 맞대결은 언제?
올해 KBO리그는 선수들만큼이나 '감독들의 대결'도 주목 받고 있다. 대표적인 맞수가 1976년생 동갑내기인 이승엽 두산 감독과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다.
이승엽 감독은 명실상부한 한국 야구 최고 타자다. KBO리그에서만 홈런 467개를 쳐 역대 최다 홈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느라 8년간 자리를 비웠는데도 그렇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5회, 골든글러브를 10회 수상했다.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이 감독은 KBO리그에선 삼성에만 몸담으면서 36번을 영구결번으로 남겼지만, 올해는 두산에서 77번을 달고 감독으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박진만 감독도 숱한 국제대회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면서 '국민 유격수'로 불린 거물 내야수였다. 현대 유니콘스(1996~2004년), 삼성(2005~2010년), SK 와이번스(2011~2015·현 SSG)를 거치면서 20년간 KBO리그 최정상급 수비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8월부터 삼성 감독대행을 맡아 50경기에서 28승 22패로 좋은 성적을 냈다. 시즌 뒤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이 감독과 박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등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 전성기를 함께한 사이다. 때마침 같은 시기에 프로 사령탑에 올라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다. 현역 감독 10명 중 40대 감독도 둘뿐이다. 이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박진만 감독은 훌륭한 선수이자 지도자다. 현역 때도 영리한 선수였고, 은퇴 후에도 나보다 코치 경험이 훨씬 풍부하다"며 "내가 도전자의 입장인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두산과 삼성은 4월 25~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다. 이승엽 감독이 처음으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대구를 '방문'하는 날이라 벌써부터 야구팬의 관심이 쏠려 있다.
'유이한' 외국인 사령탑인 롯데 래리 서튼 감독과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나란히 벼랑 끝에 서 있다. 두 감독 모두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롯데는 2021년 5월 11일 허문회 전 감독을 경질하고 서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 모두 8위에 그쳤다. 한화도 수베로 감독이 이끈 2년 동안 최하위에 머물렀다. '리빌딩'에 목적을 두고 3년 계약을 했지만, 올해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감독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다.
두 팀 다 지난겨울 공격적으로 전력보강을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롯데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포수 유강남, 내야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를 영입했다. 한화도 검증된 중장거리 타자 채은성, 투수 이태양, 내야수 오선진, 외야수 이명기와 잇달아 계약했다. 두 사령탑도 올해는 지도자로서 진짜 실력을 보여야 하는 시험대에 선 셈이다.
LG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의 새출발도 관심을 모은다. 염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SK에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지만, 우승은 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던 아픔이 있다. 1994년 이후 우승 소식이 없는 LG와 같은 간절함을 공유한다. 3년 만에 돌아온 더그아웃에서 정상 탈환을 벼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여러 팀의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NC 강인권 감독은 지난해 감독 대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준비된 지도자'라고 평가받던 강 감독이 자신의 야구를 펼칠 기회다. 강 감독과 동갑인 김원형 감독은 지난해 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정규시즌 개막일부터 종료일까지 1위 유지)'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해냈다. 현역 사령탑 최고 대우인 3년 22억 원에 재계약한 뒤 여세를 몰아 2연패를 노린다. 한국시리즈에서 SSG와 명승부를 펼친 홍원기 감독도 3년 14억 원에 구단의 재신임을 받았다. 창단 첫 우승을 목표로 다시 고삐를 조이고 있다.
#FA 이적생 효과는?
지난 스토브리그는 전례를 찾기 힘든 '포수 대이동' 릴레이로 화제를 모았다. FA 시장에 나온 이른바 '포수 빅 4'의 몸값 총액이 343억 원(평균 85억 7500만 원)에 달하는 '폭등장'이 펼쳐졌다. 마운드, 타선, 수비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이적생 포수들의 경쟁 구도는 올 시즌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됐다.
가장 먼저 LG 출신 FA 유강남이 4년 총액 80억 원에 롯데로 이적했다. 뒤이어 KIA 출신 FA 박동원이 LG와 4년 총액 65억 원에 사인해 유강남의 빈자리를 메웠다. 그 사이 NC는 지난 4년간 주전 포수로 활약한 '최대어' 양의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치열한 양의지 영입 전쟁에서 승리한 구단은 친정팀 두산이었다. 양의지는 4+2년 총액 152억 원을 제시한 두산과 다시 손을 잡았다. 안방에 큰 구멍이 뚫린 NC는 포수 중 유일하게 미계약 상태로 남아있던 두산 출신 박세혁에게 눈을 돌려 하루 만에 사인을 받아냈다. 공교롭게도 두산과 NC가 서로 주전 포수를 맞바꾸게 된 모양새다. 박세혁은 과거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뛰었던 인연도 있다.
이들 중 팀 전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는 단연 양의지다. 그는 지난해 9위에 그친 두산의 '희망'이자 키 플레이어다. 이승엽 감독이 취임하면서 구단에 양의지 영입을 강력하게 요청했고, 예전부터 양의지의 이탈을 아쉬워하던 박정원 구단주가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4년 전 NC와의 첫 FA 계약(총액 125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안기면서 양의지의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했다.
양의지 역시 앞으로 두산의 반등에 온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그는 미디어데이에서 "지난 WBC는 내가 국가대표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였다.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쉬웠다"며 "이제 태극마크는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수(LG), 김광현(SSG)에 이어 세 번째로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한 것이다. 그는 이어 "두산 팬들이 내게 얼마나 큰 기대를 하는지 알고 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친정팀에서 하게 됐는데, 두산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내 임무인 것 같다"며 "야구는 선수 한 명이 하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최고의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잠실에서 부산으로 터전을 옮긴 유강남, KIA와의 짧은 동행을 마치고 LG로 간 박동원도 전국구 인기구단의 새 안방마님이라는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특히 박동원은 FA 협상 당시 원 소속구단이던 장정석 KIA 단장에게 '뒷돈'을 요구 받은 사실을 최근 폭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KIA는 박동원이 제보한 녹취 파일을 확인한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장 단장을 경질했다.
다른 FA 이적생들도 눈길을 끈다. 한화와 6년 총액 90억 원에 계약한 외야수 채은성은 팀 내 취약 포지션인 외야 전력을 보강하면서 중심타선 역할까지 맡을 '해결사'다.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0.231로 부진했지만, 정규시즌에선 타격감이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베테랑 내야수 김상수는 4년 총액 49억 원을 받고 KT 위즈로 이적했다. KT는 주전 유격수로 뛰던 심우준이 올해 상무로 입대한 상황이라 내야 공백을 메울 김상수의 존재가 절실했다. 어렵게 고향 대구를 떠난 김상수는 2021년 우승팀 KT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새 외국인 선수들과 이정후
외국인 선수 명단도 변화가 크다. SSG, 두산, NC는 외국인 선수 셋을 모두 교체했다. SSG는 투수 커크 맥카티와 에니 로메로,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선택했다. 두산은 투수 딜런 파일과 라울 알칸타라, 내야수 호세 로하스를 영입했다. 이 중 알칸타라는 2019년 KT, 2020년 두산에서 뛴 KBO리그 '유경험자'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다가 올 시즌 두산으로 복귀했다. NC는 투수 에릭 페디·테일러 와이드너, 외야수 제이슨 마틴과 손잡았다. 다만 SSG 로메로는 일본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서 어깨 통증을 느낀 뒤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파일도 호주 스프링캠프 도중 타구에 머리를 맞은 후유증으로 다른 선수보다 늦게 입국했다. 실전 준비가 늦어져 한 달 가량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들 외에도 키움 투수 아리엘 후라도, LG 외야수 오스틴 딘, KT 투수 보 슐서, KIA 투수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 한화 투수 버치 스미스와 외야수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올 시즌 KBO리그에 첫선을 보인다. 키움 새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은 두산 알칸타라처럼 2020년 키움에 몸담았다가 3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복귀병'이다.
올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은 돈을 받는 선수는 LG 케이시 켈리다. 5번째 시즌을 앞두고 180만 달러(약 23억 원)에 재계약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몸값으로 총 490만 달러(약 64억 원)을 지출해 가장 많은 돈을 썼다. 데이비드 뷰캐넌, 알버트 수아레즈, 호세 피렐라와 모두 재계약해서 그렇다. 뷰캐넌은 4년, 피렐라는 3년, 수아레즈는 2년째 삼성과 동행한다.
KBO리그 최고 스타인 이정후(키움)는 올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준비한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올해로 7년을 꽉 채워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미 키움과 합의도 마쳤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과 정규시즌 MVP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다만 키움은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돌아섰다. 그는 개막을 앞두고 "MLB 진출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승으로 보답하는 게 먼저"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타격폼을 간결하게 수정하면서 더 좋은 성적을 다짐했고, 올 시즌 팀 주장까지 맡았다. 10개 구단을 통틀어 20대 주장은 이정후가 유일하다. 더그아웃에서 그의 존재감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미 미국 현지의 관심도 높다.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계약했고, 지난 2월 WBC 대표팀 캠프에 수많은 MLB 구단 스카우트가 찾아 이정후를 지켜봤다. MLB닷컴은 "이정후는 겨우 25세지만, 완전체에 가까운 타자"라고 소개했다. 올해가 지난 뒤 이정후를 KBO리그에서 다시 보려면,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올해는 무엇이 바뀌나
지난해까지 10개 구단 홈 경기 수는 144경기의 절반인 72게임으로 모두 같았다. 올해부터는 SSG·KT·롯데·두산·한화가 홈 73경기와 원정 71경기를 치르고, 키움·LG·KIA·NC·삼성은 홈 71경기와 원정 73경기를 벌인다. 이어 내년 시즌에는 두 그룹이 홈·원정 경기 수를 반대로 바꿔 한 시즌을 보낸다. 지난해 12월 KBO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연전을 폐지하면서 생긴 변화다.
KBO는 그동안 팀별로 펼치는 16경기를 네 차례의 3연전과 두 차례의 2연전으로 나누어 배분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 2연전이 이어지면서 체력적 부담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자 4번의 3연전 후 남은 4경기를 '3+1경기'로 소화하기로 결정했다. 홈 경기 숫자가 달라지면 구단 수익에 큰 변화가 생기지만, 이틀 간격으로 짐을 싸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금전적·체력적 폐해를 피할 수 있어 10개 구단 모두 찬성했다.
야구 인기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스피드업' 규정도 개선했다. 지난해 이미 정규이닝 평균 경기 시간을 3시간 14분에서 3시간 11분으로 줄였는데, 올해는 3시간 5분까지 6분 더 당기는 게 목표다. 경기 중 마운드를 방문한 감독이나 코치는 지난해까지 30초 동안 그라운드에 머물 수 있었지만, 올해는 30초 후 바로 경기를 재개할 수 있도록 심판이 25초 시점에 시간을 통보한다. 감독이나 코치가 즉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호다. 여기에 '30초가 지난 시점에서 포수는 포구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승부처에서 여러 선수가 마운드에 모여 투수를 격려하거나 파이팅을 다짐하는 장면을 올해부터는 보기 어려워졌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투수가 12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는 규정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한다. 작년까지는 이 규정을 어길 시 1차 경고 후 2차로 벌금 20만 원과 1볼 판정을 부과했는데, 올해는 퓨처스리그(2군) 경기부터 경고 단계 없이 곧바로 볼로 판정한다. 내년에는 1군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심판 고과에는 스피드업 평가가 추가되고, 매월 관련 통계도 발표하게 된다.
이외에도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KBO 수비상도 생긴다. MLB의 '골드 글러브'와 같은 개념이다. MLB는 타격상인 '실버 슬러거'와 수비상인 '골드 글러브'가 따로 있지만, 한국은 골든글러브 하나만 시상하기 때문에 타격 성점이 '표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KBO는 수비의 가치를 인정하고 선수들의 수비 기량 발전을 이끌기 위해 수비에 중점을 둔 상을 제정하기로 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