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박병호·이정후 덕분에 빠르게 적응…유망주 해외진출 지원 필요”
미국-한국-일본 오사카-도쿄-미국으로 이어진 WBC 여정은 토미 에드먼으로선 처음 경험하는 강행군이었지만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시간들은 매우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을 터. 토미 에드먼과의 인터뷰를 정리한다.
지난 3월 1일 토미 에드먼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당시 새벽 시간임에도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들어 한국계 미국인인 토미 에드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에드먼은 처음 맞이하는 광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환한 미소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한 바 있다. 그는 세인트루이스 훈련장에서 진행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말 엄청난 광경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나와 나를 환영해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이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다가올 경기가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토미 에드먼은 WBC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로 뛴 소감을 묻자 “신기했다”라고 표현했다.
“나와 내 가족한테는 한 나라를 대표해 뛸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영광이었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많이 경험하지 못했던 내 혈통의 반인 나라를 대표할 수 있어 좋았다. 한국은 처음 가봤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엄마의 가족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곳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표팀 생활은 어떠했을까. 언어가 다른 선수들과 생활하는 부분은 토미 에드먼에게 새로운 숙제로 다가왔을 것이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행히 선수들과 대표팀 관계자들이 모두 친절했다. 내가 팀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고 나를 기분 좋게 맞이해줬다. 내가 팀에 합류하기만을 기다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도 친구가 돼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고 싶은 선수들도 있었다.”
토미 에드먼은 제일 먼저 상대 팀으로 만났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과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경기를 통해 접했던 선수라 자연스럽게 친분을 맺을 수 있었다. 그다음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KT 박병호였다. 토미 에드먼의 설명에 의하면 박병호가 영어를 잘해 자신을 많이 도와줬다고 한다. 이정후와의 친분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 생활을 하며 김하성, 박병호, 이정후랑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고, 이들의 도움 덕분에 대표팀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그리도 또 한 명의 선수가 세인트루이스에서 2년을 함께 뛰었던 김광현(SSG 랜더스)이다.
“KK(김광현)를 대표팀에서 다시 만나 정말 반가웠다. 카디널스에 있었을 때 KK는 아주 에너지가 넘치는 재미있는 친구였는데 그를 다시 보게 돼 행복했다. KK가 한국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더라. KK는 세인트루이스에서도 좋은 투수였고, 한국에서도 멋진 투수였다.”
토미 에드먼은 선수들한테 배운 한국어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주 간단한 인사 정도를 배웠다. 예를 들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란 인사와 한국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맛있게 먹어’ ‘맛있게 먹어요’라고 말한다는 걸 알게 됐다.”
대표팀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갔던 토미 에드먼은 대표팀 경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팀 훈련에 합류해 일본에서 두 차례 연습 경기를 소화했다. 그리고 1라운드 첫 번째 경기가 호주전이었다. 한국은 호주와의 경기에서 어떻게 해서든 1승을 챙겨야 했지만 결과는 1점 차 패배였다.
“대표팀에서의 훈련은 세인트루이스에서 했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좋고 나쁨이 아니라 한국에서 배운 부분을 미국에서도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패한 원인은 호주 선수들이 잘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가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우리가 그린 그림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그로 인해 호주가 더 점수를 뽑아낼 수 있었다.”
토미 에드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경기에 패하면 기분이 좋지 않듯이 대표팀에서도 패한 이후엔 분위기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토미 에드먼은 일본과의 경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일본은 아주 잘하는 팀이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경기력이 뛰어났다. 일본 팀에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있었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게 될 선수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을 상대할 때 많은 팬들의 응원전이 신기했다.”
일본의 선발 투수는 다르빗슈 유. 메이저리그가 아닌 도쿄돔에서 만난 다르빗슈 유에 대해 토미 에드먼은 “재미있었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메이저리그에서 몇 차례 상대했던 선수를 일본에서 투수와 타자로 만난다는 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르빗슈는 좋은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투수라 타자 입장에선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토미 에드먼과 일본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둔 라스 눗바가 활약 중이다. 두 선수는 각각 이번 WBC에서 한국과 일본 대표팀 선수로 뛰었거나 뛰고 있는 중이다. 토미 에드먼은 일본전을 앞두고 도쿄돔에서 세인트루이스 동료인 라스 눗바와 재회했다.
“눗바는 일본 대표로 뛰는 걸 오랫동안 기다렸고, 기대가 컸다. 나처럼 일본 대표팀에서도 그를 잘 받아줘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라. 덕분에 일본 대표팀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 않나.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돼 반가웠다.”
라스 눗바는 일본 대표팀 외야수로 활약하며 거의 매 경기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치면서 일본 팬들의 엄청난 관심과 응원을 한몸에 받고 있다.
토미 에드먼은 일본전에서 한국의 선발 투수로 나선 김광현이 2회까지 무실점 피칭으로 호투를 펼치다 3회에 무너진 것과 관련해 조심스런 의견을 나타냈다.
“김광현은 잘 던지고 있었다. 좋은 공들을 많이 보여줬는데 일본팀에 뛰어난 타자들이 존재했다고 본다. 야구는 누구나 서로를 이길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스포츠다. 한국이 실력이 부족해서 일본에 졌다기보다는 일본이 우리보다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후 체코와 중국전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한국 대표팀은 웃을 수 없었다.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토미 에드먼은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이 컸다고 말한다.
“야구 경기에서 이기는 건 힘든 일이다. 그저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클럽하우스까지 그 느낌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솔직히 실망도 했다.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 해 아쉬웠다. 나한테는 모든 것들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했던 모든 부분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아쉬움까지 말이다.”
한국대표팀에서 키스톤 콤비로 만난 김하성과의 호흡은 어떠했을까.
“김하성은 굉장히 좋은 사람이다. 영어를 잘하는 터라 서로 잘 맞춰나갔던 것 같다. 이번 WBC를 통해 김하성이란 선수를 알게 돼서 좋았다. 커리어를 쌓으면서 자주 많이 보기를 바란다.”
토미 에드먼에게 어려운 질문을 건넸다. “앞으로 한국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내용이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보기에 한국에 재능 있는 어린 투수들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이 꾸준한 훈련을 통해 실력을 성장시키는 부분이 중요하다. KBO리그에는 좋은 타자들도 많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을 잘 성장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시즌 이정후가 KBO리그 MVP였다고 들었는데 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는 것 같더라. 그런 선수들이 해외로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한국 선수들과의 좋은 추억을 안고 세인트루이스로 복귀한 토미 에드먼에게 나중에 다시 한국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도 태극마크를 받아들이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예스”라고 답한다.
“나는 한국팀에서 뛸 수 있게 돼 정말 행복했다. 내 커리어에서도 좋은 날들이었다. (비록 개인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몸 컨디션이 좋았고, 경기에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만족했다.”
토미 에드먼은 인터뷰 말미에 짧은 동행을 이어왔던 대표팀 선수들에게 자신을 팀원으로 환영해줘서 감사했고, 대표팀에서 하나된 기분을 느끼게 해줘 고마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의 올 시즌 활약을 응원하며 열심히 뛰자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토미 에드먼은 주말부터 시범경기에 나서며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플로리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