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긴급자금 투입, M&A설도 고개, 작년 진출 뷰티시장 전망 엇갈려…컬리 “적자폭 감소에 집중해 주시길”
#매출도 적자도 증가
지난해 컬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2조 372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손실도 전년 대비 7.2% 늘어난 2334억 원으로 집계됐다. 늘어난 매출만큼 적자도 증가했다. 컬리 측에 따르면 적자가 늘어난 배경은 물류센터 건설 등 필수 인프라 투자 때문이다. 컬리 관계자는 “선투자가 진행돼야 고객분들 주문이 늘어나도 저희가 상품을 보내드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단계에서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에 연동되는 변동비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고질적인 숙제로 지적된다. 변동비는 고정비와 달리 원재료비나 포장비처럼 매출이 오르면 함께 오르는 비용으로 원가에서 변동비 비중이 높으면 매출이 상승해도 이익률 개선이 크지 않다.
원가를 반영해 계산하는 컬리의 2022년 전사 매출총이익률은 2021년 18.8% 대비 8.8%포인트 늘어난 27.6%다. 이는 컬리 측이 2021년과 달리 2022년에는 변동비를 원가가 아닌 판관비 항목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변동비로 꼽히는 배송대행 수수료와 PG수수료 등이 포함된 서비스 이용 수수료 항목은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매출과 비슷한 정도로 오른 것이다. 2022년 판관비는 55.5% 증가했다.
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에서 외형성장을 지속하려면 인프라 투자는 필수적이다. 컬리는 올해도 4~5월 창원과 평택에 물류센터를 오픈해 새벽배송 지역과 주문 가능 시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운전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올해 초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한 투심 위축으로 코스피 상장계획을 철회하면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알려진 컬리의 현금 보유액은 1900억 원 수준이다.
결국 기존의 대주주가 급하게 수혈에 들어갔다. 컬리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기존 투자자로부터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기로 하고 막바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 알려진 바로는 당장 운영자금이 급한 상황이어서 자금 수혈을 필요로 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폭 늘었던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다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컬리 측의 부인에도 인수합병(M&A)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워낙 컬리의 브랜드 가치가 뛰어나 노리는 회사들도 많을 거고 경영자의 지분 비율이 낮은 만큼 상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주주들이 엑시트를 위해 기업가치를 더 키운 다음 팔려고 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 나선 까닭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2020년 1015억 원 수준이던 컬리의 영업손실은 2021년 2177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2334억 원으로 증가폭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로켓배송 도입 후 8년 만에 분기 흑자 전환 달성한 쿠팡처럼 매출이 늘면서 적자가 줄어드는 것은 좋은 신호다.
하지만 컬리는 쿠팡과는 달리 순조롭게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약 3조 9000억 원을 투자한 데다 상장 후 미국 자본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지만 컬리의 총 투자 유치 금액은 현재까지 8900억 원 수준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쿠팡과 달리 컬리가 상장 타이밍을 못 잡고 실기한 것이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다. 앞으로는 비용을 줄이면서 수도권 물류센터는 계속 지어나가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 매출을 늘려서 적자를 줄여나가고 있는 타이밍에 투자가 줄면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컬리가 투자가 안정화가 되면 치고 나갈 텐데 이 점이 불안하다. 아직은 적자이고 인프라도 깔아야 하는데 만약 투자가 지지부진하면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컬리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계를 꼽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컬리가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선식품과 새벽배송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빠르게 성장해 온 컬리는 지난해 말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뷰티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화장품은 평균 객단가가 기존 주력 상품인 음식료에 비해 3배는 높고 무게도 적게 나가기 때문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좋다.
새벽배송업계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3일만 지나도 폐기를 해야 하고 곧바로 손해로 집계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훨씬 긴 화장품은 재무구조 개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뷰티시장의 경쟁 환경이 녹록지 않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이 온라인 쪽 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워낙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컬리가 새벽배송처럼 존재감을 보이며 빠르게 치고 올라갈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며 “이커머스 쪽의 경쟁이 정리되는 분위기도 아니라서 아직 뚜렷한 재도약의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본업에서의 성장세도 예전과 같지 않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컬리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반적인 이커머스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컬리의 성과가 괄목할 만하긴 했지만 팬데믹(대유행) 기간이라는 특수가 있었고 이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이커머스 시장 전체의 성장세가 둔화할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컬리 관계자는 “아직 수확 시점이 아니다. 매출 성장률에 비해 적자폭은 줄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