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나 과일 섭취로 장 내 낙산균 길러야…‘하루 13시간 공복’과 ‘의식적으로 웃기’도 효과
암 예방을 위해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최근 일본 매체 ‘주간여성’은 암에 걸리지 않는 최강 습관을 소개했다. 포인트는 면역 기능의 정상화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건강한 사람도 하루 5000개의 암세포가 생겨났다 소멸된다”고 한다. 그때마다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퇴치하는데, 관련 기능이 떨어지면 암세포가 살아남게 된다. 이후 10~20년에 걸쳐 천천히 암세포가 자라나면서 눈에 보이는 형태, 즉 암이 발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암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 면역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한다.
암 전문의이자 건강 코치로 활동하는 이시구로 세이지는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유지하려면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라고 밝혔다. 먼저 식사는 장 건강에 중점을 두는 것을 권한다. 인체 면역 세포의 70% 이상이 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 만일 장 내 환경이 좋지 못하면 면역 세포는 이를 개선하고자 부지런히 움직인다.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없어 결국 면역 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만다. 이시구로 전문의는 “장 내 환경을 건강하게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암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변비나 설사가 잦은 사람은 장 내 환경이 나쁘다는 증거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 내 환경이 더욱 악화되면 만성 염증이 생기기 쉽고, 면역 기능도 작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 암 위험률이 현격히 올라가게 된다. 이와 관련, 이시구로 전문의는 “장 내 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유익균을 잘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식품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에는 유익균 중 하나인 ‘낙산’균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낙산은 암 발생을 억제하며 면역 기능 개선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야말로 ‘건강의 요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존재다.
낙산균은 식이섬유나 올리고당을 먹이로 증식하기 때문에 채소나 과일을 충분히 먹으면 좋다. 반면, 삼가야 하는 것은 가공 식품이다. 요컨대 봉지에 든 스낵, 청량음료, 컵라면, 레토르트 식품, 냉동식품 등을 일상적으로 섭취하면 생활습관병이나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이시구로 전문의는 “가공식품은 먹기 편리하지만, 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어 염증을 유발한다”며 “신선한 식재료를 사서 직접 조리해 먹는 것이 이롭다”고 말했다.
식사 방법도 신경 쓰면 암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다. 암 예방학 교수인 사토 노리히로는 “장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길게 가지라”고 조언했다. 가령 음식이 끊임없이 들어오면 장은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 면역 세포도 소화에 집중하게 돼 감염병 방어나 암세포 발견 등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사토 교수가 추천하는 습관은 “저녁식사부터 아침식사까지 13시간 이상 공복을 갖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공복 시간이 평균 11시간인 그룹과 평균 13시간인 그룹을 비교했더니, 전자가 암에 의한 사망 위험률이 2.3배 높았다”고 한다. 아울러 “식사 시간이 제각각인 사람은 암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발표됐다. 매일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암 예방 수칙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들은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암의 성장 및 진행을 촉진한다. 반대로 즐겁다고 느낄 때는 자연살해세포(NK세포)와 같은 면역 세포가 활성화된다. NK세포는 면역 세포의 일종으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사토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최대한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하라”고 덧붙였다.
웃으면 NK세포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코미디 프로그램 등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한다. 웃을 때 움직이는 근육을 사용하면 ‘즐겁다’고 착각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의식적으로라도 웃으면 암 예방으로 이어진다.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 수면은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만성 염증 및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7~8시간의 수면을 권장한다. 날마다 섭취하는 음식과 행동들이 암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최강 면역력을 얻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해 보기를 바란다.
지금부터 실천하는 ‘암 예방 습관’ 13
①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장 내 환경은 면역력과 직결된다. 식사할 때 장 건강에 신경 써라. 특히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으면 장 내 유익균인 낙산균을 늘릴 수 있다.
②색깔별로 골고루! 다채로운 식단
장 내에 사는 세균은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이 섞여 있다. 각각의 균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식품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토마토와 딸기 등 붉은색, 생강과 파프리카 같은 노란색, 가지와 적색양배추로 대표되는 보라색 등등 다양한 색깔의 식재료를 골고루 섭취하면 면역 체계가 강화된다.
③컵 과일, 손질 야채는 NG
시판되는 컵 과일이나 손질 야채는 표면을 살균하거나 발색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본래 함유한 비타민류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편의점 샐러드도 마찬가지. 채소와 과일은 통으로 사 먹는 것이 제일이다.
④햄, 베이컨 등 가공육을 피한다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에 의하면, 가공육 섭취량이 많을수록 대장암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외에도 가공육에 포함된 첨가물은 당뇨병이나 심장·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가급적 가공육을 적게 먹는 게 좋다.
⑤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단백질 부족은 근육량 감소와 면역 기능 저하로도 이어진다. 암 퇴치에는 근육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양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⑥인공 감미료를 먹으려면 설탕이 낫다
슈가프리나 당질 제로와 같은 식품, 음료수에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는 칼로리가 적어 건강한 이미지다. 하지만, 장 내 세균에 나쁜 영향을 줘 몸속에서 염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암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으니 단맛을 즐기고 싶다면 일반 설탕이 낫다.
⑦다음 날 아침 식사까지 13시간 공복
간헐적 단식은 면역력을 높이고 만성 염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 식사부터 다음날 조식까지 최소 13시간 공복을 확보하자. 비만과 당뇨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⑧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한다
식사 시간이 거의 일정한 그룹에 비해 1시간 정도 변동이 있는 그룹은 암 사망 위험이 2.2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⑨탄수화물 섭취 전 채소부터
공복에 당질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혈당이 상승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식사할 때는 먼저 채소부터 먹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가 당 흡수를 억제해 혈당치의 급상승을 막아준다.
⑩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해소한다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의식적으로 ‘기분 좋은 시간’을 만들도록 한다.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고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추천. 마음이 차분해지는 요가나 명상도 도움이 된다.
⑪억지 웃음, 미소를 지어도 건강 효과
웃으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면역력도 증강한다. 여러 실험을 통해 억지 웃음도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⑫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7~8시간이다. 밤샘이나 수면 부족이 이어지면 면역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더욱이 생체 시계가 무너질 경우 암 발생을 억제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의 분비도 저하된다.
⑬숲에서 삼림욕을 즐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릴랙스 효과가 있으며 면역세포의 일종인 NK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자연으로 나가 삼림욕을 해보자.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