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커피배 우승으로 통산 타이틀 30개로 늘려…“지금이 전성기 맞아, 계속 발전할 것”
지난 4월 10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막을 내린 제24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3번기 2국에서 신진서 9단이 이원영 9단에게 184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2-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3일 열린 1국에서 승리했던 신진서는 2국도 제압하며 지난 제20기 대회 이후 4년 만에 맥심커피배 두 번째 정상을 밟았다.
신진서는 지난 2월 26일 열린 제41기 KBS바둑왕전 결승 이후 19연승을 기록 중이며, 올해 37승 3패를 거둬 승률 92.5%로 9할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1국을 패한 후 “신진서 9단은 준비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이원영 9단. 2국을 앞두고는 “그래도 준비해 왔다. 1국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초반 60수를 넘기지 못하고 인공지능 기대승률 10%를 밑돌며 또 한 번 신진서의 강함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결승1국도 완승을 거뒀던 신진서 9단은 이날 2국에서도 선 실리, 후 타개 작전으로 초반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리고 최근의 컨디션을 입증하듯 단 한 번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고 184수 만에 이원영에게 항서를 받아냈다.
패배의 아픔이 제법 있었던 듯 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원영은 “지금이 (나의) 전성긴 줄 알았는데, 불과 열다섯 수 만에 그렇지 않음을 깨달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굳이 이원영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올해 신진서의 페이스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먼저 단체전을 따져보면 지난 2월 끝난 중국 갑조리그에서 소속팀 쑤보얼항저우를 우승으로 이끈 것을 시작으로 농심신라면배에선 한국 우승을 견인했고, 하나은행 MZ슈퍼매치에서는 Z세대 주장으로 나와 막판 3연승을 올리는 수훈으로 역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개인전 성적은 단체전보다 더 화려하다. 현재 보유 중인 타이틀은 국제대회인 삼성화재배·춘란배·국수산맥배와 국내대회인 GS칼텍스배·쏘팔코사놀배·용성전·KBS바둑왕전과 맥심커피배까지 8개로 늘어났다. 2012년 입단 후 8관왕 달성은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다.
기록 부문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행마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전적은 37승3패로 92.5%의 승률이다. 2월 26일부터는 19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연간 승률 90%대는 전성기 시절 이창호 9단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신진서가 마의 90% 고지를 밟을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신진서는 대국 후 “맥심커피배가 저보다 한 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동안 후원해주신 동서식품에 감사드린다”면서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나오고 싶은 대회고,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4년 만에 다시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신진서는 올해 세계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쉽지 않겠지만 세계대회에서 지지 않는 것이다. 이루기 힘들겠지만 목표니까 그렇게 잡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회는 응씨배 결승전과 아시안게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외의 대회에서도 한두 개 정도 더 우승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적인 부분은 당연하고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당연히 전성기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공부를 한다고 해서 바로 실력에 반영되는 환경이 아니었지만, AI(인공지능)가 출현한 지금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전성기라 해도 계속해서 개인적인 발전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신진서가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서식품이 후원하는 제24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의 우승상금은 5000만 원, 국내 9단진 98명 중 상위 랭커 32명이 출전했다.
[승부처 돋보기] 이원영 준비가 빛 발하지 못한 이유
제24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3번기 2국 흑 이원영 9단 백 신진서 9단 184수끝, 백 불계승
#1도 세력 vs 실리
“1국을 너무 맥없이 져서 이번엔 준비를 조금 해왔다”는 이원영의 구상은 세력작전이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실리를 한껏 빨아들인 신진서는 백1로 삭감에 나섰는데, 곧장 붙여간 흑2부터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
#2도 흑의 강공책
우군이 없는 백은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백1로 늘었지만 아군이 충분한 흑은 우악스럽게 흑2·4로 끊어버린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강공책이다.
#3도 흑, 가죽장사
하지만 백3으로 뛰어나왔을 때 당연해 보이는 흑4가 일관성을 잃은 수. 백5~9로 자세를 잡고 나니 이 백은 더 이상 공격당할 돌이 아니다. 실리를 다 잃어버린 흑은 가죽장사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4도 백, 괴롭다
3도 흑4는 본도 흑1의 끼움이 최초 붙여간 수의 의지를 계승하는 강공책이었다. 백4에는 흑5가 독한 수. 백의 공배를 최대한 채워 여유를 주지 않는다. 다음 백A 등으로 자세를 잡아도 흑B의 끊음. 이랬으면 실전과 달리 백이 괴로웠을 것이다.
유경춘 객원기자